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누가 이길지는 뻔하잖아.
“그것이 나의 방백인 이유는. 나의 말이 너에게 닿지 못하기 때문이야. 네가 그 말을 이해하고 답하는 것은 상관이 없어. 나의 말이 너에게 영향을 주는가의 문제지. 너는 지금도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잖아. 나는 또다시,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었잖아.”
안 그래? 굳이, 너의 무언가를 바꾸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저 한탄일 뿐. 그는 매디슨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주지 못할 말들. 받을 수 없을 말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결국 내 탓인 걸까? 버거운 말을 늘어놓고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그렇다면 네가 말해보던가. 나의 무언가를 바꾸어 보던가. 그는 말했다.
“내 말을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그게 쉽기 때문이겠지. 내가 너의 근본을 흔들어 둔다면 너는 너일 수 없을 테니… 그러면 어려운 일을 해보던가. 나를 바꿔봐. 네가 할 수 있다면.”
세계는 약육강식. 인간은 결국 동물. 염소는 잡아먹히는 거야. 나는 결국에 염소인 거야. 사랑은 아픈 거야…. 이것 중에 무엇하나 바꿀 수 있다면 너는 해낸 거지.
아하하, 웃어 버리는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사랑을, 구원을 바라는. 천사의 모습을 한 어린아이야. 나는 분명히 네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할 거야. 그럼에도 나를 사랑할 거니? 인간 외를 흉내 내 봤자, 그 모습을 모방해봤자 너는 상처 입을 뿐이다. 어리석은 천사의 선택을 그는 말린다.
노력하는 이상 구원받는다. 그가 부정하는 세상의 진실. 네가 탐구를 멈추고 아름다운 현재에 고이는 그 순간, 네가 금구를 말하는 그 순간에 히르쿠스는 분명히 네 영혼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은 내기. 혹은 악마의 꼬임. 넘어가지 말기를, 파우스트여. 또는 악마를 속여, 끌어내리기를.
“아, 그래! 미움 따위 분명 천사에게는 어울리지 않지. 나는 네 날개를 뜯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너에게 미움받을 거야. 그리고 영원히 너를 미워할 거야. 네가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할 거야…. 쭉 노력해 봐. 나는 불변하는 운명을 가르쳐 줄 테니까.”
신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그 무용(無用)을 가르쳐줄 테니까!
매디슨의 접촉은 히르쿠스가 불쾌감을 가지게 했다. 너의 마음이나 결정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기도 했으니. 하지만 히르쿠스는 아주 오랜만에, 혹은 처음 느껴본 정복감에, 호승심에, 뒤통수에 닿은 손을 눌러잡고, 그대로 천사와 낙하했다. 날개가 딱딱한 바닥과 닿았다. 꽤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가 아파할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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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비 없으니까 저리 가라고.
Ein Teil von jener Kraft,
Die stets das Böse will und stets das Gute schaf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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