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이상한 날이다. 호단은 달력을 갉작이며 제 볼을 꾹, 꼬집어 늘려보았다. 아야야… 호단은 곧 발갛게 된 뺨을 부여잡고는 몸을 웅크렸다. ……생시였다. 이것 다, 꿈이 아닌 생시였던 것이다. 호단은 그제서야 얼굴이며 귀부터 목덜미까지 죄 붉게 붉히고는 요상한 소리를 내었다. 어딘가 붕 뜬 감각에 호단은 몸을 파르륵 떨었다. 어느샌가 튀어나온 귀가
바르르 떨리는 손이 흐릿한 시야 너머의 뺨을 쓰다듬었다. 눈을 깜빡여봐도 줄줄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퍼런 점액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일까? 혹은 오라비의 눈일까? 푸르게 얼룩진 낯이 배시시 웃음을 머금었다. 덜걱거리는 꼴은 사람 아닌 죽은 것에 가까웠지만, 아직 머리가 울려대고 있으니 나는 아직 살아있을 것이다. 그럼. 내 서방 홀아비 만들 수는 없
산명수려한 풍광 속 못 위로 꽃잎이 하느작거리며 내려앉는다. 그 가운데 부드러운 빛의 머리칼을 붉은 끈으로 질끈 동여맨 어느 소저 하나가 중심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못 위에 떠 있는 팔각정자 안 쭈그려 앉은 채 무릎을 끌어안고서. 그리고 그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다. 연분홍 꽃잎 흩날리듯 무게감 없이 나풀거리는 계절과는 맞지 않게, 소산의 기분은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