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사쿠] 어느 아침
하윤님이 신청하신 골드커미션
티르코네일의 '베인'은 의외로 규칙적이고 성실한 생활루틴의 소유자였다. 잠을 자는지 자지 않는지-물론 다난인 만큼 수면을 취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쿠야 몫의 아침식사까지 준비한다. 아침잠이 많은 사쿠야를 어르고 달래 식탁 앞에 앉히고는, 아침을 먹어야 하루가 원만히 굴러가는 법이라며 감자스프를 크게 한술 떠서 사쿠야의 입가에 가져다대곤한다. 반쯤 감은 눈으로 사쿠야가 스프를 받아먹으면, 옳지 하고 다정하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비몽사몽간에도 여간 적응이 안 되는 일이 아니다. 냄비에 바글바글 끓인 커피의 향기가 코끝을 감돈다.
"미안해 그대. 거름망으로 쓸 종이가 떨어진 것을 잊고 있었어. 말콤 그자가 가게를 좀 더 일찍 열면 좋을 텐데 말이야."
"이 작은 마을에서 가게 좀 일찍 연다고 장사가 더 잘 되는 것도 아닌데...너무 괴롭히지마."
그의 손에는 커피가 두 잔 들려있다. 제 몫의 커피잔을 받아든 사쿠야는 후후, 조금 식히려는 듯 입김을 불었다가 천천히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커피가 넘어가자, 그제서야 사쿠야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모습이 언제봐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베인은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대, 오늘은 뭘 할 예정인가?"
"글쎄, 너는?"
"그대가 하기에 달렸지. 그대가 또 하루 종일 던전에 있는다고 하면, 나름대로 열심히 이것저것 하며 하루를 보내겠지만."
"내가 오늘은 집에서 푹 쉰다고 하면?"
"그대를 끌어안고 하루 종일 집에서 쉬어야지."
" 어라, 내가 있는 게 더 안 좋은 거 아니야?"
나의 그대는 참 짖궃기도 하지, 손을 뻗어 사쿠야의 뺨을 손등으로 쓰다듬은 베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그대가 쉰다고 하면, 점심은 그대가 먹고 싶다던 샌드위치를 만들까. 그대가 빵을 살짝 구운 것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고, 양파와 삶은 계란과 잘게자른 베이컨을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속에 넣고."
"내가 먹을 거만 주면 쉽게 낚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맛있겠다. 그러자."
"그대가 잘 먹는 걸 보면 나도 기쁘네. 음식 만드는 연습을 하는 보람이 있어."
베인의 생활루틴은 사쿠야만 관련되면 불규칙해지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의 사쿠야는 그게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하고 오래 붙어있고 싶어하는 게 뭐가 안 좋은 일이라고.
맛있는 아침. 뜨겁고 향기로운 커피. 사랑하는 연인.
참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라고, 사쿠야 스칼렛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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