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유키]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 4장 후편 이후 시점이지만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태양 빛이 따가운 여름이었다.
스컬 페더의 격파로 새로운 영역을 탈환한 인류. 이에 맞춰 세라프 부대는 새로운 기지의 건설로 어수선했다. 일부 부대에서 구성원의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부대원 대부분이 바쁘게 일을 처리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이유가 희소식이었기에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지 내에는 활력이 돌았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31A는 스컬 페더 토벌의 공적을 인정받아 열흘간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허브 캔서가 사라지며 캔서의 공격은 약해졌고, 한동안은 평화로우리라는 사령부의 판단 아래 내려진 휴가였다. 돌격 부대라는 특성상 서류 처리나, 부속 기지 건설에 투입하기가 난감한 전력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31A는 다른 부대가 각자의 임무에 분투하는 동안 그들만의 여유로운 휴식을 얻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지금 카야모리 루카는 심심해 죽을 지경이라는 거였다.
"아~ 심심해~! 누가 나랑 안 놀아주려나~!"
카페테리아 앞 벤치 등받이에 양팔을 걸치고 온몸을 기댄 루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몇몇이 깜짝 놀라 루카를 쳐다보았지만, 다들 소리친 사람이 루카라는 걸 확인하고는 신경도 쓰지도 않고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이미 카야모리 루카는 세라프 부대원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거기다 뜬금없는 외침으로 자신의 평판을 한층 깎아 먹은 걸 알지도 못한 채― 설령 알았더라도 개의치 않고―루카가 앓는 소리를 냈다.
평소라면 31A나, 타 부대 사람들과 알차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타 부대는 신기지로 출장을 나갔거나,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럼, 31A랑 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이, 메구미는 타마와 놀러 갔고―솔직히 루카도 오랜만에 만난 메구미와 타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믿었던 카렌은 "그럼 나도 츠카사랑 데이트할래." 하고 츠카사와 팔짱을 끼며 먼저 나가버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루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윳키는…. 사실 루카도 제일 처음 같이 놀았으면 했던 사람은 유키였다. 나도 가끔은 윳키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쳐다본 유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신기지의 보안이랑 데이터 서버 관리 때문에, 연구소에 가봐야 해." 그 말에 멍청한 얼굴이 되었던 루카는 바로 인상을 썼다. "또 히구밍이랑 같이 있는 거야? 나 정말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질투야. 시간 나면 놀아줄 테니까 다른 부대 사람들이라도 찾아봐. 난 그만 갈게."
그렇게 매정한 윳키는 가버렸다. 흥, 나도 윳키말고 놀 사람 많아. 후회하게 해주겠어. 그렇게 생각한 것도 벌써 두 시간째. 이렇게 긴 하루는 막 쉬레제를 그만두었을 때 이래로 처음이라고 루카는 생각했다. 일단 아침은 나나미와 함께 먹었다. 나나미는 내심 귀찮아하는 걸 루카도 느꼈지만, 윳키 없이도 꿋꿋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어, 그런 일념으로 무시했다.
그런 나나미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며 20분 만에 가버렸고, 루카는 결국 카페테리아의 벤치에 앉아서 아무한테나 린네를 보냈다. 어쩐지, 오늘 밤 뜨거운 시간을 보내볼래요? 같은 스팸메일을 보내는 기분이 되었더라도 그런 걸 깊이 담아둘 루카가 아니었다.
하지만 루카도 알고 있듯이 지금은 다들 바쁜 시기라서 루카의 초대를 거절하거나, 심지어는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 만에 자신의 넓은 줄로만 알았던 인맥을 전부 써버리고 루카는 허탈하게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어라, 카야모리 씨. 한가하신가요?"
때마침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에 루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목소리는…, 사츠키 마리였다.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루카가 곧바로 대답했다.
"마리이! 응응! 나 한가해! 뭐든지 말만 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한가하면 일이라도 해라♬ 상점에 진열할 물품의 재료를 얻으러 캔서 사냥을 하러 가는데 카야모리 씨도 같이 가실래요?"
"물론이지! 얼마든지 도와줄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지금 루카의 눈에는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아니 강림한 천사로 보였다. 강아지처럼 온 힘을 다해 반기는 루카를 보며 마리가 웃었다.
"많이 심심하셨나봐요. 손, 이라고 하면 그것도 순순히 줄 것 같네, 하룻강아지♬"
"오늘따라 아무도 나랑 안 놀아준단 말야~. 다들 너무하지?"
"다들 바쁜 시기니까요."
마리가 안 됐다는 듯 상냥한 미소로 루카를 바라봤다. 봤지, 윳키? 난 너 없어도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랑 마음껏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정작 상대방은 관심도 없을 대항심을 불태우는 루카를 두고, 마리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퍼뜩 정신을 차린 루카가 혼자 남겨지기 전에 재빨리 마리의 옆에 따라붙었다.
"이번에는 뭘 만들 건데?"
"캔서 가죽 팔찌를 만들 거예요♬"
"또 대단한 걸 만들려고 하네. 만들고 나면 나도 하나 받아도 될까?"
"그럼요. 도와준 답례는 당연히 해야죠♬ "
"고마워, 캔서 열심히 잡을게."
소소한 잡담을 하며 헬리포트로 이동한 루카와 마리는 헬기를 타고 던전으로 갔다. 이미 허브 캔서가 토벌된 던전은 야생 캔서밖에 서식하지 않았다. 별다른 위험도 없고, 이제 대형 캔서를 몇 번이나 토벌해 본 루카와 마리에게는 손쉬운 상대였다. 루카는 어렵지 않게 캔서를 베어 넘겼다.
던전에서 캔서를 완전히 소탕하고, 수없이 쌓인 캔서의 시체로부터 마리가 가죽을 벗겨 냈다. 살점으로부터 가죽을 벗겨 내는 끔찍한 소리를 들으며 루카가 인상을 찡그렸다. 마리는 역시 귀여운 얼굴로 웃으면서 이런 일을 잘도 한단 말이야.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며 루카가 잔인한 현장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돌이켜보면 입대식 때는 기지로 침투한 캔서 한 마리를 잡는 일에도 4명이 달라붙어서 애썼는데, 이제는 야생 캔서 한 마리, 아니 열댓 마리라도 혼자서 거뜬히 해치울 수 있었다. 산산한 봄으로부터 뜨거운 여름이 되기까지 수개월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루카는 31A와 많은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만큼의 일상도 지내왔다. 그리고 그만큼의 추억이 루카에게 쌓였다.
과거를 회상하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녹색의 눈동자를 떠올렸다가, 루카가 애써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를 버리고 간 사람을 떠올려서 뭐 할 건데. 저도 모르게 샐쭉한 얼굴이 된 루카에게 마리가 말을 걸었다.
"재료 수집은 끝났어요♬ 상점으로 돌아가 볼까요?"
"벌써 끝났어? 그럼 갈까."
둘은 합류 지점에 먼저 도착한 헬기를 타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다.
상점으로 돌아온 마리는 능숙한 움직임으로 캔서 가죽 팔찌를 만들었다. 질긴 캔서 가죽을 아무 거리낌도 없이 쓱쓱 손질해 나간다. 몇 번을 봐도 대단한 솜씨였다. 캔서 가죽을 꼬아 만든 팔찌는 평범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팔아도 문제없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역시 마리이. 루카가 감탄했다. 마리가 팔찌 하나를 루카에게 내밀었다.
"카야모리 씨의 몫이에요♬ "
"고마워, 마리이."
"그리고, 이것도 부탁할게요."
잠시 머뭇거리던 마리가 팔찌를 한 개 더 루카에게 내밀었다. 같은 디자인의 녹색 팔찌였다.
"뭐야, 마리이~. 내가 좋아서 한 개 더 주는 거야? 에이, 두 개씩이나 줄 필요 없는데~!"
활짝 핀 표정으로 달라붙는 루카를 마리가 아무렇지 않게 밀어냈다.
"아뇨, 이건 이즈미 씨 몫이에요."
"내가 아니었어~! 마리는 정말 윳키를 좋아하네. 내가 전해주면 되는 거야?"
"네, 이즈미 씨에게는 도움도 많이 받았고, 요즘 31A는 위험한 임무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 나름대로 무사를 기원하는 선물이에요."
"에엥~ 나는 어떤데? 나도 많이 도움이 됐잖아!"
"물론 감사하고 있어요♬ "
"왠지 성의가 없는데…. 알았어, 내가 전해줄게."
"딴 데로 새면 안 된다♬ 부탁드릴게요."
마리를 배웅하고 팔찌를 쥔 채로 루카가 터덜터덜 상점을 걸어 나왔다. 괜히 기대했다. 어쩐지 이용당한 기분이야. 뚱한 얼굴로 유키 몫의 팔찌를 이리저리 살피던 루카가 떠올렸다. 윳키, 은근히 인기 많은 거 아냐? 속이 은근히 끓는 기분을 느끼며 루카가 한숨을 쉬었다. 전부터 마리가 유키에게 관심이 있단 걸 루카도 느껴왔다. 마리는 부대장을 보좌한다는 면에서 유키와 동질감을 느끼는 듯했다. 다만 마리는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면서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했고, 그에 반해 유키는 완벽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루카 자신이 본 유키는 어떨까. 츳코미를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 'She is legend'의 기타 보컬 카야모리 루카의 팬이었던 사람. 지금도 자신을 옆에서 도와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 그래서 루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
뭐야, 단순히 좋다고 생각한 것뿐인데. 왠지 뱃속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루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했다. 그때마다 장난스럽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도 말할 수 있었다. …아닌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동요할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는데. 루카가 천천히 심호흡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전신에 울렸다. 뭔가 기분이 안 좋아.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잠겨 들었다. 벌써 저녁이었다. 윳키는 저녁 먹었으려나. 마리가 부탁했던 것을 생각하면 루카는 이러나저러나 유키에게 가봐야 했다. 루카는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과학기술연구소로 향했다.
"뭐야, 루카인가. 여긴 무슨 일이지?"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히구치가 루카를 보고 성의 없이 물었다. 루카를 별로 의식하지도 않고 있는 듯한 히구치에게 루카가 비장하게 답했다.
"히구밍은 비켜. 난 윳키를 데려갈 거야."
"나 아직 작업이 안 끝났어. 거기 앉아서 조금 기다려."
루카의 선언이 무색하게 유키가 말했다. 단번에 부루퉁해진 루카가 구석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윳키, 나빠. 여기까지 데리러 왔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역시 히구밍이랑 노느라 나에 대한 마음이 식은 건가? 루카가 애꿎은 히구치를 노려보았다.
히구치나 유키나 루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작업을 계속했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일을 했지만, 이따금 서로 불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오류를 수정한 뒤, 다시 개인 작업으로 돌아갔다. 일반적으로 일을 할 때 있을 법한 수준의 교류로, 단순한 직장 동료로밖에 안 보였지만, 기분이 틀어진 루카에게는 그것조차도 거슬렸다.
"그럼 그 작업은 계속 같은 느낌으로 부탁해."
"그 정도야 문제도 아니지. 잘하면 곧 정리되겠군."
"금방 끝나, 윳키?"
"깜짝이야. 언제 바로 뒤로 왔어?"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던 유키가 어깨를 움츠리며 루카를 돌아보았다. 루카는 유키의 등에 스칠 듯이 가까이 붙어, 유키의 어깨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가 바로 붙어있는 루카의 얼굴과 아슬아슬하게 닿을뻔한 유키가 빠르게 고개를 제자리로 돌렸다. 일순간이었는데도 벌써 유키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에 루카는 수런거렸던 심장이 다시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정심을 되찾자, 장난기도 돌아온 루카가 등 뒤에서 와락 유키를 끌어안았다.
"윳키~, 재미없는 일 그만하고 나랑 어른의 불장난을 하자!"
"으아아악! 그그그게 무슨 소리야! 떨어져! 난 바쁘다고!"
그렇게 쉽게 놔줄까 봐? 동요하며 루카를 떨어뜨리려고 애쓰는 유키를 더욱 끌어안으며 루카가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윳키도 사실은 기대하고 있으면서."
귓가에 속삭이는 동안 얼음처럼 굳어있던 유키가 루카의 속삭임이 끝나기 무섭게 거세게 몸부림을 쳤다.
"절대 아니야!!!"
"거기 시끄럽다고. 여긴 연구실이야."
짜증스러운 히구치의 말에 유키가 그나마 평정을 되찾았다. 정말 나답지 못하게 왜 그런 걸까. 부끄러움에 뜨거워진 얼굴을 손부채질로 식히며 유키는 루카에게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루카가 싱글싱글 웃으며 바라보았다. 지금 다 보여. 윳키는 지금 나 때문에 침착하지 못한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런 짓을 하니까. 그것을 새삼스레 느끼고 나자 짜릿한 감각이 루카의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눈앞의 컴퓨터로부터 시선을 떼지도 않고 히구치가 차갑게 말했다.
"이즈미, 너도 지금은 작업할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내일 다시 와. 가면서 카야모리도 꼭 데려가고."
"그래. 방해해서 미안해."
착잡한 표정으로 유키가 걸음을 옮겼다. 루카의 옆을 지나가며 유키가 루카의 팔을 잡아끌었다.
"너도 얼른 나와. 멍하니 있지 말고."
"응, 그래. 히구밍. 내일 다시 올게!"
"오지 마!"
히구밍의 냉대를 받으며 유키와 루카는 연구소 밖으로 나왔다. 왠지 루카에게는 방금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보다도 아름다워 보이는 노을이었다. 아까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는데. 이제 하나둘 별도 보일 때라 그런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려 보지만, 진실은 내면에 있다는 것을 루카도 알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기지개를 켠 루카가 유키에게 말했다.
"윳키, 밥 먹었어? 카페테리아 갈까?"
"그러고 보니까 배가 고픈 것 같네."
"어서 가자. 나도 배고파."
"그럴까?"
카페테리아에 도착해서 각자 식사를 받고 둘은 홀 중앙쯤에 앉았다. 내일의 싸울 힘이 되어주세요. 가볍게 묵념을 한 루카가 젓가락을 뻗어 유키의 반찬을 집었다.
"야, 왜 내 걸 집어먹어?"
"원래 같이 밥 먹을 때는 반찬 나눠 먹기가 제맛이잖아. 윳키도 내 반찬 먹어도 돼."
"나는 지금 별로 돈가스를 먹고 싶진 않아."
"그래? 그럼 잘 먹겠습니다! 얌. 역시 생선은 뭔가 심심하다니까."
"그럼 먹지 말라고…."
평소같은 대화를 하면서도 루카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루카의 기분이 좋은 걸 유키도 느끼고 있었다. 뭐지, 남 방해하는 게 그렇게 즐거웠나? 의아해하면서도 루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키에게도 기꺼운 일이라, 유키는 루카를 탓하지 않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키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카가 물었다.
"윳키는 날 좋아하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움직임이 멎었던 유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럼 예전 팬이었는데 안 좋아하겠어?"
그런 걸 묻는 게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루카는 물끄러미 유키를 바라봤다. 살포시 내려앉은 홍조, 어딘가 어색한 움직임을 루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윳키는 역시 날 좋아하는구나.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껴왔다. 이즈미 유키는 카야모리 루카를 좋아한다. 그 마음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루카도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사실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래서 루카는 이 기분을 입 밖에 꺼내기로 했다.
"나도 윳키를 좋아해."
"푸헉, 헙, 커흑...!"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하면 이렇게 성대하게 반응해주는 유키를 보면서 루카는 방긋 웃었다. 이러니까 좋아한다니까. 가슴을 두들기며 물을 삼키는 유키를 보며 루카가 윙크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바람 피면 안돼?"
"내가 언제 바람을 피웠다고! 아니 애초에 바람이 아니잖아, 우리 사귀지도 않는데!"
새빨간 토마토가 되어서 소리 지르는 유키를 유쾌한 기분으로 감상하며 루카는 돈가스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역시 고기와 윳키는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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