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루카유키] 이즈미 유키 생일 기념글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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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즈미 유키의 생일은 9월 17일입니다.

생일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가족들도 각자 바빠서 없는 듯이 지나가는 날이 많았고, 친구들한테 선물을 받아도 진정으로 갖고 싶은 것은 물질적인 게 아니어서 오히려 부담감만 들 뿐이었다.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을 고맙다고 느끼면서도 마치 다른 누군가가 불렸어야 할 파티에 잘못 초대된 것처럼, 내 생일인데도 나를 위한 날이 아닌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굳이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31A 부대원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아침을 먹었다. 거기에 서운함은 느끼지 않았다. 입대식이 있었던 봄부터 지금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부대원의 생일을 축하한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애들도 굳이 생일을 축하받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6월에 있었던 루카의 생일만은 알고 있었지만, 루카도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나도 굳이 말하지 않고 조용히 흘려보냈다. 그렇게 모르는 듯이 남의 생일을 넘겼으면서 나만이 축하받기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 몇 안 되는 휴일이라 아침 식사가 끝나자, 31A는 각자 할 일을 찾아 흩어졌다. 나는 미리 정해둔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벤치에 앉아서 GOONG-DI의 설정이나 기능을 개선해 볼까 하고 있었다.

"윳키, 잠깐만."

"응?"

"같이 스튜디오 가지 않을래?"

"라이브 연습하려고? 그러려면 다른 애들도 불러야지."

"아니, 라이브 연습은 아니야. 윳키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뭐길래 그래."

"가서 보여줄게. 빨리 가자."

그러면서 루카는 내 손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랐지만 애써 침착하려고 애쓰며 루카를 따라갔다. 그렇게 잡아끌지 않아도 따라갈 텐데. 조급한 손길이 나를 끌어당겼다. 평소라면 소란스럽게 말을 걸었을 루카는 입술을 꾹 다물고 나를 잡아끌고 있었다. 조금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기대를 억누르는 어린아이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스튜디오라. 정말 뭘 하려고 하는 거지.

루카에게 이끌려 도착한 스튜디오에서 루카는 의자를 빼고 거기에 나를 앉혔다.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시선을 맞춘 루카가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서 지켜봐 줘."

그리고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기타를 매고 앉았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쯤 되면 루카가 뭘 하려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나는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을 억눌렀다. 예전부터, 카야모리 루카를 안 순간부터 좋아했던 모습이니까 당연히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루카를 바라본다. 튜닝을 하는 모습마저 멋있었다.

잠깐의 조정을 마친 루카가 곧이어 허밍과 함께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노랫소리. 부드러운 기타의 선율. 귀에 새겨지는 멜로디. 마음속에 울리는 가사. 루카와 만나기 전에도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카야모리 루카였다. 그 시절에 내가 알던 쿨한 이미지와 지금 알고 있는 루카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카야모리 루카가 좋았다. 오히려 함께 싸우고 웃고 떠들고 하는 사이에, 단순한 팬으로서 좋아했던 것보다 더 짙은 감정으로 루카가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부디 곁에 있어 줘.

그저 가사에 지나지 않을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말로 전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렇게 할 문장이었다. 너는 그저 노래로써 불렀을지 몰라도 나는 진심으로 네 곁에서 계속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말로는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할 말을 속에서 되뇐다. 이미 몇 명이나 죽어갔던 전쟁터에서는 이루지 못할 소원이라도, 목숨이 끝나는 날까지는 옆을 지킬 거라고 마음속에 이미 새겼다.

루카의 연주가 끝나고 나는 루카에게 가볍게 박수를 쳤다. 무언가 후련한 얼굴로 루카가 기타를 내려놓았다.

"생일 축하해, 윳키."

"알고 있었어?"

"예전에 나나밍한테 물어봤어. 윳키 생일은 언제냐고. 그러고 보니 내 생일이구나, 생각하니까 윳키 생일이 궁금해져서."

"고마워…. 나도 네 생일 알고 있었는데 축하해주지 못했어. 미안."

"괜찮아. 대신 내년에 배로 받을 거니까."

"뭘 바랄지 두려운데."

"윳키는 바라는 거 있어? 생일 선물."

"지금 부른 노래가 선물 아니야?"

"아니. 생일에는 원래 노래를 부르는 거잖아."

"원래 부르는 노래는 그 노래가 아니잖아. She is Legend의 기타 보컬 카야모리 루카의 노래인데, 그 정도면 충분한, 아니 과분한 선물이야."

"음~, 그래도 뭔가 주고 싶은데!"

끙끙 소리를 내가며 고민하는 루카를 즐거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말 내년 루카의 생일에는 뭐든지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일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 버리다니 팬 실격 아닌가. 팬 이전에 친구로서도 실격이다. 이왕에 31A 전원을 모아서 생일 파티를 해주는 것도 좋을지도. 그러면 여섯 명 전원의 생일을 챙기게 되겠지만, 이젠 다들 소중한 동료니까 그것도 즐거울 것 같다.

어느새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되었다. 이렇게 된 것도 31A, 그리고 루카를 만나서겠지. 지금은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다.

"아!"

"정말 애써 고민해서 뭔가 주지 않아도 돼."

"나를 줄게."

"뭐?"

루카가 팔을 활짝 벌렸다. 얘는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 그렇고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 설마. 마음을 추스르려고 안경을 고쳐 썼다.

"너, 그렇게 대충 말했다가 내년 내 생일이 되면 또 뭘 주려고."

"음, 그때도 나?"

"야."

"그럼 이렇게 하자. 지금부터 내 1년을 윳키한테 줄게. 1년 동안 계속 윳키 곁에 있을 테니까, 내년 윳키의 생일이 되면 다시 이렇게 축하하자. 그럼 됐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1년을 약속한다. 말이 1년이지, 그렇게 말하면 1년에 1년을 더해, 몇 번이고 한 해를 쌓아 영원을 주겠다는 말이 되잖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인데도 그런 엄청난 고백을 하는 루카가 어이없다. 하지만 이런 루카를 나는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정말 어쩔 수 없네."

쑥스러움을 감추려 딱딱하게 대답하는 나에게 루카가 활짝 웃어 보였다. 개구쟁이 같은 앳된 미소.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결국 따라 웃어버리게 된다.

"앞으로 1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사라져 버리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앗, 무서워. 약속할게.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하는 루카의 손을 꼭 잡았다. 한 해, 그리고 다시 한 해. 그렇게 시간을 이어서 부디 영원히 이 손을 놓지 않도록. 그렇게 하늘에 바라며, 나는 오래도록 루카의 손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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