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같이
이엘님 1천자
느낌이 어때?
시온이 묻는다. 창을 투과한 6월 햇빛이 스민다. 어셔는 뙤약볕에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답한다. 잘 모르겠어. 그래? 한…번만 가지고는 잘 모르겠어. 그러자 시온이 웃는다. 이럴 때 보는 시온은 소년 같다. 불신이나 의심 같은 세속적인 개념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시온이 눈을 감는다. 그러면 한 번 더 해보자. 이번에는 네가 와. 어셔가 고개를 끄덕인다.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시온의 어깨를 붙들고 다른쪽 손바닥을 아래로 내린다. 시온의 배를 통과해서 그의 검은 뱃속에 손을 집어넣을 때 뭉클뭉클한 촉감이 등골을 쭈뼛 서게 만든다. 그는 흠칫 놀라면서도 손을 빼지 않는다. 문득 내려다본 시온의 얼굴이 기분 좋아 보인다. 아, 거기 좋아……. 시온이 중얼거린다. 한껏 더위를 먹은 것처럼 얼굴을 붉힌 어셔가 묻는다. 여기 좋아? 시온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셔는 손목을 돌려 뱃속을 조금 더 매만진다. 새장 모양의 갈비뼈와, 맥동하는 장기와, 곳곳에 만져지는 힘줄을 붙잡는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덩한 것이 잡혀 그것을 어루만질 때 문득 그것이 더 크게 격동하는 것을 느낀다. 심장인 모양이다. 느껴져? 시온이 입술을 달싹인다. 이게 심장이야. 나도 너와 같은 것이 뛰고 살아 숨 쉬는 생명이야. 그가 눈을 뜬다. 그의 속눈썹을 훔쳐 보고 있던 어셔와 눈이 마주친다. 무심결에 손을 빼려 드는 어셔의 손목을 그가 붙잡는다. 그러니까 무서워 하지 마. 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뭐라고 의심하든, 뭐라고 오해하든…… 나는 시온이야. 어셔의 얼굴이 희게 질린다. 어셔는 시온을 생각한다. 시온이 죽기 전의 시온을 생각한다. 지금보다 덜 모호하고, 덜 자유롭고, 덜 흥미롭던 시절의 시온……. 눈앞에서 펼쳐졌던 교통사고가 지금 어셔의 손을 삼키고 있는 시온의 배를 갈랐던 그 순간에 마주했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생각한다. 시온은 죽었다. 그들은 올해 4월달에 장례식을 치렀다. 그러나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자,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 그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 심장을 두들기고 있는 자 모두가 진실이다. 여전히 내가 무서워? 시온이 묻는다. 일견 캐묻는다. 홀린 것처럼 어셔는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워……. 시온이 그를 올려다본다. 창문 너머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그래서 더 알고 싶어……. 시온이 웃는다. 결점 없는 얼굴로 파안대소한다. 그 순간에 어셔는 시온의 어깨를 붙잡고 입을 맞춘다. 입술이 겹쳐질 때에 손바닥에서 맥동하는 심장을 느낀다. 제게 모든 치부를 내보인 채 무람없이 키스하는 시온에게 더없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