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싫

추기 석전제

주자님 생일축전

24.09.15 백업

주자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붉게_빛나는_성학의_집대성자

#송태사휘국문공_894번째_탄신일

#이로써_모으고_기로써_구분하니_만물에_이치가_깃든다

#0915_HappyZhuXiDay


발할라의 날짜 감각은 분명하지 않다. 애초에 시간이 ‘현실’에 비해 매우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하루하루 해가 뜨고 지긴 하나 날짜를 매기기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철학자들은, 동시에 과학자인 자가 많기도 하기에 자기들 나름대로 날짜의 기준을 정하여 철을 나누었다. 결국 항상 가을임에도 3월이 되기도 하고, 7월이 되기도 하고, 12월이 되기도 하는 곳이 그곳.

이퇴계와 이율곡이 그곳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먼저 올라온 선배들로부터 날짜를 대강 전해 들으면서 이곳은 사시사철 가을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물론 자신들의 모습이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환상적 공간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었다. 물론 노자 님이 남기신 죽간을 읽고서도 이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을 했고 말이다. 그러나 때가 갈수록 정말임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면서도, 그들은 유교적 생활습관을 버리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나 몸을 단정히 하고 서책을 읽는다던가, 정기적으로 문안인사를 드린다던가. 그들이 그토록 받들던 선학들이 함께 있는 환경이란 것이, 두 사람에게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그리고 음력 8월이 되었다.

음력 8월이 되면 성균관 학도들은 몸을 한층 더 정갈히 한다. 추기 석전제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성균관에서 공자와 유교 성현들에게 지내는 제사. 이황은 성균관 대제학이었고, 이이는 성균관 장학생이었으니 당연히 익숙한 일이었다. 둘은 8월에 들어서자마자, 물론 성리학 상의 견해 차이로 투닥거리면서도, 어떻게 석전제를 준비할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에 전혀 어색함은 없었다. 둘은 주자 님의 생신과 공자님의 생신이 일주일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성균관에서 석전제를 지낼 때마다 그를 축하드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첫 석전제를 준비하며 둘은 꽤 분주했고, 계획한 석전제 날이 되자 둘은 이른 아침에 간소하게 제단을 차려, 예복을 입고 그들의 처소에서 마주쳤다.

“이 모습으로 이 옷을 입는 건 처음이네요,” 이이가 먼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여기서도 석전제를 지내게 되는군. 성균관 식구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관리자에게 조금 섭섭하긴 하다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위패를 하나하나 모시며 이황이 대답했다. 중국 4성의 위패를 놓곤, “음악 하는 사람들과 아직 교류하지 못하여 전악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애석해.”라고, 이황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요. 지금 이리 둘이서만 석전제를 지내는 것도 난생처음이고. 아니, 죽었으니 난생이라고 할 수가 없나?” 말하다가 갸웃 고개를 기울이는 이이였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분헌관도 둘이서 둘씩 맡아야 할 판인데… 이거, 예법에 너무 안 맞아서 어쩌나 싶긴 하군.”

“음복도 저희 둘이 해야 하나요? 일부러 간소하게 차리긴 했는데.”

“글쎄 말이다. 유교 식구들에게 나눠주면 되지 않을지.”

여기까지 말하고 둘은 멈칫했다. 유교 식구들. 유교 식구들? 잠시만…

이럴 게 아니라,

본인들에게 직접 가서 축하드리면 되는 거 아냐?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는, 얼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하하하, 그래서 아침 문안인사를 안 왔군? 옷도 엄청나게 화려한 걸.”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주희가 말했다.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듣기론 저희 조선에만 이 풍습이 남아있다고는 하던데… 주자님은 조선에서 이런 제사를 드린다는 걸 아셨나요?” 민망해하며, 이이가 말하자, 주희는 씩 웃었다.

“알고는 있었지. 그런데 그 조선에서 이곳으로 오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여기에 와서까지 그 의식을 할 줄은 몰랐지! 덕분에 새로운 복식도 보고 새로운 제단도 보게 되는군.”

이황과 이이는 직접 본인에게 말하면 된단 것을 깨닫자마자 주희에게 곧장 문안인사를 하러 달려갔다. 평소의 시간보다 늦게 오는군, 생각하고 있던 주희는 이이와 이황이 화려한 예복을 입고 헐레벌떡 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상황을 설명한 것은 이황이었다. 조선에서 유교 성현들에게 올리는 의례의 철이 되어 하려고 했는데, 여기 왔으니 당신들께 직접 말씀드리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늦게라도 문안인사드리러 왔다, 송구하다. 금세 의문을 푼 주희는 크게 웃고는 그 제단 한 번만 보러 가도 되냐고 둘에게 물었고, 지금은 이이와 이황의 제단을 주희가 직접 와서 보는 중이었다.

“하하하, 진짜 재미있네. 이러니까 내가 죽었단 게 갑자기 실감이 되는군!”

“그런 농은 마십시오…….”

“왜,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여기 와서도 제사를 다 받아보다니, 하하!”

“송구합니다… 여기 직접 계시다는 걸 떠올리질 못했습니다.”

“아니, 탓하는 게 아니네.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도 사라진 풍습이 조선의 국학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걸 자네들이 이었다는 게 재미있는 것이야. 공자님도 불러올까 싶은데, 괜찮나?”

“아뇨, 아뇨!!!” 이황과 이이는 동시에 질겁했다. 공자님께는 당일에 직접 축하드리겠습니다. 이걸 더 소문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민망합니다…. 눈에 띄게 부끄러워하는 두 후학을 보고 주희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름 생일이라고 챙김 받는 일이 후학들로부터 생길 줄은 몰랐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농을 한 번만 더 칠까.

“그럼 제단의 음식은 내가 먹으면 되는 건가? 망자에게 바치는 음식 아닌가. 원래는 자네들이 음복해야 하겠지만, 여기 본인이 있는데. 생일상으로 받겠네.”

이이는 여기까지 오니 거의 울 것 같았고, 이황의 얼굴도 빨개져 있었다. 우리가 주자님 생신을 자체적 추기 석전제 날로 삼은 것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잘 된 건가 망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조촐하지만, 그리 받아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주희는 한 번 더 크게 웃어젖혔다. 이리 유쾌한 일이 다 있나. 그래도 이 일은 비밀로 해 주기로 결심했다. 후학들이 이렇게 민망해하는 걸 방방곡곡에 알리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지. 그래도 가끔 농을 던질 수는 있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주희는 예뻐 죽겠다는 눈빛으로 후학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냥 생각나서 써봤어요!

이황이이가 잠깐만 그냥 본인에게 축하드리면 되는 거 아냐? <<이러는 게 보고 싶기도 했고, 주자님 생일 축전이란 것도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ㅎㅎ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구마 님(@saeguma1500)님께서 이 글에서의 퇴계, 율곡이 귀엽다고 3차창작 그림을 그려주셔서… 소중히 간직하다 글리프 업로드하며 첨부해 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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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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