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씨의 로맨스 샘플...

뭔가 바메님이 남주RP하고 제가 여주RP하면 재미잇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백업 by 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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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듯 스치는 당신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베니타는 마치 당신을 해피엔딩으로 데려갈 안내인처럼-.

베니타의 구두굽이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어딘가 찻잔에 스푼을 부딪히는 것 처럼 경쾌합니다. 다가닥, 도망치는 듯 한 리듬으로 당신을 이끌고, 아가씨는 경쾌하게 당신을 데리고 꽤 긴 시간을 달려 로즈 스트리트의 중심, 분수대로 데려옵니다. 서툰 달리기에 지쳐, 무릎에 손을 얹은 채 한참이나 호흡을 고르던 베니타는…

“아샤, 나랑 춤춰줄거지?”

베니타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서는 가만히 손을 내밀고, 당신은 순종하며 그 손을 붙잡았습니다. 저녁바람이 당신과 아가씨 사이로 불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시원스레 휘저어놓는 것을 계기로, 베니타는 제자리에서 크게 한 바퀴를 돌아갑니다. 사람의 소음과 분수대의 소리 사이를 두 사람의 춤이 비집고 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경쾌한 톤의 관현악이 만드는 스타카토가 귓가에 맺힙니다.

“봐, 네가 춤을 못 추는건 아무런 문제도 안 된다니까?”

빙글빙글, 아가씨의 파란 치맛자락이 은방울꽃처럼 펼쳐지고, 밀빛 앞머리는 땀에 달라붙어 눈썹위에서 팔랑거리고, 에메랄드 같이 빛나는 베니타의 눈동자가 지척의 거리에서 당신을 빤히 응시하고있습니다. 새싹처럼 청록색으로 빛나던 아가씨의 눈동자는 태양빛에 약간의 노란색을 머금고, 고개를 숙여 두 사람의 코가 맞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즐겁지, 아샤?”

베니타는 여린 입술의 살결이 닿을듯, 닿지 않은 듯 위태로운 거리감이 간지러워 사탕가루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베니타는 휘청거리는 당신을 야윈 팔로 붙잡는 자신이, 지금만큼은 꼭 능숙한 왕자님처럼 보이기를 바라는 듯 당신의 손을 꼬옥 붙잡고... 고용인용 외출복을 입은 어두운 피부의 공주님을 우아하게 이끌어서, 가슴이 콩닥거리고, 입술이 바싹 마르는, 귓바퀴는 석양보다 뜨겁고, 손바닥이 이끼처럼 눅눅해지는 자신의 심경을 생생히 겪어주기를.

자신보다 한 뼘은 키가 작은 아샤를 위해 보폭을 조금 줄이고, 이번에는 느린 속도로, 좀 더 '춤'같은 스텝을 밟으며. 행진의 끝으로 향하는 대신, 이 순간이 영영 멈춰있기를 바라는 듯 여전히 분수대 곁을 뱅글뱅글 맴돌며 당신에게서 눈을 피했다가, 다시 맞춰보이며.

“있지, 아샤.”

점점 더 붉어지는 하늘은 서서히 내려앉고, 햇살을 등져 당신의 얼굴에 베니타로 말미암은 그림자가 쏟아질 때, 당신이 보는 당신의 아가씨가 가장 빛나는 순간에, 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을 두 사람의 사이에 둔 채로.

“ ...있잖아, 네게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었어.”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네가... 쓴 극에서, 나는... 열이 안나는 사람이라면 좋겠어, 아샤. 겨울에 눈을 맞아도 아프지 않고, 찬 바람을 캐미솔만 입은 채로 쐬어도 되고, 너와 밤새 포도주를 마셔도 피를 토하지 않고, 손톱에 긁힌 흉터가 한참이나 남지 않고, 너와 키스할때 입술이 거칠지 않고, 너와 여행할 수 있고, 너와 해가 석양이 뜬 내내 춤 춰도 발바닥이 부르트지 않고... ”

베니타는 훌쩍거리며 소망을 늘어놓았다. 아주 사소한 것들, 춤추거나, 노래하거나, 계절을 만끽하거나 하는 아주 평범한 응어리들이 베니타의 목 너머로 쏟아져 나왔다. 어리석은 아가씨는 그렇게 한가지, 한가지를 내뱉을 때마다 당신을 내버려두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아팠던 시간만큼, 아침마다 창문을 여는 당신을 마주한 날짜만큼, 장미가 피고 지는 햇 수만큼, 당신에게 두근 거렸던 심장 박동의 수 만큼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차와 아가씨의 눈물이 모두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내 삶 속에서... 멋진 해피엔딩을 떠올려 줘야해.

너를 사랑해, 나의 아샤. 내 모든 인생마다 너를 생각하고, 그 곳에는 언제나 네가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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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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