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료] 손장난
※ 생일과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9월 18일은 야마다 료의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해, 료!
"자, 그럼, 다음 라이브를 위한 회의는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어. 좀 쉬었다가 연습 시작하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짝짝짝."
몇십분간 이어졌던 회의가 드디어 끝났다. 니지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히토리는 탁자 위에 널브러졌다. 료의 시선이 흘러내린 분홍색 머리카락으로 향한다.
"앗, 봇치쨩! 정신 차려! 뭐라도 마실 거 가져다줄까?"
9월이지만 아직 날씨가 덥다. 그 탓만은 아닌 것 같지만 머리에서 김이 나오는 듯한 히토리에게 니지카가 손부채질을 했다. 에어컨을 틀기에는 애매한 기온이라 냉방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역시 시원한 거라도 마시게 해줘야지. 봇치쨩이 쓰러진 건 날이 더워서만은 아닌 것 같지만. 니지카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키타도 손을 번쩍 들고 밝은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이지치 선배! 저도 같이 갈게요! 같이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 사 와요."
"응, 그게 좋겠다. 기왕 사는 거 언니랑 PA 씨 것도 살까?"
"그거 좋네요! 그럼 갔다 올게, 고토 씨! 료 선배!"
어느새 의기투합한 니지카와 키타를 료가 나른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기운 넘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힐끔 늘어진 분홍빛 덩어리를 본 료가 느긋하게 손을 들고 말했다.
"나는 에너지 드링크로."
"또 얻어먹을 생각이지? 하여간."
"료 선배 음료수는 제가 살게요!"
"키타쨩, 몇 번을 말하지만, 료를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된다니까? 이번은 내가 살 생각이었지만."
"이지치 선배만 내면 부담되잖아요. 저도 반 낼게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내가 선배잖아? 아무튼 우리 갔다 올게."
니지카와 키타는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향했다. 친화력 좋은 사람들끼리라 그런지 의견이 빨리 모인다. 뭐, 누가 내든 내 걸 사주기만 하면 좋지만. 방관자의 마음으로 턱을 괴고 있던 료는 라이브 하우스를 나서는 둘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정적.
여전히 턱을 괸 채로 라이브 하우스의 출구를 바라보던 료가 시선을 내렸다. 아까부터 히토리는 미동도 없었다. 물끄러미, 풀린 실타래처럼 흘러내린 분홍색 머리카락을 향해 료가 쿡 손가락으로 찔렀다.
"…하지 마세요."
움찔 몸을 떨었던 히토리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쿡쿡 찌르는 료의 손가락을 잡아 감싸고 말했다.
"살아있었구나."
"당연하잖아요."
다시 말없이 료가 히토리를 바라보았다. 너무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오갔던 탓일까, 히토리의 얼굴은 약간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표정은 그늘져 피곤한 인상을 주었다.
이상한 아이. 대화 따위 적당히 답하고 적당히 맞춰주면 그만인데, 매번 버겁게 여기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한다. 뭐, 그래야 봇치겠지만.
료는 히토리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뜻밖에 히토리는 꾹 료의 손을 쥐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세요."
아까 찔린 것이 불편했는지 히토리가 불퉁한 목소리를 내며 놓아주지 않았다. 별로 다시 찌를 마음은 없었는데. 그렇게 대화를 어려워하면서 요즘 나에게는 불만을 있는 대로 말하네.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왠지 조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손을 빼려는 것을 그만둔 료가 이제 손목을 꺾어 히토리의 손을 잡았다. 히토리가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료를 쳐다보았다. 이런 표정, 좋네. 료가 손가락으로 히토리의 손등을 쓸면서 손가락 사이사이에 자기 손가락을 엮는다. 부드러운 접촉에 이제 히토리의 손에는 완전히 힘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료는 손을 빼지 않고, 움츠러드는 히토리의 손을 도리어 잡아, 손바닥을 마주대고 손가락과 손가락을 스쳤다. 마치 두 마리의 나비가 엉키듯, 친밀한 앵무 한 쌍이 만나듯 깊숙이 손을 얽고 부드럽게 마찰한다. 무언가 소리가 나올 것도 같은데 히토리는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움찔거릴 뿐이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가 스칠 때마다 맞닿는 살갗이 부드럽다. 하지만 손끝에 닿으면 거칠거칠한 굳은살이 느껴져서, 하지만 그 거스러미 같은 감각도 가슴을 죄어와서, 히토리는 점점 손가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료에게 손을 내맡긴 채 입술을 꾹 깨물게 된다.
혼란이 가득한 얼굴로 히토리가 료를 본다. 료는 미소조차 짓지 않고 차분한 무표정으로 손장난을 계속했다. 료 씨의 장난인 게 분명한데,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든다. 놀아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조차 히토리에겐 들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히토리의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추며 료는 계속―
"우리 왔어!"
"료 선배! 부탁하신 에너지 드링크예요!"
―하지 않았다. 라이브 하우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료는 스르륵 손을 빼고 다시 턱을 괸 채로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히토리도 에너지 드링크로 했는데 괜찮지?"
"고토 씨, 기운 좀 차렸어?"
"아, 넵. 네? 넵?"
"아하하, 아직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네. 이거 마시고 정신 차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료를 쳐다보는 히토리를 두고, 료는 니지카에게서 에너지 드링크를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캔을 땄다.
역시 내가 내지 않은 음료수는 맛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료는 에너지 드링크를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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