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일상 힐링 전문 대필 (3,858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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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by SRP

성격

Frustra laborat qui omnibus placere studet.

말갛게 웃는 D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게도 아직 그와 마주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뜻일 겁니다. 아, 잠시만……. 설마 그 여유와 미소가 그가 지닌 품성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죠? 혹시라도 당신이 그랬다면 이것참, 무척이나 통탄스러운 일이네요. D라는 사람을 잘 아는 입장에서 말하건대, 그는 정말이지 좀처럼 웃지 않거든요. 그러면서도 진심이 단 1 퍼센트도 함유되지 않은 순수한 가식을 내보이는 데는 거리낌이 전혀 없지요.

다시 얘기해 봅시다. 아직까지 그가 당신에게 웃어 주나요? 간단하군요. 그는 여태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는 매우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요. D는 천성이 살갑지 못하고, 딱딱하고, 차갑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무성의합니다. 친절이란 미명하에 지독히도 감싸 놓은 포장지를 까다 보면 그 무심이 한 꺼풀 한 꺼풀 드러날 테지요. 예의니 뭐니 하는 것들도 결국 계속 보여 줄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러면 당신은 그의 극명한 호불호와 돼먹지 못한 인성과 끝내 마주하게 될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와 가까워지는 방법이 정말 이것밖에는 없습니다. ¹그의 관심을 얻을 것, ²그의 성질머리를 감당해 낼 것, ³줄곧 그와 연을 잇고 이따금 그가 살아 있는지 확인할 것.

이쯤에서 자연히 알았겠지만, 상술한 이유로 그는 친구가 없어요. 이다지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줄 만큼 인내심 깊고 성격 좋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 도전해 봐도 좋을 듯싶군요. 물론 제삼자로서의 저는 그 도전을 추천하지 않겠습니다마는……. 자, D가 했던 한마디를 인용해 볼게요. 비효율적인 교류는 그다지 취향이 아닌데요. 다들 그렇게 여기잖습니까. 인간관계의 피상적인 면만을 비관적으로 극대화하는 그의 능력은 아주 탁월하거든요. 애당초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따라서 의지하지도 않죠. 심지어는 회사 동료에게도요. 친구 없는 삶이 무슨 문제가 있냐는 마인드로 사는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없어서 그런지 답도 없는 삶이에요. ‘나 정도면 착한 편이지.’ 그의 가치관 일부를 지탱하는 이 감상 역시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인 제 감상과는 지극한 차이가 있네요. 속지 마세요.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두고 ‘개차반’ 혹은 ‘이기적인 놈’이라고 불렀습니다.

└ Mr. Peterson, former colleague of D

Posse vident et possunt.

아, D? 처음에는 그냥 좀 친절한 청년이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표정 관리도 안 하더니, 요새는 영 말도 함부로 툭툭 내뱉데요. 사람이 한마디를 해도 진짜 재수 없게 한다니까. 뭘 하는지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사람이 계속 그러다가는 언제 한 번 경을 치를 게 분명하지, 쯧……. 얼굴도 아주 피골이 상접해 가지고.

그래도 그 친구가 이젠 내가 좀 편해졌는지 종종 동네에서 오가며 만나면 웃긴 소릴 좀 합디다. 아니, 뭐, 얼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이 동네 비둘기 개체 수를 세어 봤냐고 묻는다든지? 아니면 최상의 크림 파스타를 만들 수 있는 방법 열다섯 가지를 생각해 왔으니 들어 보라든지? 주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내용만 줄줄 늘어놓다가 얘기 다 끝나면 훌쩍 자리를 뜨곤 해요. 그 잠깐 나누는 수다의 절반이 다 자기 일상이고 자기가 알아낸 정보 나눔이라니까. 시쳇말로 T, TMI 뿌리고 다니는 사람? 투 머치 토커? 나야 거리 쓸고 닦는 사람이라 어울리는 사람도 없어서 그런 거 듣는 일 좋아한다지만, 아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별로 인기 없을 법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네요. 별로 재미없는 얘기만 줄창 해도 자긴 그게 재미있다고 즐거워하더라고요. 그럴 때에만 꼭 생기가 돌아요. 하지만 D 말이에요, 말할 때 상대방이 제 말을 전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버릇은 참 나쁘죠. 언제 고칠는지 몰라.

뭐 하는 사람이긴요, 회계사잖아요. 세금 때문에 곤란해하던 정육점 사장이 접때 D한테 일을 맡겼더래요. 아주 기가 막히게 돈 안 나가게 막아 줬다던데? 그 왜, 그 집이 파산 직전까지 갔었거든……. 다른 사람이었으면 혀를 내두르고 진작 포기했을 텐데 어떻게, D는 며칠 동안 매달리더니 결국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좌우명이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했던 것도 같고? 어우, 말도 말아요. 엄청난 노력파라니까요. 징그러울 정도야. 말하는 것도 들어 보면 매번 미운 소리 골라 하긴 해도 틀린 소리 하는 법은 없어요. D가 좀 완벽주의 기질이 있지. 그래서 그런가 틀린 말 하면 자기도 못 참길래 좀 우습다마는. 완벽해지려고 남들이 이것저것 지적하면 나름 고치려고 하긴 해요. 말하는 것도 그래, 본인 딴에는 필터링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난 좀 재수가 없었수다. 이건 D한테 비밀이에요.

└ Ms. Brown, the street sweeper

외관

점이 왼쪽 입가 주변에 하나, 같은 쪽 목에 두 개, 쇄골에 하나,  왼손 약지에 하나, 같은 손 손목에 하나. 긴 속눈썹. 미인보다는 미남상, 성격에 비해 외모가 아깝다는 평을 왕왕 듣는다. 대체로 피곤해 보인다. (간단한 묘사 요청)

기타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숫자를 좋아했고, 돈 만지는 것도 그런 대로 좋아한다. 젊은 나이에 회계사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정복욕을 불러일으킨 모양으로, 지금은 꽤 큰 액수까지 다룰 수 있을 만큼 몸값이 올랐다. H 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회계 법인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딱히 일을 쉬거나 하지 않았다. 지독한 워커 홀릭. 합숙 때까지 일거리를 가져온 걸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강박증이 심하다. 첫째로는 결벽증, 둘째로는 확인 강박증.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의문이 들면 반드시 제 눈으로 확인하고야 만다. 차 문이 잠겨 있음을 알면서도 차 문이 잠겨 있는지 다시 보러 간다든지, 청소 직후 약간의 먼지라도 보였다 싶으면 다시 청소를 재개한다든지. 하지만 타인에게 깔끔함과 정돈된 환경을 강요하지는 않고, 아예 처음부터 엮이지 않게 피하는 편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돌이. 생활반경이 집이나 집 근처 몇 미터 정도로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나가는 걸 싫어하기도 하는데 애당초 일이 많아서 자주 나가지 못한다. 뭐, 나갈 수 있게 일을 좀 줄이라고? 아니, 그렇게까지 나가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건 상당히 좋아하고, 또 즐기는 축에 속한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특히 홈 트레이닝을 틈 날 때마다 했는데 어느새 몸이 좋아졌다. 헬창. 이렇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하지? 이불 밖은 위험한 법이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대해 조예가 깊다. 작품 감상을 취미라고 소개한다면…… 음, 그래. 아예 취미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보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딱히 사 모으지는 않는다. 단발적인 일회성 감탄을 위한 가벼운 취미. 본인 자체도 상상력이 풍부하다. 생각이 유연하게 흐르는 편인데, 아주 산발적이지는 않아서 늘 결론으로 돌아가고는 한다.

추위를 많이 탄다. 그에 반해 더위는 상대적으로 덜 타는 것 같기도? 양말을 꼭꼭 챙겨 신는다.

카페인과 함께하는 삶. 대체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따뜻한 아메리카노 외에는 마시지 않는다. 다른 카페인 음료나 커피 류는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익숙하고 효과 확실한 처방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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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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