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그룹

불문율

스터디그룹 피한울 드림 | 군님 커미션

오전 8시 30분, 위치란에 적어둔 시간이네요. 유성공고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는데, 바로 아침에는 옥상에 출입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때 그곳에서 피한울 패거리의 회의가 열리거든요. 그럼에도 그 시간의 그 장소로 설정해둔 이유는 암묵적인 룰을 깨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교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그 애가 옥상까지 갈 일이 뭐 있겠냐만은 피한울과 둘만 아는 헤프닝 한두 가지는 있겠지 싶어요. 활동 범위가 좁다 보니 소식이 느려서 멋모르고 조회 전에 옥상에서 시간을 떼우다 마주쳤다던가, 그런 이유겠네요. 피한울도 종종 그곳에서 담배를 피곤 하니까요.

갑작스러운 간접 흡연에 드물게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규리를 보고 있자니 괜히 연기를 후우 뿜고 싶어지는 건 무슨 심리일까요. 여기 학교 옥상이야. 옥상은 원래 이런 짓 하려고 있는 거 아닌가? 말이 안 통해서 휙 내려가려는데 등 뒤에서 불쑥 한 마디가 튀어나왔을 것 같아요.

- 넌 언제든 와도 돼.

넌 그래도 된다고. 뒤돌아보니 알 수 없는 표정의 피한울이 있어 자기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자 돌연 씨익 웃어보이는 그 애. 그러니까 나 좀 만나러 와. 그 미소를 마주하자 더는 그곳에 있을 수 없어 도망치듯이 뒤돌아 나왔네요.

그리고 피한울의 말 뜻을 이해하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은 강당 조회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야, 방금 5반 애가 옥상 다녀왔대. 미친. 거기 지금 …피한울 있지 않냐? 누가 들을 새라 작아지는 목소리에 이어 터져나온 욕지거리와 질 낮은 농담을 뒤로 한 채 규리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어요. 왜 하필, 어째서 나야…

결국 위치란에 있는 오전의 유성공고 옥상은 그런 의미예요.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는 금단구역. 그리고 강규리는 8시 30분의 학교 옥상에 올라가도 되는 얼마 없는 예외. 대다수는 지키지 않는 유성공고의 교칙을 고지식하게 따르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지배자의 룰에는 구애받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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