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대협/마키센] 요괴회사

능남 낚시꾼 by 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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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 요괴들이 섞여 살기 시작한지 몇년 안 되어서, 요괴들의 인간 사회 적응을 위한 물건이나 생필품, 식품들을 개발하는 그런 회사와, 그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한 벚꽃나무 요괴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관찰기가 보고싶다.

북산-신제품개발부 1팀
능남-식품개발부 1팀
상양-경영전략팀
해남-영업부 1팀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고 회사의 이사님들(=감독님들)마다 좀 주력으로 밀어주는 부서가 있는 거임. 경영전략부는...수겸이 아직 연차가 이사 연차가 아니라서 그냥 팀장 본인이 존나 빡세게 밀고 있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가 있음.

요괴들은 여러 종류인데 구전으로 주로 얘기되는 종류(용, 설녀, 뱀파이어, 달걀귀신, 갓파, 텐구 등등), 동물이나 식물이 영력을 얻어서 되는 종류 (두루미, 이나리, 너구리, 등나무, 벚꽃나무, 등등), 물건에 영력이 깃들어서 변한 종류 (도깨비 등) 뭐 이런 식으로 다양함. 대부분은 인간-요괴 혼혈인 경우가 많고 그거 아니어도 거의 인간 모습으로 지내는게 익숙해진 세대일듯. 아무튼 용 후예 마키, 설녀 후예 센도, 등나무정령(요괴) 후지마, 여우요괴 루카와, 타누키 료타 이런 식이면 좋겠다.

신제품개발부 보통 하는 일은 인간에게는 당연하게 있지만 요괴들에게는 없었던 것들을 요괴 편의에 맞게 바꾼다든가 뭐 그런 일 하는 부서임. 보통은 개 쓸데없는 아이디어들이 판을 치는데 가끔씩 쓸만한거 나올 듯. 그리고 식품개발부는 보통 인간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음식들을 최대한 인간이 보기에도 징그럽지 않게, 그리고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쪽이고, 영업부는 아직 보수적인 요괴집단이 사회에 잘 섞여나갈 수 있게 설득하고 물건도 팔고 그러는 쪽임. 가끔 이렇게까지 해서 섞여 살아야 하냐 하는 불만들이 있을 때도 있는데 어떻게 잘 달래서 넘어갈 듯.

회사가 그러다보니 진짜 곳곳에서 별 이상한 광경들이 다 보일 거 같다. 한겨울에 사무실 한 쪽에서 꽃 피는 건 당연하고 날아다니고, 반수인화로 돌아다니고, 바닥 기어다니고, 벽 통과해서 나오고, 한여름에 서리 내리고, 마른 하늘에 천둥 치고 하는 일들 잔뜩임. 가끔 건물에 잘못 들어온 인간들 기억 지우고 되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일듯. 익명의 소리에 '사무실 내부라고 해도 좀 긴장하고 삽시다'하는 경비팀의 익명 아닌 익명투서가 들어올 때가 있음.

사쿠라기 입사할 때 같이 들어온(?) 직원 두명 있는데 한명은 개요괴로 퇴사했다가 2년만에 다시 돌아온 거고, 다른 한명은 너구리 요괴로 휴직했다가 돌아온 거. 아무튼 셋이 시기가 비슷한데다가 성격이 꽤 잘 맞아서 뭉쳐다니는 일이 잦은데 다른 팀원들한테는 바보3형제라고 불리고 있다는 그런 소문이 있음. 루카와는 사쿠라기보다 반년 일찍 입사했는데 이름 좀 있는 여우신 가계에다가 본인 외모도 뛰어나서 인기 엄청 많았을 듯. 사쿠라기한테 너만 옆에 있으면 재채기 나니까 저리 가라고 의자 밀어버리는 바람에 첫날부터 멱살 잡고 싸웠는데, 진짜 꽃가루 알레르기였다는 그런 사정이 있었을 듯. 둘이 그렇게 엮이기 시작한게 혐관을 거쳐 나중에는 애정으로 진화하는데 좀 오래 걸리겠지.

아무튼 첫날부터 루카와랑 그렇게 싸우고 씩씩대는데 옆에서 센도가 찬 바람으로 식혀준게 계기가 되어서 사쿠라기가 센도한테 종종 회사에서 있는 고민 같은거 털어놓기도 함. 센도는 설녀 후예라는데 사쿠라기는 설녀 계통을 본 적이 없어서 꽤 신기했을 듯. 대충 루머로 듣기로는 '얼빠'에다가 '냉미녀' '쌀쌀맞음' 이렇다던데...하다가 센도는 안 그러네, 라고 얘기했는데 센도가 으음, 얼빠는 맞을까...라고 말함. 센도가 마키 좋아한다는거 알고 사쿠라기 평: 얼빠도 아닌 거 같은데 센도는 돌연변이가 맞는 거 같다. 물론 외모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사쿠라기 기준으로, 사쿠라기는 흑발의 청순계를 좋아해서 마키가 잘생겨보이기 힘든 그런 취향이었을 듯...

센도는 설녀랑 인간 혼혈이어서 더위에 약하지만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어서 바로 녹아서 작아진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듯. 자기 주변으로 작은 범위의 기온은 냉방쪽으로만 조절 가능하다는 그런 소소한 능력이 있고... 마키를 좋아하는데 딱히 표현하거나 다가가려는 생각은 안하고 있는 중인데 그 바람에 옆에서 보는 주변인들은 답답해 죽으려고 함. 개요괴(시바이누) 아이다가 총대 메고 언제 반했냐고 물어보니까 처음 입사했을 때 어쩌다 마키가 커피를 사줬는데, 그 때 이미 관심이 좀 있던 센도가 긴장해서 뜨거운 커피를 얼려버리는 일을 벌렸는데 마키가 허허 웃으면서 아이스 음료도 좋아한다, 라고 해서 좋아하게 됐다고 함... 그 얘기 듣다 옆에서 '아이스는 나도 좋아하는데'하고 코웃음 친 코시노 있을듯. 마키도 완전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너무 점잖은 편이라서 둘이 진도가 전혀 안 나갈 거 같다.

그래도 둘이 마음 자각하게 되는 계기는 있겠지. 영업부 회식하는 날에 회사에 뭐 두고 간 거 있어서 돌아온 마키랑 야근하던 센도랑 마주쳤으면 좋겠다. 마키 술 많이 마셔서 넥타이도 풀고 셔츠 단추도 널널하게 풀고 그러고 들어왔는데 멀끔하게 입고 있는 센도랑 딱 마주쳐서 평소답지 않게 크게 당황했을듯. 그래서 바로 반응 못하고 서 있는데 센도가 먼저 회식 있었냐고 물어보는 거임. 그렇다고 대답하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마키였으면 좋겠다. 열 오르는거 본 센도가 무심코 마키 이마에 손 얹었는데 차가워서 기분 좋으니까 마키도 그 손에 조금 기대듯이 하면서 눈 감고. 둘이 그러고 있는지 자각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깨달아서 후다닥 떨어지는 거 보고싶음. 센도 주변으로는 서리 꽁꽁 맺히고 마키는 거의 벼락 내릴뻔하고 ㅋㅋㅋㅋ (회장: 저희 건물에는 회사 특성상 피뢰침이 많습니다) 

사쿠라기가 나중에 둘 분위기 감지하고는 둘이 결혼하면 뭐냐..축...축의금 내야되나? 하는데 료타 옆에서 팔짱끼고 듣고 있다가 '필요 없을걸'이라고 말함. 왜냐고 묻는 사쿠라기한테 용이 돈을 얼마나 모아놨을 거 같냐, 회사도 취미로 다니는 거다, 라고 해서 사쿠라기 기겁하는거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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