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메라] W?

230720 만달로리안 S104

백업 by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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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가지 않는 거지?

문득 카라가 물었다. 남자는 조용히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기에 물음 끝에 단어 하나를 덧붙인다. 소르간 말이야. 짧은 틈을 사이에 두고 남자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답한다.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는데. 아니,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얕은 한숨을 내뱉은 카라신시아가 조금 더 긴 문장으로 다시 묻는다.

갈 이유가 없더라도 가지 않을 이유도 없잖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다시 침묵.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앉은 남자는 제 분신처럼 아끼는 블라스터를 확인하며 작게 달각대는 소리를 낼 뿐이다. 좀 불리하다 싶으면 입을 다물어 버린단 말이지. 늘 이런 식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건가? 그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댈 핑계도 없는 거겠지. 카라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아직도 한참 서투른 친우를 위하여 더는 캐묻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대답하지 않는 남자는, 실은 생각에 잠긴 차였다.

드넓은 우주에서 빛의 속도를 뛰어넘으면서 여러 항성계를 오가는 게 남자의 일상이다. 목에 현상금이 걸린 이들을 찾아 행성들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자연히 여러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만남이 있으면 작별도 있다. 그때면 으레 하는 인사가 있다. 우리의 길이 교차할 때까지Until our paths cross. 피차 우주를 떠도는 처지이니 또 한 번 항로가 겹치기를 기대하면서 건네는 말. 지금 남자의 곁에 앉아있는 카라와도 주고받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소르간의 과부에게는 우주선이 없다. 대신 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딸과 선조들이 일구어낸 터전이 있었다. 남자는 잠시간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 작은 마을을 못살게 군다는 작자들에게 적당히 겁이나 줘서 쫓아낼 요량으로 농부들의 의뢰를 받아들였지만, 숲에서 제국의 워커가 남긴 흔적을 발견한 이상은 이야기가 달랐다. 사람들에게 돌아가 마을을 포기하라 했을 때 여자는 망설임 없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에 못 이겨 결국 그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발붙일 곳 없는 자신과 다르게 여자에게는 우주를 가로지를 방법도 그럴 생각도 없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길이 어긋날 일이 없다. 그곳에는 그녀가 확실히 있을 테니까.

총구를 매만지는 남자의 손이 조금 느려졌다. 갈 이유가 없더라도 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아주 들어맞는 말도 아니었다. 굳이 재방문의 이유를 대지 않아도 아마 여자는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며 편하게 머무르다 떠나라고 할 것이다. 남자가 생각한다. 그래서 갈 수 없는 거라고.

속할 수 없는 공간에 다시 발을 들임으로써 미련을 만들 수 없는 까닭에. 여자에게 소르간은 떠날 수 없는 곳이나 남자에게는 영영 머무를 수 없는 곳이었다. 남자는 잠시 여자가 제 헬멧 위에 손을 얹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웠다. 남이 헬멧에 손을 대게 두다니. 보통이라면 말도 안 될 일인데도 왜 하필 그 순간에는 그러도록 놔두고 만 건지. 그녀의 손을 겹쳐 쥐고 떼어내면서, 나는…….

아니. 너무 오래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때로는 미관측의 영역에 놓아두는 편이 나은 것들도 있는 법이다. 외딴 행성의 겨울 풍경은 상상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감히 또 계율을 배반할 것인가? 저울에 올려볼 필요도 없었다. 남자는 의식적으로 생각이 흐르는 것을 틀어막았다. 대신 건너편에 앉아있는 동료를 흘긋 바라보았다. 카라는 어느새 본인이 던진 질문 따위는 잊었다는 듯 태연하게 제 무기를 손보고 있었다.

결국 남자는 자신 앞에 놓인 블라스터로 시선을 옮긴다. 대화 아닌 익숙한 작은 소음들만이 오래 그곳에 남았다.


사족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최고임을 알지만… 조금만 덧붙이자면 두 글 모두 딘이 오메라를 떠올리는 형태로 쓰였는데, 그 생각을 열게 만든 단어들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전편은 Winter → Winta, 이번 글은 카라의 질문인 Why? 가 되겠습니다. Until our paths cross는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 기준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로 번역되었으나 영문 원래의 뉘앙스를 살리고 싶어 직역했습니다. 전편의 시점은 시즌2 도중, 이번 글은 시즌2와 북바펫 그 사이 즈음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_^ 만도메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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