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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절망 앞에서 그들은 행동하나니 5

After CCA · 섬광의 하사웨이

某日 by 銘


케네스는 생각보다 더 수완이 좋았다. 아무런 연줄도 없는 서민 출신이 연방군 장성까지 오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마프티의 기체가 애너하임제이며 연방군에게 먼저 납품했던 신형기─페넬로페─의 완성형이라는 것이야 물적 증거만 없을 뿐 이미 관련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그걸 토대로 애너하임이 마프티나 연방군 어느 쪽이든 추가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2호기 제작에 일찌감치 착수했을 것임을 추측하고 적절한 교섭과 압박을 통해 이쪽에 인계하도록 한 것은 온전한 케네스의 능력이었다. 케네스의 노련한 모습을 보며 아무로는 제가 남겨 두고 온 사람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괜한 감상 따위에 젖을 때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자신을 몰아세웠지만 사람의 생각은 이성의 말만을 따르지는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럴수록 아무로는 케네스가 알려준 연방군 모빌슈트들의 사양과 파훼법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러다 보면 잡스러운 생각은 조금이나마 잊을 수가 있었다.

2호기 건담의 수령일이 조금 앞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기기가 달 표면에 있는 애너하임의 공장으로 가기 위한 셔틀 표를 3장 구해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3장? 눈썹을 찡그리며 되묻는 얼굴에는 거북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도 지구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우주에서 내내 모빌슈트 개발에 관여했다면서? 부품과 기체에 대해서는 당신도 잘 알 테니 굳이 내가 없어도 될 텐데. 신분이 신분인지라 아무로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으나 케네스는 반드시 그가 직접 가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화이트 베이스와 론도 벨의 그 누구도 제대로 말리지 못했던 아무로 레이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앞에 나서지 않는 편이 좋아. 완강한 목소리에 케네스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들고 있던 지도를 아무로의 정돈되지 않은 책상 위에 다소 거칠게 펼쳐 놓았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건담을 수령할 수는 있어도 연방에 눈에 띄지 않고 이를 지구상에 보관하기는 어려워. 그런 커다란 걸 이 저택의 앞마당에 가져다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우리에겐 함선도 기지도 없으니까. 그래서 당신이 가야만 한다는 거다."

케네스의 손가락이 지도 한 군데를 가리켰다.

"애너하임의 말에 의하면 그 건담은 단독으로 대기권 돌입이 가능한 기체라지. 그러니 파일럿인 당신이 직접 대기권에 돌입해 이곳에 착륙하는 거야. 여기라면 격납고도 필요 없으니까."

케네스의 손가락을 따라가던 아무로의 시선이 지도 위에 쓰인 글자에 닿았다. 오엔벨리? 낯선 지명에 아무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케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자칭 '마프티의 군대'라는 놈들이 결집해서 설치던 곳이다. 나와 하사웨이, 기기가 처음 만난 사건도 그 자식들 때문에 일어났고. 뭐, 그 대가로 내 전임 지휘관에게 소탕당했지만. 아주 철저하게. 약간의 빈정거림이 담겼을 뿐 그리 무거운 어조는 아니었으나 케네스가 말한 '소탕'의 뜻을 단박에 이해한 아무로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애들레이드 사태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마프티도 처형당했으니 오스트레일리아에 또 다른 건담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반 연방 조직 덕에 인공위성들도 상당히 많이 파괴되었거든. 대기권 돌입을 하더라도 감시망에 걸릴 염려도 없어. 연방은 감시 위성을 다시 띄워 제공권을 재확보하는 일보다 불법 거주자를 우주로 쫓아내고 지구를 자기들만의 낙원으로 만드는 데에 더 힘을 쏟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오엔벨리는 이미 킴벌리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동네야. 론데니온의 SPTV에서 그가 벌인 학살이 방송을 타는 바람에 이쪽도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 그 건도 수습을 해야 했을 테니 대략적인 청소도 이미 끝났겠지. 그러니 여기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을 거야. 연방군의 실책과 부도덕함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꼴을 보고 싶을 리가 있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케네스가 씩 웃었다. 그곳에 건담을 두고 숨어 있다가 재건된 애들레이드를 한 번 더 공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회의는 끝났지만 일부 각료들은 그럴 듯한 정치적인 이유를 대면서 지구 관광이나 하겠다고 아직도 애들레이드에 남아 있고, 그들이 보유한 재산도 마찬가지거든. 연방은 오스트레일리아를 이 시대의 신대륙, 자신들의 새로운 지구 거점으로 만들고 싶어 하니까. 거기에 경종을 울리는 거다. 마프티가 했던 것처럼. 케네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뱉은 마지막 말은 아주 결연하고 비장했다. 그러나 아무로는 케네스의 설명을 따라 지도를 훑어가던 시선을 거두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애들레이드는 일반인들도 살고 있는 시내야. 연방 각료를 공격하는 것은 좋지만 여기서는 무고한 이들이 휘말릴 가능성이 너무 높다."

"전쟁을 하겠다고 나선 주제에 너무 작은 걸 신경 쓰는 거 아니야? 당신처럼 오랫동안 전쟁을 치른 사람이 뭘 모르지도 않을 텐데."

"나는 당신이나 샤아처럼 처음부터 군인이었던 게 아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주구에서 전투를 벌인 적도 없고. 내가 적대하는 건 오로지 연방뿐이다."

"하지만 마프티처럼 미리 경고 방송을 하는 건 곤란해. 그건 이쪽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거든. 나도 기기도 전파 기술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

"뭐, 정 그게 마음에 걸린다면 기지도 있기는 있어. 키르케 부대가 아직 오스트레일리아에 주둔 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브라이트 노아 대령의 3개월짜리 임기도 얼마 전 끝났을 테고, 그만큼 노련한 지휘관을 연방군이 지구에 붙여놓을 리도 없으니 보나 마나 또 킴벌리 때처럼 잔뜩 해이해졌겠지. 그렇지, 앨리스 스프링스의 형사 경찰 기구 지부도 아직 남아 있겠군. 거주민이 휘말리는 게 싫다면 정기적으로 순회하는 정찰대나 헌터들을 공격하면 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고는 될 거다."

브라이트의 이름을 듣고 다시금 그날의 충격적인 뉴스를 떠올린 아무로가 괴로운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건 케네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아까보다 훨씬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지도에만 눈을 고정한 채 말을 이어갔다.

"하사웨이가 처형되고 그들 조직의 활동이 잠잠해졌지만 나는 이렇게 한순간에 마프티가 패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들은 그저 숨죽이고 있을 뿐이야. 기회를 엿보면서. 그러니 우리가 먼저 행동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이 접촉을 해 오도록 유도하는 거다. 당신이 아무리 전설적인 에이스 파일럿이라도 지구연방 전체와 단신으로 전쟁을 벌일 순 없어. 물자도 돈도 나 혼자 조달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마프티에는 크왁 살바가 있지."

"크왁 살바?"

"마프티의 배후다. 형사 경찰 기구가 조사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어. 하사웨이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도 직접 만난 적은 없어 누군지 모른다더군. 그저 연방의 똑똑한 우두머리 중 하나라고 추측만 할 뿐이야."

"……그런가. 연방 내부의 적이로군."

"그 정도의 영향력 있는 후원자가 없다면 이 전쟁은 실패할 뿐이야. 우리는 하루빨리 반 연방 조직과 손을 잡아야 해."

알겠나? 그러니 당신은 건담을 수령하러 무조건 애너하임에 같이 가 줘야 해. 물론 당신의 신원에 대해서는 애너하임 쪽에 철저히 함구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설득의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답을 정해놓은 것에 가까운 케네스의 말에 아무로가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들레이트 사태가 진압된 후 몇 달 간 잠잠하던 불온분자의 움직임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또 다시 감지되었다. 소속 불명의 새로운 기체가 나타나 앨리스 스프링스의 헌터 기지를 공격하고 출격한 모빌슈트를 남김없이 도륙했다. 애들레이드에서 지원을 나온 키르케 부대의 모빌슈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전부 종료된 후였다. 살아남은 헌터들은 공포에 질리고 공황에 빠져 마구잡이로 소리를 질렀다. 그건 마프티였어! 마프티의 기체였다고! 마프티가 살아 돌아온 거야! 마프티의 망령이 연방에게 복수를 하는 거라고! 군, 목사, 의사, 장례업자, 수많은 눈들이 마프티 나비유 에린의 처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고 마침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것까지 확인하였는데도 두려움에 빠진 헌터들은 마프티가 돌아왔다는 비상식적인 소리를 해댔다. 죽은 녀석은 진짜 마프티가 아니라 대역일 뿐이며 이번에 나타난 것이 진짜 마프티일 거라는 소리를 지껄이는 자도 있었다. 그들의 비명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헛소리로 치부되어 정신 안정을 빌미로 격리 조치 당하며 그대로 묻혔지만, 얼마 뒤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의 토링튼 기지 일부가 똑같은 기체에게 공격당해 쑥대밭이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앨리스 스프링스 때에는 단 한 기뿐이었으나 토링튼 기지 때는 정체불명의 건담이 마프티의 양산기까지 거느리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마프티의 부활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카이 시덴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사건을 접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였다. 그마저도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닌, 카이에게만 흘러 들어온 연방군 내부의 기밀 정보로서였다. 마프티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격을 벌인 뒤에도 이렇다 할 성명을 내놓지 않았고, 참모 본부 쪽에서는 그들의 승리로 끝난 줄 알았던 마프티 사태가 사실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아 숨겼던 탓에 정보가 조금 늦게 흘러나온 것이었다. 메일로 들어온 내용을 다 읽자마자 카이는 인쇄된 종이 뭉치를 집어 들고 샤아 아즈나블이 머무는 방으로 곧장 뛰어 들어갔다. 미네바의 바이올린 선율을 듣고 있던 샤아는 카이가 그녀의 연주를 끊어버린 것에 살짝 언짢은 시선을 보냈지만 카이는 아랑곳 않고 그의 눈앞에 종이 뭉치를 들이밀었다.

"아무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샤아가 곧바로 종이를 낚아챘다. 그 녀석, 마프티와 함께하고 있어. 카이가 내민 종이 뭉치를 단숨에 읽어내린 샤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좁혔다. 오스트레일리아라……. 예상을 벗어났군. 아무로가 전쟁을 시작할 셈이라면 후방인데다 공격해 봤자 별다른 소득도 없는 남태평양보다는 아시아나 북미 쪽을 공략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샤아가 손가락 끝으로 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하사웨이 노아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형당했기 때문에 상징적인 시작점으로 삼은 게 아닐까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미네바가 추측을 하나 내어놓았으나 샤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명분만을 고려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토링튼 기지 건은 명백하게 아무로와 마프티의 합작이지만 앨리스 스프링스 건은 다릅니다. 헌터들이 주로 운용하는 모빌슈트는 구형 제간을 개수한 것에다 시위 진압에 특화되어 있으니 공중전을 자유자재로 벌이는 군용 모빌슈트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기지에 육전형 제간만 있을 리도 없고, 아무리 신형기를 수령했다 해도 단신으로 지역의 주요 기지를 습격하는 건 쉽게 벌일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로는 혼자 움직였다…… 그건 아무로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추측하는 쪽이 이치에 맞을 겁니다."

"앨리스 스프링스 공격에는 마프티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나는 그렇게 보고 있네."

"마프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애들레이드 사태 같은 걸 벌일 정도라면 아주 작지만은 않을 거야. 정말로 작다고 해도 정예로만 구성되어 있겠지. 그 정도의 조직이라면 아무로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 설마 입단 테스트 같은 형식으로 아무로의 능력을 시험해본 건가?"

"과연 아무로 레이에게 테스트가 필요할까 싶지만 그에게 12년의 공백이 있음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군. 아니면 마프티가 접선해 오기를 노리고 아무로가 일부러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일을 벌였을 수도 있네. 말했듯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로 레이라면 못 해낼 것도 없으니."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리나 현황을 잘 모르는 아무로가 혼자서 그런 작전을 짰을 리는 없고, 이건 아마 그 '조력자'의 아이디어일 거다. 영리한 인물이군. 쉽지 않겠어. 샤아가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요청으로 방 한 쪽에 새로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지구의 지도가 띄워졌다. 스크린과 연결된 단말을 조작해 앨리스 스프링스와 토링튼의 위치를 표시한 샤아가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연방의 주요 거점을 전부 지도 위에 마킹했다. 샤아의 옆에서 노란 점이 찍힌 지구권 지도를 바라보던 카이가 입 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팔짱을 끼었다. 아무로의 조력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상황에 밝다. 카이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다. 희미하게 떠오를 듯 말듯 한 실마리를 잡아내려는 것처럼 애매하게 찡그린 표정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카이의 중얼거림에 샤아와 미네바의 눈이 동시에 그에게로 향했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나? 샤아의 물음에 카이가 한층 더 인상을 구기며 지도를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아무로와 통화를 했을 때 내가 해 준 이야기가 있었거든. 케네스 슬렉에 대해서.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서."

"자네가 이전에 말했던, 마프티의 처형을 진짜로 주관한 사령관 말이로군. 애들레이드 방비와 마프티 체포도 함께 지휘했다 했지."

"시덴 씨는 그 사람이 레이 대위의 조력자가 아닐까 의심하시는 거군요. 애들레이드 때문에 대륙의 사정은 누구보다도 훤했을 테고 마프티를 체포했다면 지휘 능력도 상당히 출중했을 테니까요."

"공주님의 말이 맞아. 만에 하나 설마지만. 하사웨이를 제 손으로 죽인 인간이 아무로의 전쟁을 도울 거란 생각이 잘 안 들어서 말이야. 하지만 샤아 네 녀석도 잘 알겠지만, 아무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오세아니아는커녕 지구권의 상황을 이만큼이나 파악하고 있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아, 존 바우어가 있군. 하지만 그 양반은 연방의 고관이니 바로 그 연방 수뇌부를 공격하려는 아무로를 도울 리가 없을 테고."

"하지만 케네스 슬렉은 그 사건 이후 책임을 지고 퇴역, 연방과는 관계가 없어졌으니 혹시 모른다 이건가."

"생각나는 흐름은 그렇긴 한데, 아까도 말했듯이 그 인간은 하사웨이를 죽인 장본인이니까.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증거가 없으니 아직까지는 억측에 불과해. 그저 비약일 수도 있고.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그가 아무로를 돕고 있다면, 나는 아무로의 다음 타깃은 여기일 거라고 생각해. 저곳이야말로 케네스 슬렉이 자유자재로 작전을 짤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잘 아는 곳일 테니까."

그렇게 말한 카이가 스크린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지도상의 한 지점을 툭 짚었다. 지구로 내려가야겠지, 샤아? 평소와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묻는 저널리스트의 손가락 아래에는 다바오라는 지명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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