거짓말의 방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죽은 혼마루 by 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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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 이치몬지는 눈을 떠보니 제 주인과 장난감 같은 방에 있었다. 모양새가 아니라 그 쓰임이 장난감 같은 방으로 ‘서로에게 단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생각을 한 가지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 새겨진 금속판이 굳게 닫힌 문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문과 금속판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둘의 본체도 사라져, 이 문을 열고 이런 짓을 벌인 자를 찾아야 했다.

나가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른바 거짓을 고해야 하는 방. 거짓말의 크기를 정해주지 않은 것을 보아 아무런 말이나 지껄이면 나갈 수 있어 보였다. 단순한 거짓말이라도 내뱉으면 나갈 수 있는 방. 닛코 이치몬지는 제 주인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과 달리 무엇이 불안한지 금속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인. 속을 알 수 없는 주인은 대담한 면이 있으면서도 신중하였다. 닛코 이치몬지의 시선에선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였으므로 갈피를 잡아주기로 하였다. 닛코 이치몬지는 주인을 부르고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한 쪽 무릎을 꿇어 높이를 맞추었다. 어깨에 손을 얹어 고정시켰다. 차가운 붉은빛이 도는 눈을 바라보았다.

“주인, 사랑한다, 연인적인 마음으로.”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숨을 들이쉰 주인의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도로 내려갔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는 이해한 듯 하였다. 또다시 한참을 말을 고르는 주인을 닛코 이치몬지는 다시 한 번 불렀다.

“... 닛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지.”

이제 방향이 정해진 뒷말이었다. 주인이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닛코 이치몬지는 일어났다. 금속 문고리를 잡았다. 그대로 힘을 내렸지만 문고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제 주인은 거짓말은 하지 못하는 모양이므로.

닛코 이치몬지는 제 주인에 대해서 더 알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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