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키타] 우리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매미 소리가 따가운 여름이었다.
“오늘 연습은 순조로웠네.”
해가 저물었음에도 타박거리는 신발 밑창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아직도 뜨거웠다. 바로 옆에서 걸어가는 키타의 구두 소리조차도 히토리에게는 멀게 느껴졌다. 여름의 열기 속에 거리가 흐무러져서 껌처럼 길게 늘어지는 듯이 히토리의 걸음은 느리게 나아갔다.
“히토리쨩, 듣고 있어?”
“아, 네, 넷?! ㄴ, 네! 듣고 있어요!”
“정말이지? 제대로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미심쩍게 바라보는 키타에게 히토리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 탓에 도리어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히토리는 애써 견뎠다.
아까까지 있던 스튜디오는 냉방이 되었지만, 벌써 몇 시간 동안이나 합주를 하고 나온 참이었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집중해서 연주하는 일은 꽤 기력을 소모하는 일이었고, 히토리는 이미 한여름의 더위에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겠지. 키타쨩이 신경 쓰고 있으니까. 히토리가 현기증을 몰아내듯 눈을 부릅떴다. 덕분에 우스꽝스러워진 히토리의 얼굴을, 키타는 웃음기 없이 걱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키타의 걱정을 눈치채지 못한 히토리가 빠르게 말했다.
“정말다듣고있어요연습얘기였죠?하하정말껌이었어요이대로라면라이브는대성공이겠죠그렇게우리는대스타가되어섯!”
횡설수설하는 히토리의 이마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키타의 손이 닿는 순간, 히토리는 힘차게 혀를 씹었다. 혀, 혀가…! 고통으로 죽을 것 같아…! 오만상을 쓰고 있는 히토리의 이마에서 떨어진 키타의 손이 히토리의 손을 감싸 쥐었다.
“안 되겠다. 히토리쨩, 이리 와.”
“예, 옛?! 지금 어디로…?!”
“그냥 따라와!”
“넵!”
히토리의 앞을, 히토리의 손을 꽉 붙잡은 키타가 달려갔다. 흔들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흰 목덜미가 보였다. 붙들린 손바닥에서 콩닥콩닥 뛰는 열이 전해질까 두려워서, 히토리는 숨을 삼키고 키타의 뒤를 따라 달렸다.
마침내 가로등이 비치는 자판기 옆 벤치에서 멈춰 선 키타는 히토리를 거기에 앉혔다.
“히토리쨩은 거기 가만히 있어!”
“네….”
키타가 자판기 앞에서 귀여운 지갑을 꺼내 동전을 몇 개 넣었다. 그런 키타의 행동을 히토리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키타쨩, 왜 저렇게 다급해 보이는 걸까. 뜨거운 머리로 의문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삑,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자판기에서 스포츠 드링크를 꺼낸 키타가 땀처럼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음료수병을 히토리의 목에 댔다.
“히토리쨩, 지금 얼굴 새빨간 거 알아? 열도 엄청나고. 이럴 땐 제대로 쉬어줘야 해.”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히토리가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엄청 더운 것 같기도 하고. 차가운 음료수병으로 히토리의 목둘레를 식히는 키타의 얼굴이 가로등 빛 아래서 밝게 보였다. 그제야 히토리에게 키타의 걱정이 닿았다. 그리고 키타의 걱정을 깨닫고 나자, 히토리는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키타쨩의 기분은 전혀 몰랐는데 키타쨩은 내가 지금 어떤지 정확히 알고 있었구나. 뒤늦은 지각은 따끔한 자책으로 올라왔다. 또 도움받고 말았구나. 또 이렇게.
“죄, 죄송…”
저절로 숙여지는 히토리의 얼굴을, 키타가 부드럽게 끌어당겨 눕혔다.
“어, 어라, 키타쨩?”
“열사병엔 휴식이 중요하대. 열이 식을 때까지 잠시 쉬었다 가자.”
히토리의 손에 스포츠 드링크를 쥐여준 키타가 가볍게 히토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음료수로 식은 손의 온도가 서늘해서 기분이 좋았다. 무심코 손에 뺨을 비비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히토리가 어깨를 굳혔다. 긴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에 키타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 그래, 히토리쨩.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네? 아, 아뇨. 또 폐를 끼쳤구나, 하는 생각에….”
바짝 굳은 히토리의 말에 키타가 표정을 풀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쏟아지는 빛에 그늘진 키타의 얼굴에 음영이 깊게 드리웠다. 히토리의 입술에 힘이 풀려 작게 벌어졌다. 스테이지에서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키타의 얼굴에는 지금과 같은 그늘이 졌다. 키타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자. 갑자기 그런 생각이 히토리를 스쳤다.
히토리가 넋을 놓고 키타를 바라보는 사이, 키타가 히토리의 얼굴을 부드럽게 눌렀다.
“폐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 그래도 이렇게 매번…”
“내가,”
힘 있게 내뱉은 키타가 한 템포 쉬고 문장을 마쳤다.
“히토리쨩을 좋아해서 하는 일이니까.”
“어~이, 봇치쨩~!”
여러 잡음이 섞인 한낮의 스태리에 니지카의 목소리가 울렸다. 엎드린 테이블의 온도는 시원해서 머리를 차갑게 식혀줬다. 하지만 히토리의 머릿속에서 엉킨 회로는 영 식을 기미가 없었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는 그날 저녁 이후. 반에서 키타쨩을 마주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히토리는 또다시 얼음물 욕조에 몸을 담글 생각까지 했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등교한 것까진 좋았으나, 키타쨩과 마주하는 걸 자꾸 피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은 반인데도 용케 대화하는 일 없이 방과 후가 되었다.
그래도 스태리까지는 같이 가야겠지. 그런 생각으로 어수선한 교실 안에서 히토리는 키타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키타의 행동이 빨랐다.
‘미안, 나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서 스태리에는 못 갈 것 같아. 선배들한테는 내가 연락했으니까. 안녕!’
키타는 그 말만을 남기고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다. 방과후까지 필사적으로 키타를 피해 왔음에도 정작 키타가 자신을 피하자, 히토리는 가볍게 충격을 받았다.
아니야, 괜찮아, 고토 히토리. 그동안 무시당하는 일은 많았잖아. 그리고 키타쨩이 나를 무시한 것도 아니고 약속이 있다는 거니까. 전혀 무시당한 게 아니니까. 절대 아니니까! 괜찮다는 의미로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비록 이상한 사람을 보는 시선과 알싸한 가슴의 통증만 남았지만.
그렇게 옮겨지지 않는 발을 끌고 히토리는 스태리로 왔다. 그리고 내내 테이블에 축 늘어져 있었다.
“봇치쨩~! 아, 정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축 늘어져 있는 거야! 키타쨩도 갑자기 못 온다고 하고. 료! 보고만 있지 말고 뭐라도 해봐!”
“나도 쉴래.”
“안 된다니까! 봇치쨩, 료까지 물들기 전에 어서 일어나!”
니지카의 호통에 히토리가 꾸물꾸물 몸을 일으켰다. 니지카 말대로면 키타는 정말 히토리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안돼…. 내가 키타쨩의 고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키타쨩이 나를 피하는 거야. 이대로면 키타쨩은 나를 계속 피하려고 결속 밴드를 탈퇴하고, 우리 밴드는 해체 위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히토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 고등학교 중퇴의 꿈이…!”
“그런 건 꿈꾸지 말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죄,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안전하게 기억을 제거하는 법을 익혀올 테니까!”
“무서우니까 그런 건 배우지 말고 연습하자~.”
“아, 넵.”
계속해서 이어지는 불안을 누르고 히토리가 기타를 들었다. 그래, 연습을 안 하면 키타쨩이 탈퇴하지 않아도 밴드는 망할 테니까. 도피처럼 히토리가 애써 기타에 정신을 집중했다.
비록 손이 프렛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키타의 손가락을 프렛에 짚어주었던 기억, 현을 튕기면 기타를 만지던 키타의 손, 관자놀이에 맺히는 땀을 의식하고 스테이지에서 보던 키타의 옆모습을 재생하고 말았으나.
그리고 히토리의 음을 이끌던 리듬이 멈췄다. 히토리가 어리둥절하게 연주를 멈췄다. 그런 히토리 뒤에서 료와 눈을 마주치고 한 번 끄덕인 니지카가 말했다.
“안 되겠다.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 하지만 니지카쨩, 이제 라이브가 얼마 안 남았는데….”
“봇치쨩, 키타쨩이랑 무슨 일 있는 거지?”
“그, 그게….”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합주는 무기한 중지야.”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리는 히토리에게 니지카가 말했다.
“연습도 중요해. 그렇지만 멤버들끼리 소통하지 않으면 밴드는 계속할 수 없어.”
“니지카쨩….”
“무슨 일인진 묻지 않을게. 프라이버시니까. 그래도 지금의 봇치쨩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어리둥절해하는 히토리에게 니지카가 미소를 지었다. 밝은 목소리로 니지카가 덧붙였다.
“봇치쨩도 성장했으니까!”
니지카가 드럼 스틱을 쥔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료도 고개를 끄덕였다.
“봇치.”
“네, 넷!”
“솔직하게 봇치의 진심을 전해.”
“그, 그래도….”
히토리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져지 끝을 꽉 붙잡았다. 분홍색 져지가 하얗게 질린 손가락 사이에서 뭉개졌다. 마른침을 삼키던 히토리가 느리게 토해냈다.
“하지만 저는 니지카쨩처럼 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료 씨처럼 주관이 있지도 않아요. 그런 제가 제멋대로인 마음을 말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면 어쩌죠? 키타쨩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봇치.”
나지막이 히토리를 부른 료를 향해 히토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잔잔한 눈이 히토리를 담았다. 그 평온함에 히토리도 조금씩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료가 말했다.
“예전에 내가 다른 밴드에 있었단 얘기를 했었지?”
“네.”
“밴드는 원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 영원히 같은 음악만을 할 순 없으니까. 끊임없이 새 앨범을 내야 해. 그 속에서도 개성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조심스럽게 눈을 맞추는 히토리에게 료가 담담하게 문장을 마쳤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일듯 말듯 한 조언이었지만 히토리에게는 충분했다. 히토리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료가 히토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료와 니지카의 격려에 순풍을 단 것처럼 히토리의 걸음이 가볍게 떼어졌다. 자신의 기타를 메고 히토리가 스태리를 뛰쳐나갔다.
그런 히토리의 뒷모습을 배웅하던 료가 니지카를 돌아보고 말했다.
“나 좀 멋졌지?”
“그런 말을 안 했으면 더 멋졌을 텐데.”
시모키타자와의 거리를 달리며 히토리가 키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어지는 통화 연결음에 히토리의 숨도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인도어 생활만 했더니 조금만 달려도 숨이…! 달린 지 5분도 안 돼서 히토리는 뛰기를 포기하고 벤치에 앉았다.
일단 앉아서 키타쨩이 전화 받기를 기다리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뛰는 건 무모해. 숨을 헐떡이며 히토리가 벤치에 푹 퍼졌다. 그사이에도 전화는 계속 걸고 있었다. 중요한 건 키타쨩이 받지 않는다는 거지만.
기나긴 연결음을 들으며 히토리는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 어제 키타쨩이랑 있던 벤치구나. 깨닫는 순간 어제의 기억이 팝핑 캔디처럼 터졌다. 그리고 톡톡 튀는 기억의 뒷맛은 계속 키타쨩의 고백이었다.
솔직히 키타쨩이 왜 나 같은 사람에게 고백했는지 모르겠다. 기타 말고는 잘하는 것도 없고, 사회성은 제로, 같이 있어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역시 무언가의 착각 아니었을까? 사실 장난이라거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가로등 아래서 보았던 키타쨩의 미소가 떠올랐다. 언제나 밝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키타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늘진 미소. 거기서 히토리는 자신과 같은 쓸쓸함을 보았다.
솔직히 키타쨩이 빛 속의 인간이라면 자신은 어둠 속의 인간이었다. 키타쨩이 지상의 사람이라면 자신은 지하의 사람이고, 키타쨩이 주류라면 자신은 비주류였다.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히토리가 땀으로 젖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그래도 이해하고 싶었다. 함께이고 싶었다. 더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일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걸 전하면 된다. 자신의 목소리로.
결심을 굳힌 히토리는 연결되지 않는 키타의 전화번호 대신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사사키 씨? 죄송한데 혹시 키타쨩 옆에 있나요?”
“음~, 지금은 옆에 없는데.”
“그, 그런가요….”
“그렇게 풀 죽지 마. 지금 막 헤어진 참이니까. 집에 간다고 했으니까 마중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고, 고맙습니다!”
“난 너희 사이 응원하니까.”
“네, 넷?! 그게 무슨…?!”
히토리가 변명할 새도 없이 전화는 끊어졌다. 잠깐 당황해서 굳어있던 히토리는 애써 털어내고 현재의 목표에 집중했다. 일단은 키타쨩을 만나자. 사사키 씨의 오해는 그 뒤에 풀어도 되니까. 아니, 오해인가? 잠깐 생각이 복잡해졌으나 머리를 흔들어 털어낸 히토리가 기타 가방을 고쳐 쥐고 다시 뛰었다.
거리를 달려서 히토리는 키타의 집 앞에 도착했다. 흐트러진 숨을 애써 고르며 히토리가 무릎을 짚었다. 진짜 죽을 것 같아…. 이러다가 체력 부족으로 요절하는 거 아닐까?! 그치만 그것도 왠지 록스러워…! 아니 이게 아니지.
“히토리쨩…?”
익숙한 목소리에 히토리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키타가 눈앞에 있었다. 익숙한 교복을 입은 모습이 왠지 평소보다 빛나 보였다. 아니 지금 하늘도 노랗게 빛나고…. 휘청이는 히토리를 재빨리 키타가 받아 안았다.
“뛰어왔어?! 이 땀 좀 봐! 괜찮아? 또 열사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키타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히토리의 땀을 닦아주었다. 아, 또 도움받아 버렸네. 그래도 지금은 자책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히토리가 키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키타쨩, 들어주세요.”
“지금은 힘드니까 일단 땀을 식히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지금 말해야 해요. 그러니까 들어주세요.”
키타와 시선을 똑바로 맞추고 히토리가 입을 열었다. 동시에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히토리의 말을 끊었다. 부끄러움으로 순식간에 달아오른 히토리를 보고 키타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벤치에 앉아 둘은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아직 환했지만, 정점에 올랐던 해가 많이 수그러든 오후였다. 아까보다는 가라앉은 매미 울음소리 속에서 다시 히토리가 키타를 마주 보았다. 올리브 빛 눈동자에 비치는 결연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히토리가 말했다.
“솔직히 저는 매미 애벌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갑작스러운 자기 비하와 같은 고백에 키타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키타의 인정에 히토리는 고백을 이어갔다.
“저는 그동안 땅속처럼 캄캄한 벽장에서 계속 기타만 쳐왔어요. 중학교 내내요. 그런 저는 키타쨩에 비하면 지하에 있는 매미 애벌레처럼 이상하고 괴짜겠죠.”
히토리가 손을 움찔거리다가 머뭇거리며 키타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제는 키타쨩이 있는 지상으로 나오고 싶어요. 키타쨩과 함께이고 싶으니까.”
떨리는 히토리의 손을 키타가 마주 잡아 꽉 쥐었다. 거기에 용기를 얻은 히토리가 힘차게 말했다.
“키타쨩, 저랑 삿…!”
너무 힘을 주어서 혀까지 깨물어 버렸다. 고통에 온 얼굴을 찡그린 히토리를 보고 키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고통과 부끄러움에 잔뜩 찡그린 히토리의 뺨에 키타가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히토리가 두근거릴 새도 없이 키타의 명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좋아!”
지상의 열기는 식지 않고, 여름을 연주하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