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님네 스칼렛가

[베인사쿠] 멍멍멍

부제: 불멍 물멍 그대멍





  "너...왜 나를 그렇게 쳐다봐?"

물론 그의 배우자가-정식으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약식으로 둘만의 맹세는 했으므로, 분명 그는 사쿠야의 배우자였다-하릴없이 사쿠야를 바라보기만 하는 게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그정도가 심했다.

"그대가 취미를 좀 가져보라고 하질 않았나. 나름대로 요즘 밀레시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취미를 좀 알아봤지. 그대가 가져다 준 책을 제법 열심히 읽었어."
"아니, 행동이 바뀐 게 없잖아. 브라우니한테 물어봤는데 오늘도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했다며."
"아니네. 우리 집을 지키는 요정은 좀 멍청한 듯 하군. 나는 하루종일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네."

안 그래도 오늘 던전을 여러 바뀌 돌았는데도 얻은 게 없어 피곤한데, 베인의 헛소리까지 들어줘야할까? 사쿠야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는 그의 배우자를 사랑했으므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 어디 이야기 좀 들어보자. 뭐 했어?"
"오랫동안 노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보고 있었지."
"...잠깐만."
"불멍이라고 하네. 그리고 나선 자리를 옮겨 한참을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들을 보고 있었지."

사쿠야는 이마를 짚고 쓰러지고 싶었다. 제 반려가 어이가 없어서 입을 헤 벌리거나 말거나, 베인은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물멍이라네."
"...그래서, 지금은?"

입꼬리를 휘며 미소를 지은 베인은 사쿠야의 앞으로 걸어와 그의 뺨에 오른손등을 얹었다. 베인이 새로 만든 취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그대멍, 이라네."

한숨이 나올 정도로 감탄할만한 응용력이라고, 사쿠야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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