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유키] 로케에서 돌아오면
2024.1.2. 프세터 백업
4박 5일간의 로케가 끝났다. 길었던 촬영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매번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로케는 피곤하다. 정식으로 데뷔하고나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외 이미지 메이킹이나, 예능 같은 방송 출연이나, 음악을 하기 위해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은 솔직히 지겨웠다.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좋아하고, 눈에 띄는 것도 아주 싫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것들을 전부 벗어던지고, 지금과 같은 인기 록스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은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자면, 지금 우리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윳키가 있었다.
윳키는 내 데뷔 초기부터의 팬이었고, 처음 만났을 때 팬이라고 손을 벌벌 떨며 내 손을 쥐던 모습도 귀여웠다. 오히려 팬이라서 거리를 두는 바람에 사귀기까지 애를 먹긴 했지만, 윳키는 지금도 나의 든든한 팬이었다. 그런 윳키에게 내가 연예계 활동을 그만둔다고 말하면 분명 엄청나게 안타까워 할 게 뻔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그야 그럴게 일 때문에 윳키를 오래 못 보잖아! 로케 갔다 오는 5일 내내 보고 싶고, 안고 싶었는데, 전혀 만나지 못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억울해서 잠도 안 왔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흘 동안 30분 이내로 잠들지 못했던 적이 없지만. 이따금 한밤중에 깨어났을 때 비어있는 옆자리를 보면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길었던 로케가 드디어 끝났다. 이제 이 문만 열면 다시 윳키를 볼 수 있었다. 얼른 가서 윳키에게 쓰다듬어달라고 졸라야지. 실컷 윳키를 보고 끌어안아야지. 즐거운 상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문을 열었다.
"윳키! 나 왔어!"
힘껏 문을 열어젖히고 현관으로 들어온 나는 캄캄한 집안을 보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윳키, 벌써 자는구나. 시계를 봤을 때 오후 11시였으니까 먼저 잠들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 올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했는데. 고대하던 만남이 허무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기운이 쭉 빠질 수밖에 없었다.
터덜터덜 신발을 벗고 침실로 가 불을 켰다. 이렇게 된 이상 잠든 윳키라도 보자. 그런 생각으로 불을 켜니 침대 위에 둥글게 웅크리고 있던 형체가 작은 신음을 내며 움츠러들었다. 윳키, 많이 피곤했나.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고치처럼 몸을 둥글게 말은 윳키가 보였다.
그런 윳키 옆에 털썩 걸터앉았다. 실타래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뺨에도 붙어 있었다. 윳키의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로 넘겨주며 윳키를 바라봤다. 윳키는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윳키의 품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윳키가 아주 소중한 것을 품듯 꼬옥 끌어안은 그것은 내 잠옷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심장이 두근두근 저릴 정도로 뛰었다.
"으음, 루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뜨는 윳키를 와락 껴안았다. 윳키의 냄새가 콧속으로 가득 들어왔다. 그리운 냄새였다. 어깨에 얼굴을 문지르는 나를 윳키가 당황해서 밀어냈다.
"루카, 왔으면 왔다고 말을...!"
"윳키, 내가 보고 싶었어?"
"하아?"
"내가 그리워서 내 잠옷을 끌어안고 있던 거였지? 기뻐."
"아, 아니, 이건 낮에 네 잠옷을 빨려고...."
"내가 오늘 오는데 잠옷을 지금 빤다고?"
"그, 그건 내가 잊어버려서...."
"응, 윳키, 솔직하지 못하네. 그렇지만 그런 점도 귀여워."
나는 윳키를 마구 끌어안고 윳키의 존재를 만끽했다. 아, 역시 집이 좋아. 윳키가 좋아. 이제서야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미약하게 저항하는 윳키를 꽉 붙잡으며 윳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돌아왔으니까 이젠 내 잠옷으로 대신할 필요없이 내가 윳키를 안아줄게."
그렇게 말하면 천천히 맞닿아있는 피부의 열기가 조금씩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막무가내로 품을 파고드는 나를 밀어내며 윳키가 말했다.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가서 씻고 와. 그 뒤에나 안든 말든 해."
그렇게 말하는 윳키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는 것을 보며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면 로케도 나쁘진 않을지도. 그런 말랑말랑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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