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타 드림 1

박병찬, 성준수, 최종수, 기상호 네임리스 드림

모든 2차 연성은 망상과 날조, 캐붕, 뻔뻔함 그리고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읍슴체의 썰 형식입니다.

퇴고 X, 비문 O, 욕설 O

네임리스 드림 특성상 '나'로 표기합니다.


박병찬

- 어제 술자리에서 키스한 거 들었어요?

술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나랑 박병찬네 과 사람들임. 너네 그렇게 잘 마신다며~?? 쫄? 가보자고. 의 흐름으로 인해 술을 진탕 마심.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침대에서 정신 차리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남. 핸드폰 찾아서 과 톡방부터 확인하는데 아침 8시, 해장하러 간 국밥집에서 소주도 같이 마시는 선배들 사진이 올라옴. 이건 우리 과가 이겼다. 답장까지 할 생각은 없어서 그냥 밀린 부분부터 눈으로 쓱 훑다가 어제 그 술자리에서 누가 키스 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림. 중간에 지워진 메지가 많아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음. 뭔가 이상하긴 한데 기억이 안 나는 걸 봐선 내가 잔뜩 취해있을 때나 집에 돌아갔을 때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함. 이런 재밌는 일이 있었다니!

같은 공간에 있기는 했었던 박병찬한테 연락이 와 있었음. 어제 인사도 간신히 해서 아쉬웠는데. 씻고 나와서 얼굴 물기 닦으며 답장함.

[여우 캐릭터가 손 흔드는 이모티콘]

[저 지금 일어났어요...]

[속은 괜찮아?]

원래 농구 하느라 연락 확인 잘 안 하는데 웬일이지.

[그럭저럭...? 역시 듣던 대로

운동하는 사람들 주량 대단하던데요;]

[그래도 저희 과가 이겼어요.]

[이 사람들 8시에 국밥에 술 마심]

[우리 애들도 거기 있을 걸?]

[헐... 말도 안 돼.]

[뭔 이상한 캐릭터가 웃는 이모티콘]

그가 보낸 이모티콘을 보니 처음 연락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여우 캐릭터 이모티콘만 써서 박병찬이 물어봤던 거 생각남.

"귀엽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오빠 닮아서 샀어요."

"나?"

아무 말 없더니 뭔 이상한 캐릭터가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갑자기 보내길래 뭐냐고 물었다가 나 닮아서 샀다는 대답 들음. 닮... 았다고? 묘하긴 했으나 기분 나쁘진 않아서 그냥 서로 사용하기로 했음. 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근데 어제 누가 ㅋ키스 했다면서요?]

[와.. 나였으면 바로 휴학 신청했다.]

[그 둘 누군지 알아요?]

[놀리려는 건 아니고 저 없을 때 있었던 일 같은데]

[축하는 해줘야할 것 같아서 ^^]

[여우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이모티콘]

입꼬리 씰룩거리면서 아~ 재밌다 생각하고 있었음. 우다다 보낸 문자를 박병찬이 바로 읽었음. 아까랑 다르게 이번 답장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아서 어... 혹시 그 당사자 중 한 사람인가 싶어짐. 아니겠지? 그냥 주변에 물어보느라 그런 건가? 술이 덜 깬 머리를 열심히 돌림.

응 사실 나야. 키스한 그 애랑은 정신 차린 오늘부터 1일 하기로 했어, 라고 말하는 박병찬의 모습 상상하다가 이건 좀... 하고 고개 저음.

30분 같던 1분이 지나고 문자가 옴.

근데...

[ㅎㅎ]

[그거 너랑 난데]

[네? 그거 무슨소ㅗ리]

[아 오타;]

[장난?이죠?]

[놀리는 거??]

[기억 안 나?]

핸드폰 던지고 기절... 이 아니라 사실 기절하고 싶었는데 머리 뜯느라 기절 못 함. 던진 핸드폰에서 진동 울리길래 사실 장난이었다면서 대충 사과하는 문자이길 기도함. 그러면 울음 참으면서 아 괜찮죠~ 하고 넘어갈 생각이었음. 확인하니까 문자가 아님, 전화임...

발신자 준향대 수지.

저, 전화로 오해 풀어주려고 하나보다. 전화하는 거 진짜 손꼽을 정도로 귀하단 말임. 내가 답장도 안 하고 너무 놀란 것 같으니까 딱딱한 문자 말고 다정한 말로 달래주려고 하나보다. 하하 못 말리는 유죄 인간이라니까.

아무렇지 않게 받으려고 했는데 "여보세요?"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10m 거리에서 들어도 덜덜 떠는 목소리임. 장난이라 말해달라고 빌었던 것과는 다르게 "나 이제 어떡하지?" 하는 박병찬. 그 말에 놀라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도 까먹고 멍청하게 물어봄.

"왜요?"

"소문 다 났는데 네가 자꾸 휴학한다고 해서."

"..."

"정말 휴학할 거야?"

이제 빼도 박도 못함. 진짜 해버린 거냐? 입만 뻐끔거리면서 아무 말도 못 하니까 박병찬이 이름 부름. 그제야 뭐라도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듦.

"죄송해요. 젯, 아... 제가 오빠한테 억지로 키스해서... 아무리 술 취했어도 그런 짓 하면 안 되는데... 아... 으, 진짜 죄송합니다.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어떻게든 피해 안 가도록 할게요. 다... 마무리 하면 그때 휴학할-"

"억지로 아닌데?"

"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짐. 사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리도 안 된 말 내뱉는데 박병찬이 말 끊음. 한 번도 대화하면서 말 끊은 적 없어서 정신이 확 드는데 박병찬이 하는 말이 뭔가 이상함.

"그리고 내가 했어."

"예?"

무슨 소리야.

나한테 키스를 왜 해.

이 오빠도 아직 술 안 깬 거 아냐? 멍청하게 되묻는 것 말고는 당황해서 아무 말 안 하니까 박병찬이 다시 말했음.

"네가 키스 하자고 해서, 내가 했다고."

"..."

"기억 못하는 게 괘씸해서 장난치려고 했던 건데... 울었어?"

"우, 울기는... 킁. 그러니까 제가 키스를? 하자고 했는데... 오빠가 해줬다고요? 하하... 그, 그러면 진짜 억지로 한 것도 아니고... 서로 그 뭐냐 합의하고 했으니까... 이제 어쩌죠?"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충격요법인지 뭔지 나왔던 눈물 쏙 들어감.

"휴학 안 할 거지?"

"... 그래도 할래요."

"나 두고?"

"아니, 제... 가 그런 개,,, 스어리를 한 게 잘못이긴 하지만 그쪽이-"

"그쪽? 어쭈. 이젠 오빠라고 안 부르기로 한 거야?"

"박병찬 선배님께서 제 말을 무시하셨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텐데? 요."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았음. 과 끼리 술 마시다가 키스했다고 소문나도 신경 안 쓸 정도의 쾌남이라는 건가 이 남성은? 나만 너무 힘들게 생각하는 거야? 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냐고.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우다다 말했음.

"하, 이게 대학교야 고등학교야. 하루 지났는데 소문이 벌써 나고. 에타에 오빠네 과 아니면 저희 과 사람 중 한명이 입이 근질거리는 걸 못 참고 누가 술김에 준향대 수지랑 키스했다는 제목으로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적었나요? 세 문장도 안 되는데 거기에 제 신상을 당당히 까발리진 않았을 테지만 이미 다 알려진 거나 마찬가지고 그나마 오빠랑 자주 붙어 다니던 제가 언급됐나요? 일이 커져서 누가 뭐라고 하니까 그제야 글 내리고 오빠한테만 홀랑 사과 문자 보낸 거죠?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 확인했어?"

"대충 흐름만 봐도 알겠는데요. 아; 하필 소문나도 오빠랑..."

"뭐? 야-"

화내니까 배고파짐. 내가 왜 이 사람한테 화내야 하지? 힘들긴 마찬가지일 텐데...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죠."

얼굴이라도 보면서 이야기 하면 뭐라도 좀 낫겠지. 생각한 가정 중에서 가장 최악인 상황이라 그냥 즐기기로 함.

와, 박병찬이랑 소문 났다. 그것도 키스했다고. 억지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하자고 해서 자기가 했다곤 하는데... 어? 그러고 보니까 이 오빠는 진짜 왜?

... 아마 내가 울면서 부탁했나보다.

벽에 머리 박음. 기억도 안 나서 더 짜증 나.

-

박병찬이랑 만났음. 대충 사람 없는 곳 가서 이야기 하기로 함.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봤거든요?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봐요."

"너 얼굴이 왜 그래?"

"뭐요."

"... 아니야, 말 해."

손을 들어 검지 손가락을 펴며 말했음.

"1번 제가 휴학한다!"

"안돼."

그리고 보기 좋게 다시 접혔음. 이럴 줄 알았기에 더 생각해놨던 걸 말함.

"2번 해명한다...!"

"뭐라고 하려고?"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했는데. 이게 마음에 드세요?"

"음~ 더 있어?"

하나 더 있긴 한데

"3번... 무시한다..."

"끝이야?"

"네, 저는 1번이 좋은데요!"

"씁."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불만 때문에 삐쭉 나온 입술 안 집어 넣고 툴툴거림.

"제가 울고불고 부탁을 했어도 말리셨어야죠. 매번 말하지만 준향대 다니는 사람 중에 오빠 모르는 사람 없단 말이에요."

"내가 거절하면-"

"네?"

"다른 사람한테도 그럴까봐."

바로 입 닫음. 진짜...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 합리적인 추측이네요. 제 생각엔, 오빠도 그때 취해있으셔서 그냥 절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하죠. 아. 이제 이 이야긴 그만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나 골라주세요."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생각해온 방법 있어요? 그래서 지금 여유로운가?"

내 말에 씩 웃는 걸 보니 뭔가 있나 봄. 아닌가...? 화 풀게 하려고 얼굴 쓰는 건가? 저 사람 자기 잘생긴 거 아니까.

기대하면서 바라보는데 건너편에서 다시 손을 뻗음. 전과 다르게 내 손가락을 하나 더 펴면서 하는 말이

"4번 나랑 사귄다."

"네?"

.

.

.

어제로 돌아가 보면... 나는 박병찬하고 인사만 하고 테이블이 달라서 대화도 못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근데 그게 아니었음. 취한 상태였고, 주변에 그나마 살아있던 사람들은 바람 쐬러 나가거나 집에 갔음. 혼자 자작하려는데 누가 막길래 쳐다보니까 박병찬임.

"아이고~ 그만 마시는 게 좋겠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다른 사람들이 보내줄 리가 없는데.

물어보니까 담배 피우러 가는 사람들하고 따라나선 사람들, 술에 취해서 잠든 사람도 있었음. 가게 마감 시간도 있어서 1차는 여기서 끝내고 남은 사람들끼리 2차 간다고 하길래 따라갈 생각이었음. 그야 내일 주말인데.

"오빠... 2차 가요?"

"음~ 안 가려고 하는데, 너는?"

"가야죠..."

"집에?"

"아니, 2차요."

"뭐..."

가방에서 주섬주섬 숙취해소제 꺼내서 마심. 그리고 이거 오빠네 과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함. 박병찬은 대답 없이 내 꼬라지 지켜보고 있었음. 바람이나 좀 쐴 생각으로 일어나려 하는데 비틀거림. 앞에 있던 박병찬이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손 떼어내려는데 안 놔줌.

"가지 마."

"아니... 저 바람 좀 쐬려고 하는데."

"그거 말고. 애들이랑 2차 가지 말라고."

"네?"

"아, 미안... 방금 완전 애 같았지."

한숨 쉬면서 얼굴 가린 박병찬이 사과함. 이상한 장난도 많이 치면서 뭘... 괜찮다고 하니까 볼 약하게 꼬집힘.

"나도 취했나 봐."

"많이 마셨어요?"

가뜩이나 취해서 꼬인 발음이 더 심각해져서 박병찬이 볼 꼬집은 손 놔줌. 다른 손으론 여전히 손목 붙잡고 있음. 안 보내줄 것 같아서 올려다보니까 자리에 앉음. 난 서 있는데도 키 차이가 많이 안 나네...

"게임 할 때마다 마셨거든."

"상태 괜찮아 보이는데..."

"몇 번 하니깐 금방 적응했지~"

어떻게든 술 먹이려는 사람들 속에서 다른 사람 걸릴 때마다 오예~ 하는 박병찬 좀 웃길지도. 사람들 분명 박병찬이 처음 들어보는 술 게임 하자고 했을 것 같음.

"너는? 애들이랑 술 게임 했어?"

"아니요, 그냥 대화만 좀. 선배들이 지면 안 된다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술배틀 뜨는 건 선배들만 이었음.

후배들은 쉬어!

선배님...!

어느 포인트가 웃겼는지 모르겠지만 웃음 터진 박병찬 바라보는데... 이 사람 왜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거지? 역시 준향대 수지. 같은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다가 '키스하고 싶다'로 갑자기 뜀. 엥... 나 왜. 대화를 계속하는데 내가 집중을 못 함.

립 뭐 써요?

어머, 얘. 아무것도 안 발랐단다.

어 뭐야. 누구세요.

음~ 발라봤자 색 없는 립밤이겠지? 이것도 귀찮다고 굳이 챙겨 바를 것 같진 않음. 립밤 바르는 박병찬까지 상상하느라 정작 눈앞에 있는 박병찬하고 대화하는 건 어어... 네, 이러고 건성으로 대답만 함.

"대화 집중도 못하고... 나랑 대화하는 거 재미없어?"

"네? 아닌데요?? 얼굴이 재밌어요, 완전."

"이거 봐~ 취했으면서 2차까지 간다 그러고."

취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얼굴이 재밌는데. 해명해도 안 믿을 것 같아서 묘하게 서운해 보이는 박병찬 풀어주려고 노력함.

"... 삐졌어요?"

"아니."

아니긴 뭘.

고개 숙이고 있는 박병찬 정수리 보다가 손 뻗어서 길어진 옆 머리카락 귀 뒤로 넘겨줌. 그래도 가만히 있음. 얼굴 감싸고 고개 들어 올리게 함. 당황한 얼굴도 잘생겼네.

"저요... 주는 대로 다 받아마셨더니 좀 취한 것 같아요."

"... 그래 보여. 거절도 해야지~"

"술 마시고 싶어서 왔는데요?"

자각은 못하지만 가까이서 얼굴 마주 보고 있으니까 시선이 자꾸 눈이 아니라 입술을 향함.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 꾹 눌러봄. 말랑말랑해.

"아까 저... 대화 집중 못 해서 서운했죠?"

"너-"

"자꾸... 입술만 보이는 게."

"..."

"키스 하고 싶어져서..."

박병찬은 가만히 있었음. 난 지금 내가 무슨 말 했는지도 모름.

"다른 애들한테도 이랬어?"

화난 것 같은 얼굴로 물어보길래 고개 저으면서 아니라고 하니깐 또 물어봄.

"왜 나야?"

"제가... 오빠를 좋아해서...? 그런가?"

스스로 말하면서도 의문임. 나 왜 이러고 있지? 왜 키스하고 싶지? 좋아하긴 하는데... 어... 그냥 입술만 자꾸 보여. 이상한 상상해서 그런가.

침묵이 길어지니까 박병찬이 말했음.

"해도 돼."

"네?"

"키스 해도 돼."

"... 진짜?"

"응~"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허락 했다는 건 알겠음. 그니까 저 입술에 닿아도 된다는 거잖아. 금방 화가 풀린 듯,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에 헤실헤실 웃으면서 입술 갖다 댐. 찍어누르듯이 갖다 댔다가 떼어냈음. 키스가 어떻게 하는 거더라. 얼굴 붙잡고 있던 손도 뗐음.

당황한 박병찬.

"끝이야?"

"네..."

"언제가 마지막이었어?"

"방금..."

"이거 말고... 음, 그럼 처음은?"

"방금요..."

그제서야 눈치챔. 얘 키스 해본 적 없구나. 할 줄도 모르면서 해도 되냐고 왜 물어본 거지? 다른 애들한테는 안 그랬다고 했는데 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때도 이렇게 뽀뽀만 하고 떨어진 거 아냐? 다른 사람한테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 상상하다가 얼굴 찌푸림.

이게 버릇이면 고쳐야겠네.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우면 잘 것 같은 얼굴 바라봄. 취한 애 데리고 뭐하냐 박병찬... 정신 차리면 뭐라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애들 나간 지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고, 곧 돌아올 거라는 걸 떠올림. 오, 마침 좋은 생각 났다. 이러곤 씩 웃으면서 물어봄.

"한 번 더 할래?"

"어... 왜요?"

"더 하면 좋잖아."

그런가... 하고 고개 끄덕임.

오예~

아까처럼 가만히 입술 다가오는 거 기다림. 그리고 말랑한 입술이 꾹 닿았다가 떨어지려고 할 때 여태 붙잡고 있던 손목 놔주는 대신 얼굴 감싸서 다시 입맞춤. 헉, 하고 놀라서 벌어진 입술 사이 더 벌리고 키스할 듯. 겹친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반대 손 꽉 쥠.

얼마 안 지나서 얼굴 감싼 손 내려서 어깨 붙잡고 입술 떼어냄. 멍한 얼굴로 숨 고르는 걸 바라보던 박병찬. 이내 몸 일으키더니 나갔다 돌아온 애들한테 나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말함. 비틀거리면서 이끌려서 나옴.

어.. 방금 혀가... 아니, 저 사람들 언제... 지금 어디 가는 거지?

"어디 가요?"

"집 데려다줄게."

"저 2차-"

"안 간다고 하면 또 키스해도 되는데~"

"..."

이게 여우야 사람이야. 방싯방싯 웃는 이모티콘 생각남. 역시 닮았어. 근데 여우든 사람이든... 잘생겼음 됐다.

가만히 서서 올려다보니까 상체 숙여주는 박병찬. 입술 대신 볼에다 뽀뽀함. 푸핫 웃으면서 왜 볼이야? 하고 물으면

"안 간다고는 말 못하는데... 뽀뽀도 하고 싶어서요."

그 말 듣고 박병찬 말 없어짐. ?싶었지만 2차는... 물 건너갔음. 지나가던 택시 잡고, 주소 부르고, 집 앞에 도착해서 인사도 함. 나 들어가고 닫힌 문 계속 쳐다보던 박병찬 진동 울리는 핸드폰 확인하면서 씩 웃음.

"오예~"

▶ 여우 같은 박병찬이 좋다. 이렇게 휴학을 희망하는 줄 몰라서 확실하게 안 한다는 대답 받을 때까지 머리 복잡하게 만들어줬으면 ^^

멋대로 글 써서 올린 사람에게 사과 받았고... 미안하다는 상대한테 차마 덕분에 사귀게 됐다, 고맙다 말할 수는 없어서 대충 앞으로 이러지 말라고 할 듯.

어디까지가 박병찬의 계략인지도 모르겠지.

성준수로 보고 싶기도 한데... 자꾸 생각나면 나중에 쓰겠지...


성준수

- 술만 마시면 고백하기

"준수야."

"?"

"나 너 좋아하는 듯."

"뭔..."

너는 왜 그런 말을 해장 국밥 먹으면서 해? 라고 말할 리는 없으니

"... 술 덜 깼냐? 국밥이나 먹어."

"아니, 나 진지한-"

노려보는 시선에 고개 숙이고 숟가락으로 국밥 퍼먹음. 장난 아닌데...! 억울해서 다시 고개 들어 올리니까 성준수가 들고 있던 숟가락 고쳐 쥠.

어... 여기서 입 열면 나 저걸로 얻어 맞을 듯? 준수 숟가락 살인마 되겠네. 하고 포기함. 물론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음.

마음 자각한 지 얼마 안 됐음. 성준수랑은 과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대학교 다니면서 밥 같이 먹고, 시간 나면 카페 가서 각자 과제 하는 그런 친구 사이? ㄹㅈㄷ 미모 덕분에 에타에 자주 언급되는 편이라 그 옆에 같이 다니던 나도 종종 같이 말 나오긴 했었음. 에타 귀찮다고 안 해서 글 올라오면 알려주기도 함.

"준수야 누가 너 찾는데~ "

"누가."

"에타에서- 야 잠시만 내 폰이다. 그거!!"

이 자식 방금 내 핸드폰으로 슛 날리려고 한 거야? 식겁해서 두 손 공손히 내밀어 사과하고 돌려받음.

같이 언급되는 글이 ㅅㅈㅅ 여자친구 있냐~ 이런 거라서 처음엔 남들이 보면 그렇게 보이나? 하고 신경 쓰이긴 했었는데 이젠 아무 생각 없음. 걍 한 번 더 에타 이야기하면 산지 두 달 된 신형 핸드폰이 박살 날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뿐.

그리고 성준수가 연애를 하겠냐? 해봤자 농구랑 하겠지. 농구를 존나 사랑하는데... 좋아하게 되면 힘들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음.

근데...

똑똑-

누구세요.

사랑입니다.

네?

갑자기 찾아오는 게 사랑이죠.

카톡 확인해보면 이게 톡방인지 메모인지 싶을 정도로 나만 말함.

[오늘 국밥 ㄱ]


[밥 먹게 빨랑 나오셈]


[이따 팀플 있어서 밥 먼저 먹는다ㅠ]


[ㅇ]

답장 안 하고 읽씹하는 것도, 종종 성깔 더 예민해지는 것도 괜찮았음. 내가 싫어서라기보단 농구 하느라 그런 거 아니까. 그냥... 쟤가 농구를 좋아하는 만큼 나도 쟤를 좋아하는 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친구로 지내려면 빨리 마음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해장으로 국밥 먹다가 고백해버림. 술 덜 깼냐, 국밥이나 더 먹으라는 이 문장 어디에도 긍정적인 단어가 없어서 ㅇㅋ 차였군 하고 생각함. 에타에서 같이 언급되는 것도 싫어하긴 했으니까.

근데 사실은 내가 술 마실 때마다 성준수만 만나면 좋아한다고 고백해옴. 취해서 그런 거라 난 기억 못하고 성준수만 기억하고 있는 거.

??: 씨바거

나는 기억 못하지만 성준수한테 처음 고백했던 다음 날, 같이 밥 먹는데 성준수가 물어봄.

"니 주사 뭔지 아냐?"

"나??? 왜... 막 토했나? 울어? 노래 불러?"

"아니, 너- 하 시발 아니다."

"??"

존나 신경 쓰이겠지? 얘가 미쳤나 하고 기억하고 있으면 물어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취해서 한 행동인 것 같았음. 차마 고백하는 뭣 같은 게 주사라고 말 못하는 성준수. 궁금하게 말하다 말아서 같이 술 마신 친구들한테 물어봤음.

"술 마시면 잘 자는데?"

"엥... 그래?"

"아, 자기 전에 도최쿨미한테 전화하긴 함."

"음~ 뭐지..."

"난 네가 우리 눈 호강 시켜줘서 좋아."

"ㅋㅋ 미쳤나."

"술 마실 거면 꼭 불러 다오."

"꺼지셍ㅗ"

놀랍게도 술 마실 거면 전화하라고 말한 게 성준수였음. 왜?? 하고 물어봐도 그냥 하라면 해. 하길래 알겠다고 함. 전화를 해도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받음. 심지어 데리러 옴. 일어나면 집 침대에 누워있고... 이러기 시작한 건 주사 물어보고 나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마음 자각하곤 기분이 이상해짐.

와 성준수 천사네...? 미모에 가려져서 날개가 안 보였던 것 같음. 밥 살 테니까 만나자고 문자 보냈음. 이러고 한참 뒤에 답장으로 ㅇ 옴. 농친놈 같으니라고.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나 주사 그냥 자는 거라던데?"

"뭐?"

"혹시 전화해서 귀찮게 굴었으면 앞으로 안 할게."

"..."

"너 농구 하느라 바쁜 거 아는데. 아, 아니면 운동 겸 하는 건가?"

내가 그 큰 뜻을 모르고??

앞에서 나대도 성준수가 아무 말이 없음. 이럴 경우 2가지 중 하나임. 1. 개 개 개 개 빡쳤을 때. 어떻게든 너를 갈아 마시겠다는 의지가 너무 넘쳐서. 2는 진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뭐 생각에 빠졌을 때? 전자를 많이 겪어봐서 그가 호통과 함께 욕설을 내뱉는 걸 기다리고 있었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 때문이겠지? 그러나 성준수의 입이 열리기 전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음.

금방 정신 팔려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고 다시 성준수 보는데 그가 입을 엶.

"야."

"예?"

"예는 시발, 하... 눈치는 왜 보냐? 먹기나 해."

"... 응."

내가 사는 건데...

날개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겠음. 그냥 거슬린다고 뜯어버렸을 것 같음. 고마우니까 아직 천사는? 맞긴 함? 아니 근데 왜 전화하는 거랑 데리러 오는 건 별말 없지...?

이 뒤로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굳이 안 나가도 되는 술 약속은 빠지기 시작함. 카페에서 알코올 대신 카페인 마시면서 과제하고 있는 날 보면서 성준수가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음.

"요새 자꾸 그렇게 보더라. "

"니 치료 받냐?"

"뭔 치료."

대답하고서 컵에 담긴 음료 입 대고 마시는데

"알코올 중독 치료."

ㅊ픕-

이 ㅈㄹ 해서 뿜음.

"아 더럽게;"

"미친 거 아냐?"

"미친 건 니고."

모니터에 튄 음료 닦으면서 답지 않게 이상한 눈으로 계속 바라보는 성준수 무시함. 너 때문이잖아, 하고 말할 수도 없고. 얜 대체 나랑 왜 다니냐. 아, 몰라. 차였으니까 생각하지 말자. 말만 이렇게 하고 자꾸 궁금해져서 머리 부여잡음. 근데 이건 이상한 눈으로 안 쳐다봄. 아오.

친구 생일 겸 축하 약속이 잡혀서 오랜만에 술 마시기로 함.

오예~

아, 뭐야 이 말투 누구한테 옮았지.

물론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함. 술 약속 줄이고 과제랑 공부만 열심히 하니까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곤하다고 말하고 그냥 누워있었음. 친구들은 내가 술 취해서 잔다는 건 줄 알고 내 위에다가 겉옷 올려둠. 오, 무거운 걸. 무게감 때문인지 아니면 따뜻해서인지 가물가물 잠 속으로 빠져 들었음. 얼마 못 자고 멍해진 상태로 일어나서 다시 술 마셔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이 아까보다 소란스러움.

뭐야 친구들 왜 신났지... 어?

성준수가 옴.

나 어딨는지 묻는 성준수에게 옷에 파묻혀서 자고 있다며 친절하게 하나씩 치워주기 시작하는 친구들. 뭔가 여기서 눈 뜨고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아서 눈 꼭 감고 누르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걸 느낌. 그래, 자연스럽게 일어나볼까? 생각하고 방금 일어난 것처럼 일어나려고 했음. 근데... 성준수가 냅.다 업었음. ??? 어... 순간 벙쪄서 눈 뜨고 있는데 성준수는 나 업고 있어서 눈 뜨고 있는지도 모름.

전화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점점 이 남자가 무서워지는 중. 위치추적 앱...?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가정이야. 단순하게 연락 안 받길래 친구 통해서 알고 온 건데. 어쨌든 성준수에 의해 이동되는 사이 내일 또 친구들이 성준수 이야기하겠구나 싶었음. 오해한다고... 같이 에타 언급되는 것도 싫어하면서어... 울적해져서 그냥 자는 척 하기로 함. 마음 접기로 한 건 맞지만 이렇게 붙어있으면 아직도 두근거리거든요? 사심 좀 채우겠다고 성준수 어깨에 얼굴 파묻음. 하... 농구 하다 온 건 아닌가? 땀 냄새는 안 나네.

... 변태 맞ㅅㅂ니다.

그런 내 행동에 성준수가 기가 찬 듯 한숨 내뱉음. 응 메롱 자는 척 할 거다. 신호등 건널 거 다 건너고 이제는 집 근처 골목길임. 막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닌데 지나가는 사람 없었음. 눈 감는 건 진작 때려치움.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걸 보면서 (물론 거리가 멀면 내 카드 찾아서 택시 타고 데려다줌. 아침에 결제 문자 확인해서 알았음) 조금 미안해짐. 잘도 안 버리고 가는 구나... 그래 역시 우린 친구 사이로 지내야 해. 이렇게 집 데려다주는 친구가 어딨겠냐만...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내내 입 다물고 있던 성준수가 말함.

"야."

아 미친. 안 자는 거 들켰나 봐. 당장 땅바닥에 패대기 치고 니가 걸어. 할까 봐 더 열심히 자는 척 함. (패대기 친 적 없음) 근데 걱정과 다르게 말투가 엄청 화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핸드폰은 장식이지. 시발, 한 번만 더 연락 없이 술 마시면 죽는다."

아니다. 화났다.

혹시라도 뒤돌아볼까 봐 어깨에 얼굴을 아주 꾸깃꾸깃할 정도로 밀착시킴. 뒤늦게 아 나 피부 화장 했는데... 성준수가 어깨에 화장 찍힌 거 보고 세탁비 달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함. 물론 줄 수는 있지만. 내 행동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걷다가 멈칫한 성준수가 한숨 쉬다가 이렇게 말함.

"오늘은 그거 안 하냐."

헉... 이게 그 성준수가 말하다 말았던 주사 이야긴가? 역시 자는 거 말고도 뭐가 더 있었구나. 근데 왜 그걸 성준수만 알고 있지? 궁금해서 성준수 목소리에 집중 하고 있었음.

"좋아하긴... 지랄. 다른 새끼들한텐 안 하면서."

네?

이게 무슨 말이야. 국밥 먹다가 고백 이야기 한 거 말하는 건가? 생각했다가 뒷말에 집중함. 다른 사람들한테..? 성준수는 내가 아직 자고 있다고 알고 있을 거고... 이 혼잣말을 나 들으라고 했을 리는 없는데... 어...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감.

그리고 결론.

성준수는 나한테 고백을 받았다. 내가 정신 차리고 국밥 먹다가 한 거 말고. 술 취해있을 때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그래서 술 덜 깼냐고 했었던 건가? 레알임?

믿을 수 없음.

죽고 싶다는 생각 70%, 성준수는 그러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15%(솔직히 무시하면 되는 거 아냐? 신경 쓰여하는 것 처럼 보임), 왜 나한테 말 안 한 거지? 10%, 이거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5%

집 근처에 도착하니까 업고 있던 거 내려줌. 누... 눈 제대로 감고 있지? 알코올 다 해독된 지 오래임. 내가 취하면 어떻게 움직였는지 떠올리면서 비틀거리니까 성준수가 허리 붙잡음. 너 너 너... 나 이렇게 데려다줬냐? 그냥 대충 집까지 데려다주면 알아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서 침대에 널브러져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로비 문 열고 들어가서 엘베 기다렸다가 도착한 거 타고 익숙하게 층 누름. 주소는 처음 데려다준 날부터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래도 기분이 이상함. 접었던 마음이 자꾸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 같았음.

내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술 취해서 고백하던 게 아니라면 입 여는 순간 깨어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만 더 고백할게.

"준수야... 좋아해."

감고 있던 눈 더 질끈 감으면서 고백함. 아... 나 몰라. 이거 다 성준수 잘못임. 누가 계속 다정하래. 내 말 듣고 한숨 쉰 성준수 누르던 비밀번호 틀림. 야... 내 생일이라고. 고백은 고백이고 비밀번호 틀린 건 용서 못 함. 여태 데려다줬으면 모를 리가 없는데. 아닌가? 평소라면 내가 일어나서 직접 누르고 들어가나?

신발장에서 먼저 신발 벗은 성준수가 거의 안고 있던 내 신발까지 벗겨줌. 당황해서 비틀거리니까 혀 차고는 바닥에 앉히고서 신발 벗겨줌. 용케 욕을 안 하는구나. 다시 일으켜 세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공주님 안기를 시전하는 도최쿨미. 놀라서 눈 떴는데 앞만 보고 걸어서 눈뜬 지도 모름. 침대로 향하는 발걸음에 고개 돌리고 최대한 자는 척을 하려는데... 이 남자가 입을 엶.

"나도."

하 시발 술 처마시고 자는 애한테 잘도 대답한다. 씨바거. 기억도 못 하는데-

머리 헤집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는데 붙잡힘. 여태 자는 줄 알았던 사람한테.

화들짝 놀라서 뒤 도는 성준수에게 나도 모르게 물어봄.

"너도 나 좋아해?"

"미친, 니 언제부터-"

"준수야..."

이러고 키스했으면 좋겠다. 물론 키스보다 더 했으면 좋겠다.

▶ 준수는 잘 모르겠음. 그래도 다정한 게 좋다. 뭔가 여동생도 있고, 체육 쪽이라 남자랑 여자 대하는 태도 매우 다를 것 같고 그럼. 친해졌을 때 나대면 여자라도 욕은 하는데 너무 심하게 안 하는? 데리러 오는 게 너무 캐붕이긴 한데 농구 중이면 절대 안 오고 다 끝내고 핸드폰 확인하고 올 듯... 워 누구세요.


최종수

- 영화 같이 보

최종수랑 영화 같이 보고 싶다. 근데 보는 건 나만 보고 종수는 자도 됨. 자라... 제발 푹 잤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잘 잤으면 좋겠다는 게 사랑이라던데 내가 남의 수면을 이렇게 생각하게 될 줄이야. (요즘잘자쿨냥이)

처음에 잘 보고 있나 슬쩍 확인했을 때 눈 감고 있길래 어라... 뭐지 피곤했나? 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영화 볼 때마다 정신 차리고 확인하면 자는 것 같음. 자는 애 깨우기도 그렇고 그냥 내버려 둠.

영화 볼 때는 매번 정중앙 인기 많은 자리, 팝콘에 콜라 필수! 였는데 최종수랑 같이 영화 보게 되고 싹 다 그만둘 것 같음. ASMR도 아니고 옆에서 팝콘하고 콜라 마시면 거슬리겠지? 인기 많은 자리는 사람들 많이 앉으려고 하니까 거슬리겠지? 생각하곤 나중에 예매할 일 있으면 벽에 붙는 자리에 앉음. 종수를 벽 쪽 자리에 앉히고 혹시나 옆에 다른 사람 앉을 수 있으니까 내가 앉음.

같이 영화 보게 된 계기... 그냥 진짜 사소하게 영화 티켓 받았는데 기한이 당장 내일까지라 물어보다가 그게 최종수가 됨. (뭔)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닌데 같이 봐준다고 하니 자신의 의지로 보겠다고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싫으면 혼자서 두 번 봐도 된다고 했음. 자꾸 귀찮게 걱정하니까 자기도 볼 거라고 확실하게 말함. 어어...

받은 티켓이 그 영화만 볼 수 있는 거라 최종수한테는 뭔 오타쿠 영화일지도... 진짜 관심 없는 사람은 그게 뭔데 하는. 생각나는 게 스즈메네... ㅠㅠ 난 상관없는데 영화 보다가 못 보겠다고 나가면 어쩌나 걱정을 함. 아~ 그냥 혼자 두 번 볼 걸...! 근데 영화 확인했을 때도, 예매했을 때도 최종수는 아무 말도 안 했음.

그냥 괜찮냐고 묻는 내 물음에

"알아서 해."

넵.

예매된 자리에 앉고 영화가 시작됨.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영화에 완전 집중하기로 함. 욕하면서 나가도 내 잘못 아니다. 난 그냥 오타쿠 취급 받는 거고 쟤는 오타쿠가 싫은 사람 되는 거다, 생각함. 그리고 영화를 보는데... 눈물이 나옴. 아... 휴지 챙길 걸. 울컥 차오른 눈물이 위태롭게 매달리다 떨어짐. 휴지 챙길 정신이 있었을 리는 없음. 그냥 최종수랑 이 자리에서 이걸 보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정신이 없었으므로. 어 그러고 보니까 옆에서 누구 일어난 적 없었는데. 그제야 옆에 최종수가 계속 앉아있다는 걸 깨달음. 그걸 잊냐 바보. 울음 참으면서 옷 소매 늘려서 흘러내린 눈물부터 닦음.

영화 끝나고 슬쩍 옆에 보면서 얘 언제 일어나나 확인 하는데. 팔짱 끼고 화면 보고 있음. 어... 영화 봤나? 재밌었냐고 물어볼 깡은 없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갈까? 하고 영화관 나옴. 난 이게 최종수랑 함께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최종수랑 같이 영화 보러 다니게 됨.

자는 걸 확인하게 된 건 그날 이후로 같이 영화를 보던 중이었음. 솔직히 내가 왜 얘랑 여기서 또 영화를 보고 있는진 모르겠음. 지금 보는 영화는 그냥 그럭저럭 볼만해서 집중하긴 했는데 최종수는 어떤가 궁금해짐. 티 안 나게 슬쩍 고개 돌려서 얼굴 보는데... 엥 자는 거야? 팔짱 끼고 눈 감고 있음. 차라리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긴 처음이었을 듯. 자는 얼굴 좀 보다가 (10초 정도) 영화 끝나고 최종수 깨움. 영화 끝났다고 말하면 자리에서 일어남. 잘 잤냐고 물어보려다가 이걸 비꼬는 걸로 들으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다 입 다뭄.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같이 영화 보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까 깡? 도 늘어서 자리 예매 끝내면 팝콘하고 콜라 샀음. 혼자서 냠냠 먹다가 너도 먹을래? 물어보면 아니. 하고 대답할 듯.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곤 다시 냠냠 먹음. 그러면 얘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봄. 그제야 아 좀 너무 편하게 대했나... 하고 눈치 봄.

위에서 말했듯이 정중앙 좋은 자리, 팝콘, 콜라 필수였으나 그만두게 된 이유는 최종수의 편안한 숙면을 위해서. 도대체 나랑 왜 계속 영화 보러 다니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기왕 영화 보러 와서 잘 거면 잘 자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함. 종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갑작스럽게 벽 쪽으로 바뀐 자리, 더는 먹지 않는 팝콘과 콜라를 알아차리면 이상한 표정 지을 것 같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냥 변명하게 되는 나.

아... 그 유독 사람이... 많네? 팝콘도 하도 먹으니까 질려서... 하하.

솔직히 최종수는 나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 듯. 누가 봐도 같이 영화 보는 걸 불편해하는 게 느껴지는데 꾸역꾸역 같이 앉음.

꼭 같이 안 앉아도 되는데 한 번도 따로 자리 잡은 적 없음.

바본가.

이 기이한 관계가 오래 가서 장도고 애들도 신기하게 생각함.

종수 아직도 너랑 같이 영화 본다며?

어어...

최종수는 영화 볼 때 무조건 잔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그야... 처음 본 영화 말고는 다 자던데. 그렇다고 처음 영화도 집중해서 본 것 같진 않으니 취향이 그런 것도 아니고. 이게 다 나의 자기 좋은 위치 선정 덕분이라고 뿌듯함을 느낌. 벽에 붙어서 기댈 수도 있고 주변에 사람이 많이 앉는 것도 아니고 옆에선 팝콘, 콜라도 안 먹고 조용히 영화 집중해서 보니까... 근데 이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게 됨.

오늘 보기로 예매한 영화는... 누가 봐도 슬픈 게 확실한 영화였음. 재난 영화라니. 클리셰라고는 하나 무조건 희생. 역경. 고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에 휴지를 꼭 챙김. 최종수는 별 생각 없어 보였음. 또 자겠지.

영화가 시작하고 대충 예상하던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울음 참아보자고 생각해도 엄청 울음. 갸아악 저 사람 살려. 희생하지 마!!! 영화관이니까 울음소리 참느라 흑... 흑... 눈물이 나옴. 눈 붓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축축한 얼굴이나 닦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져온 휴지를 꺼내기로 함.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어서 최종수가 있는 쪽으로 (왼쪽 벽 아니면 오른쪽 벽에 붙는 자리를 고르는데 오늘은 오른쪽이었음) 몸을 돌렸는데 눈이 마주침. 어? 얘 왜 안 자는 거지. 아... 소리가 너무 커서 못 자나? 울고 있다는 것도 잊은 상태로 멍하니 최종수 바라보는데 최종수가 손 뻗어서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줌. 그제야 정신 차리고 어? 어? 하면서 허겁지겁 휴지 꺼내고 정면으로 몸 돌려서 눈물로 부예진 눈 닦음.

영화 끝날 때까지 집중을 못 함.

자는 줄 알았던 최종수에게 우는 얼굴을 보여줬다는 거랑... 눈물 닦아준, 아니 누구세요. 제가 아는 그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

어색해진 것 같은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최종수가 먼저 일어나서 나감. 이 일 있고 난 뒤로 처음 영화 본 날 마냥 어색해져서 점점 덜 볼 거 같음. 엄마도 나보고 작작 연애하러 다니고 공부나 하라고 (아니, 연애 아니거든. 그리고 엄마가 영화티켓 줘서 그거 때문에-. 딸.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혼남. 정기적으로 영화 보자고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니라서 그만둬도 되겠다 생각함. 곧 시험 기간이니까... 으악!

근데 최종수는 아니었음. 한동안 마주칠 일 없었는데 집에 가려던 나 붙잡고 말 걸었으면 좋겠음. 성격이 장난 없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붙잡힌 손목이 아픔. 진심으로 잡았어! 이규가 그렇게 붙잡으면 놀라잖아 종수야, 하고 말려서 그제야 손 놔줌. 그리곤 하는 말이

"이젠 영화 안 봐?"

"어?"

"영화 안 볼 거냐고."

"...."

얘가 왜 이러지. 우리 계속 영화 보기로 약속한 적 없잖아,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피곤해 보였음. 잠을... 못 자나? 피곤한 얼굴 보니까 머리가 멍해짐. 뭔가 나 때문인 것 같잖아. 일단 이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곧... 시험 기간이라서..."

"..."

"보고 싶은 거면... 혼자 봐도-"

"싫어."

"... 응."

보지도 않으면서 나한테 영화 안 볼 거냐고 묻는 이유가 대체 뭘까. 시험 끝나면 전처럼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 같지 않은 약속을 또 하고... 이 기이한 관계가 계속 감. 이러고 다니다 어찌 잘 사귈 것만 같은 기분?

처음 영화 봤을 때 나 우는 걸 최종수가 몰랐을 리가 없음. 얘 뭐지? 하고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자기 입으로 이상한 영화라고 하더니 집중하면서 보다가 울고, 울고 나선 쪽팔린 지 안 운 척을 함. 그렇다고 눈물이 많은 건가 생각하기에는 웬만한 다른 영화에서는 딱히 안 울었음. 영화관 오고 주변에서 시끄럽게 굴길래 괜히 왔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을 듯. 영화 내용이야 딱히 궁금하진 않아서 영화관 = 자는 곳이 됐는데 그걸 쟤도 알아차렸는지 구석 자리로 예매하질 않나, 눈치 보면서 잘 사 먹던 팝콘, 콜라도 안 마시질 않나. 자신이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다는 티를 낸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 최종수. 옆에선 자는데 잘도 집중해서 영화 본다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은 적 있을 듯.

아 제발요. 내가 왜 쟤를 신경 쓰고 있지? 하고 한번 생각해줘야 함.

재난 영화 봤을 때도 그냥 소리 시끄러워서 자는 건 포기하고 집중한 얼굴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 돌리는 탓에 눈 마주침. 최종수도 놀라긴 했을 듯. 안 자는 줄 알았나? 싶다가도 멍하게 바라보는 얼굴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함. 눈에서 툭 떨어지는 눈물을 어째서인지 닦아준 최종수... 그제야 정신 차렸는지 주머니에서 휴지 꺼내서 눈물 닦기 시작함. 자기도 모르게 닦아준 눈물 때문에 손가락 축축한데 기분이 나쁘지 않음 내가 왜 그랬지 생각하면서도 우는 얼굴 떠올리면 이상한 기분 들어야 함.

아 제발요 22

근데 이 뒤로 영화 보러 가자는 말 싹 사라져서 평소에도 잘 못 자는데 더 못 잘듯. 흑흑 잠은 잘 자야 하는데. 눈 밑 퀭 해지고 더 예민해지고. 결국 나 발견하곤 냅다 손목 붙잡아서 물어봄. 곧 시험 기간이라 시간 없다는 사실 알고서 불쾌감 70% 내려감. 싫어서 피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려서? 아니면...

사귀면 좋겠다.. 헷

▶ 사귀는 데 오래 걸리지만 막상 사귀면 최종수 이해력 100 찍은 상태라 뭘 원하는지, 뭐가 싫은지 다 알 수 있을 듯. 사귀고 영화 보면 벽 대신 어깨에 머리 기대거나 (키 차이가...) 손 잡을 것 같음.


슬프지만 추가로 한다면...

기상호

상호 정말 좋아하고 칭찬감옥에 넣고 싶고 유사도 먹고 싶은데... 아주 큰 문제가 있음. 내가 사투리를 진짜 모름. 괜히 어디서 주워들은 거로 쓰면 님 일베임? 소리 들을 것 같아서 두려움 (과장이 심한 편) 남이 보면 장난하나 생각할 듯.

어떻게 이상형이 다정한 사람일 수 있는 거지? 심지어 어느 정도 오타쿠 대화도 됨. 물론 기상호 진심 모드까진... 근데 이건 기상호도 똑같을 듯.

 아, 진짜여. 

같이 애니를 봐줄 것 같음. 만화카페 가자고 하면 좋아할 것 같음. 배고파서 음식 시켜 먹으면 다 사주고 싶음. 

님 이게 드림 맞나요?

ㄴ 좋아하면 잘 해주고 싶은 거랬어.

  ㄴ 할머니 같음....

    ㄴ 예끼 이눔아...!!!!!

부정 못함. 고봉밥 먹이고 싶음. 어휴 쓰고 싶음 쓰겠지.


이.. 이렇게 길게 쓸 생각 없었는데; 박병찬만 7천자 넘게 쓴 듯. 최애는 박병찬.. 차애가 기상호 (제일 짧음) 성준수랑 최종수도 좋아하고 다른 애들도 쓸 수만 있다면 쓰고 싶다.

과제 하다 말고 글쓰기 시작했는데 하루가 지남. 뭐야 내 시간 돌려줘요. 

읽다가 거슬리는 오타만 고쳐서 맞춤법 검사하면 죄다 빨개질 듯. 

// 아잉 부끄러워. //

채널도 만들고... 1도 붙인 이상 더 쓰긴 할 텐데 지금 이 정도론 못 쓰겠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축하드립니다. 저라는 존재를 발견하셨군요. 축하의 의미로 알고 싶지 않으실 tmi 하나 말씀드리자면 술 마시고 키스하자고 한 개짓거리는 실화입니다. 

... 술은 적당히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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