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위치란에 적어둔 시간이네요. 유성공고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는데, 바로 아침에는 옥상에 출입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때 그곳에서 피한울 패거리의 회의가 열리거든요. 그럼에도 그 시간의 그 장소로 설정해둔 이유는 암묵적인 룰을 깨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교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그 애가 옥상까지 갈 일이 뭐 있
Q. 요리를 즐겨하는 쪽은? A. 강규리 피한울 이 세계관에서는 식재료나 조리 과정 없이 하이퍼 오트를 가공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가끔 요리를 취미로 두는 경우가 있음. 피한울이 그런 케이스고 규리는 한울이한테 배워서 가끔 해먹는 편. 주로 하나씩 집어먹을 수 있는 안주류… 건엽이는 어렸을 때 웬만하면 오정화 쌤의 교육 방침(+ 아들 사랑)에 따라
규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어. 원래 꿈이라는 게 자고 일어나면 흐릿해지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눈을 뜨니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야. 영화의 하이라이트 짜집기처럼 지나간 꿈에서 놓친 디테일까지도. 이를 테면 꿈에서 본 남자― 피한울의 푸른 안광이라던가. 역시 다 알고 있었어. 오늘 낮의 대화가 꿈 속에서의 대화와 맞물렸다는 걸 깨달은 규
그 뒤로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 잠에 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밤은 시간이 가는 걸 용납하지 않았고 허락된 건 꿈으로의 도피뿐이었지. 그럴거면 행복한 꿈이라도 꾸게 해주지 이게 뭐야. 그건 꿈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주마등 같았어. 여태까지의 일을 쭉 보여주는. 탕, 꿈에서도 들린 총성은 피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낮보다도 아득한 옛 기
PSYCHO-PASS AU 흔히 아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이 장르는 통행증을 의미하는 PASS를 사용해요. 기술의 발달 끝에 인간의 심리 상태까지 수치로 표현이 가능한 세계. 모든 감정, 욕망, 반사회적 심리 경향이 낱낱이 기록, 관리되어 대중들은 '이상적인 삶'의 실현에 힘쓰고 있죠. 현재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시빌라
1. 좋은 아침. 시야에 환한 빛이 들어찼다. 검은 점이 망막에 맺혔다가, 점차 사람의 형태로 변해갔다. 강규리가 누워있던 침대 난간에 덕을 괴고 선 남자가 보였다. 강규리가 느리게 눈을 깜박이자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강규리가 대답했다. 남자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슬그머니 불안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실례지만 귀하는 누구신가요?
본 작품은 김신형 작가님의 <독재> 오마주입니다. 고용주를 향한 저격에 몸을 던졌지만 다른 후계자 후보를 감싼 것, 그로 인해 과거가 언급되고 종속계약을 맺게 된 것, 그 과거에 여자가 왜 불명예제대를 당했는지까지 같은 흐름을 가져갑니다. 그외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제 임의로 각색하는 것보다는 원작의 표현을 존중하여 있는 그대로 빌렸어요. 다만 썰 내용에
늦은 오후 예닐곱 살 정도가 된 것 같은 한 아이가 의자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이렇게만 듣는다면 그저 평범하게 공부를 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이가 문제의 답을 내지 못하는 시간만큼 어느 소년이 매질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답은 3번” 그러자 매질 소리가 멈추고 여자가 입을 뗐다. “한울 도련님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답이
이글을 안식처가 아직은 없는 노아에게 바칩니다. 차갑게 볼을 스치는 바람과 바람 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칠흑 같은 암흑과 퍽 잘 어울렸다. 한울이 손목에 맨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4시 30분이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발을 딱딱 구르며 기다리는 30분은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5시, 붉은 태양이 천천히 올라오며 빛무리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