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材

"근데, 그럼 3층은 괜찮아?"

소피아←리나

드관 쌔비지


‘겉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여도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야.’

 

행복한 표정으로 말하던 소피아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건 눈으로 보기 전까지 모르는 법이지. 그래서 오늘은 기자 양반처럼 밀착, 으음, 아무튼. 소피아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슬금슬금 창밖을 기웃거리며 눈을 굴리니 저기 멀리에 따뜻한 색의 정수리가 보인다.

 

‘찾았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여즉 봐왔던 것과는 달리 건조한 표정으로 종이 뭉치를 껴안고 천천히 멀어지려는 뒷모습을 따라서 호다닥 발을 옮기면서 쫓아가니까 어라? 오늘은 그 무뚝뚝한 사내가 안 보이네? 어느 방으로 들어간 소피아를 기다리면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그 뾰족한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허탕을 친 모양이구먼. 머리를 긁적이며 창틀에 철푸덕 주저앉으니 마침 볼일이 끝난 건지 방에서 나오는 소피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블랙!”

 

소피아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무어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헤헤, 뭐라는 건지 하나도 안 들리지롱. 반가워서 그러는 건가? 두 손을 번쩍 들어 붕붕 흔들며 인사하니까 이제는 얼굴이 파래진 소피아가 창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고, 나 역시 소피아에게 인사하기 위해 창문을 빼꼼 열었다. 그리고

 

“세상에, 리나! 위험하니까 당장 들어와!”

 

경악에 가까운 잔소리에 고막을 제대로 맞아버렸다. 입술을 비죽 내밀고 창문 틈으로 쏙 들어오니 따땃한 손이 내 팔을 잡고 사정없이 흔들었다.

 

“힝.”

“힝―이 아니야. 여기가 몇 층인지 아는 거야?”

 

4층이라고. 4층! 그렇게 말하는 소피아를 보니 내가 또 그녀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 무언가를 해버린 모양이구먼.

 

“알았어. 앞으로는 4층 창문에 안 붙어있을게.”

“약속이야.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온 거니? 가드가 있어서 들어오는 것만 해도 힘들었을 텐데. ……설마.”

 

봄 색깔 눈이 가늘어졌다. 어? 어라?

 

“어어, 아냐! 아니야! 한 명도 안 해쳤어!”

 

나 억울해! 소리를 빽 지르고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더니 얼마 안 가 후후, 하고 솜털 같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알겠으니까 일어나. 모처럼 온 건데 차 한잔할까?”

“차 떫어. 맛없어.”

“그럼 쿠키는 어떠십니까, 아가씨?”

“오. 그것참 맛있겠네요, 블랙 경.”

 

꺄르르 웃으며 주위를 살핀 소피아가 슬그머니 바닥에 앉았다. 나도 자리에서 휙 일어나 앉아서 소피아와 눈을 맞췄다. 빙긋 웃는 얼굴. 이제야 좀 내가 아는 소피아 같구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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