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A] 신사에 가자
※ 올캐러 논 CP 지향이지만 루카유키, 카렌츠카, 메구타마를 파는 사람이라 관련 요소 있을 수 있습니다.
※ 한국 2차인데 일본 문화 요소가 많아서 괜찮은가 싶긴 하지만 일단 완성했습니다.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신사에 가자."
여느때와 같은 아침 식사 시간, 루카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 아침을 먹고 있던 31A 부대원들이 일제히 루카를 쳐다보았다. 밥을 뜨다만 메구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
"대뜸 뭔소리고."
"오늘은 1월 1일이잖아? 그러니까 신사에 가자."
"긍께 신사가 어데 있다꼬 신사에 가자 하는기가. 신사 따위 없지 않나. 신사는커녕 인류 문명이 폭삭 망했다 안카나."
"아니, 신사는 분명히 있어."
"다시 말하지만 없다 안카나. 있어도 밖은 캔서가 천지삐까리다. 가다가 다 뒈질 일 있나."
"잘 생각해봐, 메구밍. 예전에 훈련받을 때 아레나에서 신사를 만들 수 있었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제. 나~이스 록킹~이구마, 루카."
"후훗, 천재 록스타라고 불러줘."
루카를 무시하고 밥을 먹고 있던 유키가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에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뭐가 나~이스 록킹~이라는 거야! 록은 하나도 안 했잖아! 왜 '천재 록스타라고 불러줘.' 하면서 우쭐해 하는 거야! 그리고 에뮬레이트 된 신사에 무슨 효능이 있냐고! 이거 벌써 두 번째 말하는 거야!"
"종교라는 건 결국 사람의 믿음이 중요한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효험이 있어."
"설령 효능이 있다고 쳐도 나나세가 잘도, '새해 첫 참배 갈 거니까 신사 만들어 주세요.',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주겠다!"
"그건 실제로 말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루카를 유키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 사이, 우아하게 파스타를 돌돌 말아서 입 안에 넣고 있던 츠카사도 씹고 있던 음식물을 삼키고 거들었다.
"나는 찬성이야. 새해 첫 참배라니 기대되는걸! 가끔 엄마랑 같이 갔으니까."
"너야 당연히 찬성이겠지. 언제까지나 어린애니까."
유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츠카사에게 면박을 주었다. 유키와는 정반대로, 들떠서 말하는 츠카사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던 카렌이 덧붙였다.
"나도 좋아. 친구들이랑 신사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얌전히 앉아있던 타마도 재빨리 카렌에게 따라붙었다.
"저도 신사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꼭 가보고 싶어요!"
타마를 다정하게 지켜보고 있던 메구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찬성이데이. 다 같이 새해맞이 제대로 해보자꾸마."
메구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카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만장일치로 결정이네."
"만장일치라기엔 한 명이 빠졌잖아! 명백히 반대 의견인 사람이 하나 있잖아!"
"그럼 윳키는 안 갈 거야?"
"큿.... 또 안 간다고 하면 혼자 남겨지겠지. 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 하지만 나나세가 허락 안 해도 나는 모른다?"
"걱정 마,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웬만하면 그런 데에 힘을 빼지 않았으면 하는데.... 뭐, 그것도 평소대로인가."
마지못해 유키도 찬성했다. 그렇게 한마음이 되었다는 든든한 기분으로 31A 부대원 여섯은 식사를 마치고 아레나로 향했다.
아레나에는 언제나처럼 나나세 나나미가 있었다. 루카는 바로 나나미에게 말을 걸었다.
"나나밍, 신사를 에뮬레이트해줘."
"그건 무엇 때문이죠?"
"새해 첫 참배를 하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에뮬레이트 하겠습니다."
흔쾌한 대답에 유키가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되는 거야?! 사령부가 그래도 돼?! 단순히 '신사를 에뮬레이트해주세요.', '왜죠?', '새해 첫 참배를 하려고요.'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되는 거였냐고! 이렇게 사적으로 군 시설을 이용해도 괜찮은 거야?!"
유키의 강렬한 태클에도 한치의 미동도 없이, 평소와 같은 담담한 표정으로 나나미가 말했다.
"훈련을 위한 거라면 괜찮습니다."
나나미의 깔끔한 대답에 유키가 물었다.
"어? 그 말은 캔서도 나온다는 소리야?"
"물론입니다."
"다들 그래도 괜찮아?"
31A를 돌아보고 묻는 유키에게 한 명씩 차례로 대답했다.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어."
"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잖아."
"열심히 싸워서 신사에 도착하면 더 각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
"이제 웬만한 캔서는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데이! 다 덤비라 캐라!"
"이건 이미 이긴 싸움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었다. 벌써 캔서와 싸울 태세가 갖춰진 나머지 부대원들을 보고 유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러면 어쩔 수 없네. 그렇게 할게."
"그럼 지금부터 에뮬레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신사 1,000m 전방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다들 전투태세!"
나나미의 구령에 맞춰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세라프를 소환해 들었다. 이로써 31A는 신사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신사를 향해 앞으로 800m. 소형 캔서들을 순조롭게 해치우며 31A는 전진하고 있었다.
"2시 방향! 원거리 공격이야!"
"이거나 먹어랏!"
"포위되지 않게 조심해!"
"알았어, 대형을 유지할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그들은 능숙하게 적을 없애나갔다. 이제는 완전히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연계였다. 유키는 이 정도면 걱정할 것도 없겠다 생각하며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그때, 커다란 포효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12시 방향, 정면에 중형 캔서!"
긴장한 시선들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모였다. 그리고 천천히 수풀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형체를 확인한 유키가 큰소리로 외쳤다.
"니들 버! ...드?"
평소에 보던 형태와 조금 다른 니들 버드를 보고 의문형으로 말을 마친 유키에 이어 나나미가 말했다.
"하고이타 버드입니다."
"뭐야, 하고이타 버드는?! 언제부터 니들 버드가 일본 전통 놀이 문화의 일부분이 된 거야?!"
"새해 기념으로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그게 뭔데?! 이게 무슨 게임이야? 아무리 게임도 적의 바리에이션 스킨을 출시하진 않아! 아니, 물론 출시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정작 싸우는 우리는 기본 복장인데 적만 꾸며서 뭐에 쓰냐고!"
"하고이타 버드와 하네츠키를 즐겨주세요."
"캔서랑 무슨 하네츠키를 해! 맞으면 DP 한 번에 없어지잖아!"
"여기선 나의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루카에게 유키가 토를 달았다.
"그러니까 캔서랑은 하네츠키를 못한다니까?"
"저기봐!"
카렌이 하고이타 버드를 가리키며 외쳤다.
"하고이타 버드가 하고를 모으고 있어!"
"이제 완전히 그 명칭으로 굳어졌구만. 하고를 모으는 건 뭔데. 아니, 확실히 평소에 기를 모으듯이 하고를 모으고 있긴 한데."
"자, 간다!"
아까 비장하게 했던 말을 실현하겠다는 듯이, 루카가 기를 모으는 하고이타 버드 앞으로 뛰쳐나왔다. 아까부터 태클을 걸던 유키도 혀를 차고 루카를 엄호할 태세를 갖췄다. 그때, 메구미도 세라프를 다잡고 앞으로 나섰다.
"루카, 니 혼자 폼 잡는 건 용서 못한데이! 내도 간다!"
"응, 메구밍! 같이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를 날리자!"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라고 하고 있는데, 뭐야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는. 요즘 스포츠 만화도 그런 촌스러운 기술명 안 써. 그리고 전혀 록하고 있지 않잖아."
"받아라!"
유키의 군소리를 뒤로하고 루카와 메구미가 뛰어올랐다. 공중에 떠있는 루카와 메구미를 향해 하고이타 버드가 하고를 조준했다. 잠깐, 지금 위험한 거 아닌가? 위기감을 느낀 유키도 루카와 메구미가 다치기 전에 캔서를 처치하기 위해 포격 태세를 갖췄다.
"록스타로서 왔는데 말이지,"
"인기곡 차트 급상승 뒤 급하락,"
마침내 하고이타 버드가 모았던 하고를 발사하고, 그 공격을 정면에서 세라프로 막아낸 루카와 메구미가 동시에 외쳤다.
"넌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라고!"
"그것이 바로 필살 전설의 록킹 스파이크데이!"
빠른 속도로 낙하하며 하고를 튕겨낸 루카와 메구미가 하고이타 버드에게 일격을 날렸다. 찢어질 듯한 고성과 함께 하고이타 버드가 쓰러졌다. 격렬했던 공중에서의 공격 동작과 달리 사뿐하게 착지한 루카와 메구미가 뿌듯한 표정으로 부대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야, 별거 아니었네."
"이 정도는 아침 준비운동도 안된다."
"멋있는 척하고 있지만 너희 기술명 진짜 촌스러웠으니까. 멘트 자체가 구렸으니까."
눈을 가늘게 뜨고 타박하는 유키에게 루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일격에 쓰러뜨리는 모습은 멋있지 않았어?"
"그건 뭐, 대단했어. 확실히 많이 성장했구나."
"이제 우리 앞을 막아설 캔서는 없어. 자, 계속 나아가자!"
31A는 계속 앞길을 막아서는 캔서들을 무찌르며 신사를 향해 갔다.
신사를 향해 앞으로 500m. 또다시 커다란 포효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1시 방향! 가까운 곳에 중형 캔서가 있어!"
"또야?"
눈살을 찌푸리고 전투 자세를 잡는 유키 옆에서 루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캔서든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순 없어."
"고작 신사에 가는 건데 왜 이렇게 비장해."
이윽고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캔서를 보고 유키가 나지막이 말했다.
"다이아몬드 아이... 같지만 이번에도 뭔가 형태가 다르니까 이름도 다르겠지."
유키의 말에 나나미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토시코시 소바 아이입니다."
"토시코시 소바 아이는 또 뭐야. 저기에 무슨 소바 요소가 있는 거야. 그냥 새우튀김 모양이잖아. '토시코시 소바에서 소바는 빼주세요.' 잖아. 아니, 소바 말고도 애초에 튀김밖에 없잖아. 그냥 프라이드 쉬림프 아이라고 해."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 버전 투입니다."
"나왔다, 새해에 적 디자인만 공들여서 개그 요소를 노리고, 정작 메인 컨텐츠는 업데이트하지 않는 망겜 같은 설정."
중얼거리는 윳키 뒤에서 츠카사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왔다. 런웨이를 걷는 듯한 사뿐한 걸음걸이였다. 결 좋은 금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모두가 주목한 가운데 츠카사가 말했다.
"토시코시 소바는 에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해. 메밀은 다른 면류에 비해 잘 썰리기 때문에 1년의 액운을 끊어낸다는 염원을 담아 먹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
"츠카삿치!"
"호오, 잘 알고 있지 않나, 첩보원."
"카렌쨩!"
세라프를 든 순간부터 튀어나와 있던 카렌쨩이 말했다.
"메밀국수는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어. 첩보원, 너도 꼭꼭 씹어먹어라. 뚝뚝 끊기도록 말이지."
"끊긴다는 게 내 목숨은 아니지?!"
갑자기 두려움에 떠는 츠카사를 두고 카렌쨩이 세라프를 치켜들었다.
"자, 그럼 저 녀석의 숨통을 메밀처럼 끊어볼까! 첩보원! 엄호해라!"
"으응! 갈게!"
토시코시 소바 아이가 기계음 같은 소리를 내며 메밀색 레이저를 내뿜었다. 촘촘히 쏟아지는 공격을 민첩한 몸놀림으로 피하며, 카렌쨩이 재빠르게 캔서와의 거리를 좁혔다. 후방에 있던 츠카사도 공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 피해 토시코시 소바 아이를 세라프로 조준했다.
"보내라!"
"총과 피부 관리는 확실하게,"
카렌쨩의 낫 형태의 세라프가 날카로운 빛을 품고 번뜩였다. 레이저 공격이 닿기 전에 먼저 카렌쨩이 캔서의 급소로 파고들고, 츠카사의 세라프가 화려하게 빛나며 캔서에게로 쏘아졌다.
"록스타에게 피 튀기는 록킹 스파이크를!"
"그것이 바로 록킹 스파이크!"
"록킹 스파이크를 아직도 하는 거야?! 촌스럽다고 말했잖아! 이미 세 번째 말하고 있다고! 제발 좀 버려!"
유키의 고함과 함께 토시코시 소바 아이가 쓰러졌다. 거대한 형체가 사라지고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동시에 낭랑한 나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띠리링띠링."
"뭐야, 그 효과음."
"적을 물리친 용사를 축복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게임이 아니라고. 현실이라고. 아니 이건 버추얼이지만, 실제 훈련이라고."
유키가 나나미와 티격태격하는 사이, 루카가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부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전력을 다해 나아가자."
짐짓 멋있는 태도를 보이는 루카의 앞에서 타마가 소리를 질렀다.
"어라?! 아직 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요! 캐안습이에요! 이러다간 세라프 부대원에서 짤릴 거야!"
"걱정 마, 오타마님. 오타마님 말고 윳키도 아직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그럴 리가.... 어라?! 다시 떠올려보니 나 정말 전투 보조와 태클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 뭐냐고, 연예인도 아니면서 태클에만 전념하다니 진짜 세라프 부대원 실격이잖아!"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직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 버전 쓰리가 있으니까요."
"그래?! 정말 다행이다! 근데 왜 굳이 세 가지나 넣어놓은 거야. 나나세, 너도 한가해?"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캔서 더 뉴이어 뭐시기를 만드는 건 한가한 사람들이나 할 짓이니까."
유키가 딴죽을 거는 것을 지켜보던 루카가 타마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루카가 어르듯 타마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꼭 오타마님이 전공을 세우도록 해. 우리가 기회를 줄 테니까."
"루카 씨...."
다정한 말에 타마의 얼굴에 감동이 서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구미도 한발 나서서 말했다.
"어이, 타마!"
"네, 넵!"
"걱정 말그래이. 후방에서 우리가 지켜줄기다. 너는 걱정 말고 캔서를 해치우라."
"메구미 씨.... 네! 꼭 다음에는 제가 캔서를 토벌하겠어요!"
"믿음직스럽구마. 타마만 믿는데이."
"헤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31A 부대원들이 다 함께 미소 지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어이, 왠지 난 잊지 않았어? 나는 어쩌라고."
"물론 윳키도 함께지. 윳키와 오타마님이 협공하면 우리가 뒤에서 지켜줄게."
"진작 그렇게 말해. 오해할 뻔했잖아."
그렇게 부대원들의 결속을 확인한 31A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새해를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신사를 향해.
신사를 향해 앞으로 200m. 다시 한번 커다란 포효가 숲 속에서 들려왔다.
"드디어 나온 건가.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 버전 쓰리가."
긴장이 느껴지는 유키의 말에 뒤이어 나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대로입니다.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 버전 쓰리."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비스 노커처럼 생겼지만, 어딘가의 산을 많이 닮은 모습의 캔서였다.
"후지 마운틴 노커입니다."
"후지산을 노크하면 큰일 나잖아. 산사태잖아."
또다시 타박하는 유키를 두고 루카가 타마에게 외쳤다.
"가, 오타마님! 여긴 우리가 막을게!"
"네! 불초 쿠니미 타마! 여기서 캔서를 쓰러뜨리겠습니다!"
"앗, 나도 가야 했지. 타이밍 놓칠 뻔했다."
후방에서 발포 준비를 한 유키가 캔서를 조준했다. 동시에 검 형태의 세라프를 고쳐준 타마가 스프링에서 튕겨져나가듯 고속으로 캔서에게 접근했다.
"기다리게 했군,"
"팬 여러분, 길을 열어주세요...,"
둘의 세라프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거대한 빛이 후지 마운틴 노커를 삼켰다.
"록스타란 록킹 스파이크가 옵션인 법이라서 말이야!"
"이 록킹 스파이크의 길을!"
필살 대사를 말한 유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아니, 어느새 나도 록킹 스파이크라고 하고 있잖아! 나도 물들어 버린 건가?! 혹시 지금 유행하는 병이야?! 그놈의 록킹 스파이크!"
유키의 필사적인 외침과 함께 후지 마운틴 노커가 쓰러졌다. 산산이 흩어진 캔서의 파편을 바라보며, 타마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냈다!"
"잘했다, 타마!"
"멋졌어, 오타마님."
"역시 전직 함장!"
"정말 눈부신 활약이었어."
열렬한 찬사가 타마에게 쏟아졌다. 헹가래라도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키가 한마디 던졌다.
"너희 지금 또 누구 한 명 잊어버리고 있지 않아?"
"물론 윳키도 멋졌어. 나~이스 해킹~!"
"해킹은 안 했다고."
마지막 캔서 더 뉴이어 에디션을 쓰러뜨린 31A는 순조롭게 나아가 신사에 도착했다. 에뮬레이트 되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훌륭하게 신사를 재현하고 있었다. 신사의 입구에서 루카가 모두를 돌아보고 말했다.
"다들 수고 많았어."
부대원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고 루카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입대식 때부터 지금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도 그만큼 많았고, 무엇보다 너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분명 너희 덕분이야."
푸근한 미소를 부대원들에게 보이며 루카가 말했다.
"지난 한 해, 함께 해줘서 고마워. 새해도 힘차게 가보자."
누군가 신호를 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모두의 손이 한곳으로 모였다. 손에 손을 얹고, 일제히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31A가 외쳤다.
"31A, 화이팅!"
구령을 마치고 흐뭇하게 신사를 향해 걸어가는 31A의 뒤에서 유키가 홀로 중얼거렸다.
"무슨 전국 대회 나가는 스포츠 동아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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