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을 승리의 기록이자 죄로 얼룩진 사냥의 기록이다. 고개를 들었다. 가슴팍에서 느껴지던 고동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빠르게 식어가는 살덩이가 체온을 전부 빼앗아가는 듯 했다. 딱딱 이가 부딪혔고 소름이 돋은 살갗엔 솜털까지 빳빳하게 서버렸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새벽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온 사방에서 죽음의
그때 미야기는 스물두 살이었다. 4년제 대학 편입에 성공해서 한숨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고작 두 시즌을 더 뛰면 드래프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짓눌릴 때였다. 신인 드래프트는 미야기의 마지막 기회였다. 하위 리그에서 부름을 기다리는 선택지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타지 생활을 일 년씩 연장한 장학생들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치명적인 일
가장 먼저 후카츠는 휴대전화를 뺏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무언가를 압수당한 적이 없는데, 친구 놈들에게 담배를 싹 뺏긴 데 이어서 휴대전화와 컴퓨터까지…. 그는 자기가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이 되었는지 고심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치노쿠라의 으름장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됐다. 내놓으라고 하면 내놔야지. 네 애를 가진 애가 달라는데 모가지를 달라고 해
송태섭의 손은 따뜻한 편이었다. 여름 끝무렵 바다 근처에서 나고자란 사람다웠다. 밀려드는 바다의 파도가 종아리를 적시게 두고 모래 속에 발목까지 깊이 묻고 있으면, 따뜻하다가도 서늘한 감각에 자연스럽게 소름이 돋았다. 태섭이 몸서리를 쳤다. 으으, 하고 양 팔꿈치를 감싸서는 몇 번쯤 스스로 문지르며 발을 뺐다. 아무래도 물밑은 가만히 있기에는 견디기 어렵
내달 초 아키타에 방문합니다. 한 달간 머무를 생각입니다. 숙박하는 곳과 연락처를 동봉하겠습니다. 당신을 너무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면,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오지 않아도 좋아요. 보내는 이, 송태섭. 흰 입김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손을 뻗자 차가운 것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눈이 오고 있었다. 이미 한 차례 함박
네, 송태섭입니다. 진짜 이명헌? 여름 번호를 드리긴 했지만 정말로 전화할 줄은 몰랐어요. 그 뿅뿅 하는 말투는 전화로도 쓰는구나. 산왕 주장, 이렇게 다른 팀 선수한테 사적으로 연락해도 되는 거예요? 나한테 산왕의 기밀을 빼먹으려는 못된 계획이 있으면 어쩌시려고. 와, 재수 없어. 그래요. 그쪽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