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루카유키] 빗소리

2024. 2. 2. 프세터 백업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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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페테리아 앞에 있어. 데리러 와줘.]

전첩을 터치해서 린네를 보낸다. 답장은 안 봐도 괜찮을 테니까 송신을 마친 전첩은 주머니에 넣는다.

처마 밖으로는 겨울답지 않은 장대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축축한 한기를 몰아내려고 나는 팔짱을 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춥다. 하지만 이제부터 기다리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미소가 빙그레 떠올랐다.

기다리고 수 분도 지나지 않아 우산을 들고 뛰어오는 윳키의 실루엣이 보인다. 빗속을 뛰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은 젖어 뺨에 붙었고, 검은 니하이는 짙게 물들었다. 내 앞에서 숨을 고르는 윳키를 향해 내가 말했다.

"윳키, 야해."

"제일 처음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시끄러운 고음에 내가 배시시 웃는다. 역시 잔소리하는 윳키의 목소리, 듣기 좋아. 못마땅한 얼굴로 윳키가 이어서 따졌다.

"일기예보에 비온다고 알려주면 우산을 챙기란 말이야."

"미안, 미안."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생각도 없이 윳키의 우산 밑으로 뛰어들었다. 윳키가 내 몫의 우산을 따로 건네주어도 받지 않았다.

"둘이선 좁잖아."

"그럼 꼬옥 붙어서 가면 되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윳키의 팔에 내 팔을 감았다. 순간 움찔하는 윳키를 느끼자, 만족감이 가슴을 채웠다.

"너는 정말…."

흘기는 시선을 느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 윳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쏟아지는 빗소리. 찰박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나란히 울리는 고동. 기분 좋은 삼중주가 내 안에서 음악이 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층 윳키에게 몸을 기울인다. 고개가 윳키의 어깨에 닿아 심장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이렇게 추운데도 맞닿은 피부의 온도만은 따뜻했다.

시선을 앞으로만 고정한 채 걸음이 어색해진 윳키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실은 말이지, 윳키, 나도 우산을 가지고 나왔어.

하지만 내가 부탁한다면 어김없이 나를 마중 나와줄 윳키가 보고 싶어서.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는 우리 둘만이 걷고 있었다.

부디 이 빗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이 시간이 멈추기를.

이뤄지지 않을 바람을 품고 더욱 몸을 기울인다.

달콤하다기엔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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