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유키] 내일 루카가 죽는 이야기
“만약에 말야.”
갑자기 운을 떼는 루카 덕분에 유키는 잠시 젓가락질을 멈추고 정면을 보았다. 먼저 말을 꺼내고도 루카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헤집으며 뜸을 들였다. 그런 루카를 재촉하지 않고 유키는 등을 반듯하게 세워 루카를 바라봤다.
오늘 웬일인지 둘이서만 아침을 먹자고 할 때부터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오는 31A의 호들갑을 들으면서도 어딘가 가라앉은 루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로수가 늘어선 기숙사 앞길을 걸어, 카페테리아에서 주문하고, 식사를 시작하고 나서도 루카는 차분하게 있었다. 평범하게 이어지던 대화가 끊어졌을 때, 루카는 비로소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내일 내가 죽는다고 말하면 어떨 것 같아?”
유키는 잠깐 숨을 멈추었다. 가만히 이쪽을 살피는 루카와 눈을 마주친 채로 유키는 숨을 골랐다. 장난이라면 지나친 말이었다. 하지만 루카의 표정이 너무 태연해서 진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찌 됐든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던 루카가 갑자기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가정이었다. 어깨에 힘을 빼며 유키가 대답했다.
“그게 뭔데. 시한부라는 설정이야?”
“응. 내 안에 시한폭탄이 있어서 내일 죽어. 그러면 윳키는 어떻게 할 거야?”
“네 안의 시한폭탄을 제거하려고 하겠지.”
“뭘 해도 없앨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럼 네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겠지.”
“그런가.”
아무런 예고 없이 튀어나왔던 것처럼 대화는 갑자기 뚝 끊겼다. 루카는 다시 이리저리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치었다. 양이 줄지 않는 루카에게 맞추어 유키도 느리게 밥을 씹었다. 소란스러운 카페테리아의 공기 속에서도 정적이 느껴졌다. 결국, 한입도 더 먹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루카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말이야, 내가 바라는 게 윳키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라고 한다면 윳키는 뭘 하고 싶어?”
유키는 이번에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루카가 죽는다는 건 유키에게 있어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루카는 계속해서 그런 상상 속으로 유키를 밀어 넣고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마치 유키 밑에 가라앉은 생각을 떠보기라도 하는 듯이. 그런 상황이 불쾌했지만 유키는 억지로 기분을 가라앉혔다. 겉으로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유키가 말했다.
“나는 네 곁에 있는 걸로 충분해.”
루카가 조용히 유키를 바라봤다. 웃지 않는 루카는 낯설어서 유키는 약간 울렁거림을 느꼈다.
“그렇구나.”
루카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이번엔 제대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무의미한 가정에서 루카가 무엇을 말하고 듣고 싶었던 것인지, 유키는 전혀 알지 못했다. 끝내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고, 유키도 자세를 가다듬어 식사를 계속했다. 한참의 틈을 두고 루카가 한마디 내뱉었다.
“아쉽네.”
이번에는 유키가 더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깨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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