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유키] 진심
2024. 2. 9. 프세터 백업
지금 일본 세라프 부대 기지에서는 한가지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은 점심시간, 31C 부대의 분고가 세계 멸망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항상 하던 역할극이라는 뜻이다―텐네의 약이 부대원들의 식사에 섞여 들어갔고, 지금 그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약의 효과로 모든 세라프 부대원은 진심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아레나 앞 벤치에 앉아있던 이즈미 유키는 방송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옆에는 그녀의 부대장인 카야모리 루카가 자주 그러하듯이 곁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유키는 똑같은 방송을 들은 루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들었어, 윳키? 뭐든 진심밖에 말하지 못한대!”
“왜 신나 보이는 거야. 나는 너한테 진심을 털어놓을까 봐 불안한데.“
무심코 자신의 걱정을 말해버린 유키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오히려 뭐든 물어보고 싶잖아! 낭패감이 서린 유키의 얼굴을 루카가 히죽이며 쳐다보았다.
“뭐야, 윳키. 나한테 숨기는 거라도 있어?”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얼마든지 있지.”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는 입술을 스스로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유키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러면 이 개구쟁이에게 장난감을 쥐여준 거나 다름없었다. 무슨 질문을 할까, 유키는 초조함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유키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며 루카가 말했다.
“그럼 나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을게.”
유키가 눈을 반짝 뜨고 루카를 바라보았다. 차분한 미소에서 따스함을 느끼며 유키가 물었다.
“정말?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응. 윳키가 말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건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주 일상적인 것을 말하듯, 평온하게 흘러나오는 루카의 진심이 유키의 가슴에 닿았다. 루카를 담는 유키의 눈동자는 흔들렸지만, 루카는 바람이나 강처럼 오랜 세월 멎지 않을 것을 말하듯이 확고하게 말했다.
“게다가 윳키라면 말하기 싫어도 꼭 말해야 할 일은 알려줄 거잖아?“
동시에 루카가 환하게 웃었다. 그 눈부신 미소를 보며 유키가 눈을 내리깔았다.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나는.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진심이 유키의 목을 간지럽혔다.
”루카, 나는―“
”그리고 나도 어제 윳키가 아껴둔 한정판 도라야끼 몰래 먹은 거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앗, 말해버렸다.“
갑자기 공기의 온도가 3도 정도 내려간 것 같았다. 유키가 고함을 내질렀다.
“루카!!!”
“으악! 도망쳐!”
그렇게 세라프 부대의 평온한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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