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더의 사랑은 기괴할 정도로 뒤틀린 집착과 욕망으로 점철된 무언가였다. 만일 다른 이가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심연보다 깊고, 미궁보다 어지러운 그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베이더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사랑처럼 숭고하긴 커녕 추잡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감정이었음에도, 베이더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그 추잡스러운 감정
새하얀 스케치북 같은 눈 밭에 람다 왕복선이 유려하게 착지했다. 아나킨의 비행 실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지만, 지금의 벤은 그의 비행 실력에 무어라 말을 얹을 기분이 아니었다. 벤은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람다왕복선의 출입문에 다가섰다. 출입문과 조금 떨어진 벽면에 붙은 수많은 버튼 중 가장 큰 버튼을 포스로 누르자 쉬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러자
척박한 모래 사막은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곳이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했다. 개발이 되지 않은 타투인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으로 아이의 공포를 키웠다. 이를테면 자신의 배가 고프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습격하는 사나운 토착 생물이나, 거센 바람과 모래를 이끌고 다니며 자신이 지나간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모래 폭풍이 그
뽀독, 뽀득, 뽀독, 뽀득 거리는 마찰음이 왕복선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울렸는데 마치 그 소음을 만들어내는 이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나킨은 점점 사납고 거세지는 소리에 침대처럼 개조하고 있던 의자에서 손을 떼고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란 시선에 잡힌 엷은 호두빛 머리의 남성은 바닥
01 아나킨의 사랑을 거절하는 오비완. 나는 너를 기억한다. 무어가 그리 서러운지 애달프게 울던 울음은 아주 오랜만에 봐, 생경한 장면에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제 옛 파다완에게 모든 걸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결국 온 힘을 다해 쏟아부은 애정은 언제나 흘러넘쳤다. 자각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물쩍
아나킨은 벌벌 떨고 있는 오비완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손길에 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 당황한 채로 언제까지 있을 셈인가? 벤은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베이더를 노려보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산송장 같았던 아까보단 활기차 보여서 다행이네요.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제자인데 너무 퉁명스러운 거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시스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있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었구나.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달빛에 넋을 잠시 빼앗겼던 아나킨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음에 정신을 차렸다. 품에 안은 마른 장작을 꼭 끌어안은 그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사 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아궁이에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에 제가 안고 온 장
데바스테이터호 주변 경비는 무척이나 삼엄했다. 출입구는 단 하나만 열려 있었고 함선 주변에는 무장한 스톰트루퍼가 족히 300명은 넘어 보였으며, 보라색 전류가 흐르는 무기를 든 퍼지 트루퍼와 전투 드로이드 또한 도처에 깔려 있었다. 아무리 무법이 판을 치는 아우터림의 타투인이라도 감히 제국 함선에 침입하는 간 큰 무뢰배가 있을 리 없고, 아무리 제다이를
H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러웠다. 어쩌면 제다이를 찾으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이 빌어먹을 사막 행성에 온 것부터가 이 불행의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H는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전 제다이 마스터라고는 해도 데바스테이터 호를 끌고 가는 건 너무 인력 낭비 아닌가? 한 행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