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유키] 미지의 재회
우주비행사 이즈미 유키 AU
“원, 투, 쓰리, 체크 오케이. 해치 개방합니다.”
하얀 벽이 열리고 검고 반짝이는 우주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중심을 잡기 어려운 무중력 상태에서 공기를 분사해 앞으로 나아간다. 고개를 돌리면 우리의 푸른 행성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거기서 반대편을 향해 무수하게 빛나는 천체를 바라본다.
분명 감탄해야 마땅할 광경인데도 내 심장은 침착했다. 오히려 고동은 낮게 가라앉았다. 기대감이 식고, 알 수 없는 실망이 스쳤다. 내가 지구에서 바랐던 조우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 다르냐고 하면 그것만이 모호했다.
우주비행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나는 그 무렵에 밴드를 하고 있었다. 원래 해커였던 내가 어째서 밴드를 시작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드럼이고, 기타가 아이카와, 베이스가 쿠니미, 키보드는 토죠, 보컬이 아오이, 그리고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퍼포먼스 담당으로 아사쿠라가 있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밴드 활동에 무척 빠져있었고, 우리의 밴드는 전 세계에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도 끌었다. 중간에 보컬에서 아오이가 빠지고 인스트루멘탈 밴드가 된 뒤에도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밴드 활동은 갑자기 중지되었다.
그 일로 내가 꽤 힘들어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매일 누군가와 이별하는 아스라한 꿈에서 깨어나 젖은 뺨을 훔치는 아침이 이어졌다. 누군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 안에서 부풀어 올라 가슴 한가운데를 차지한 사람. 한없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꿈에서 깨어나면 나는 그 실체 없는 사람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처는 아물어갔고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그때부터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었다.
우주에는 관심이 없었다. 별도, 밤하늘도, 자세히 규명되지 않은 암흑 물질에도 흥미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외계인의 존재에 집착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거리는 고작 달밖에 닿지 않는다는 사실, 태양계조차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주에 가자. 나는 거기에만 몰두했다.
대학에는 쉽게 합격했다. 원래 나쁘지 않은 머리였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매일 연구와 학습에만 매진하는 나날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연애도, 여행도 관심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고등학생 때부터의 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그래도 모르는 채로 좋았다.
그런 시간을 딛고 나는 우주에 있었다.
한없이 고요한 공간에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왼쪽에는 푸른 행성, 지구가 있었고, 그 주위로 검은 우주가 어디까지나 이어져 있었다. 그 광활한 공간에서 나는 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내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과는 달랐다.
아득한 실망에 젖어있을 때, 반짝이는 금색이 다가왔다.
소녀는 검은 공간을 가르고 내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눈부신 금발, 눈매가 도드라진 둥근 적안,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팔다리가 그대로 드러난 채로 소녀는 우주 공간을 유영했다.
쉽게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고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왔냐고 다그치고 싶었다. 가라앉았던 심장 소리가 천천히 높아졌다.
소녀는 마침내 내게로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윳키’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눈꺼풀 사이에서 솟아오른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나갔다.
‘보고 싶었어.’
가슴에 스미는 목소리에 내가 미소 지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마음을 담아 나도 속삭였다.
나도 보고 싶었어.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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