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루카유키] 첫사랑

2024. 2. 3. 프세터 백업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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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윳키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 질문에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없다고 답할 수 있었다. 나는 해커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컴퓨터를 만지는 게 더 편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자신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랑이 아닌 호감이라면 나도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지나는 거리에서 주위의 소음을 지우기 위해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정해져 있었다. She is Legend의 곡. 음악계에 나타나자마자 순식간에 스타가 된 밴드. 이름대로 전설이 될 밴드의 노래를 나는 좋아했다.

매끄러운 기타 연주, 마음에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가 좋았다. 매력적인 목소리도, 아름다운 모습마저도 선망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한 적은 없지만, 내게도 좋아한다는 감정이 있다면 그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했었다.

만약 우리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있었다면 나는 너를 좋아했을까. 너무나 동떨어진 사람이라서 가끔 옆모습을 훔쳐보거나, 복도에서 인사도 없이 스치는 일밖에 없었겠지만, 친구들과 웃고, 앞에 나가 칠판에 답을 적고, 그러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지우개를 빌려주고 "고마워."라고 속삭이는 너를 볼 수 있었다면.

그런 상상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내 안에 남아있었다.

지금은 거리도, 무대도, 학교도 없어지고, 너와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장에 서있는다.

희망이 없는 전쟁에도 일상은 이어져서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이따금 따스한 볕을 받으며 벤치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 너는 스크린 너머로 보던 모습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서 당황하고 휘둘리는 일밖에 없다. 시답잖은 장난에 화를 내고, 바보 같은 말에 반박하고, 그러다 진지해져서 마치 어디로 떠나버릴 듯이 행동하는 너를 나는 소리 높여 붙잡는다.

어느새 크게 자라버린 너의 존재도 나에게는 불안함 뿐이니까.

너를 좋아하는 일 따위 없을 테니까.

그런 마음을 담아 나는 너에게 대답한다.

"그런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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