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10회차, 해일 님
B에게 by 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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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런 생각 한 적 한번도 없대니
불현듯 삶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필름 속 잘려나간 씬처럼 토막난
요지경 세상, 낸들 어쩌라는 건지
한동안 괜찮은 줄 알았더니 왜 또
존나 말썽이야 뇌가 고장난 느낌
재미없는 농담에 억지로 웃기도
야, 이제는 벅차단 말이야 그만해
아무렇지 않게 시를 쓰니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 거니 이 목소리를
도대체가 나한테만 끔찍한 거니
너스레를 어쩜 그리 잘 떠시는지
안되겠어 나는 못 하겠단 말이야
좋은 기억이라곤 추호도 없는데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지는
해맑은 시절의 기억이 그리워서
사실은 나도 날 사랑하고 싶었어
라 트라비아타, 방황하던 영혼을
저 멀리 어딘가 두고 온 듯한 기분
저녁이 오고 있어 곧 해가 질 거야
리듬에 맞춰 오르는 엔딩 크레딧
가는 거니? 아직 안 끝났는데도?
망연히 떠나가는 뒷모습을 본다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게 서럽다
……아!
미친 게 틀림 없다 이명이 멈추질
않았다 누구도 이해해주질 않고
해묵은 감정만 가슴을 틀어막고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치우고 나니
짓이겨 구겨진 필름 조각이 있었다
말썽이구나 너도, 버려졌니? 잊혔니?
이름을 붙여본다 나를 미워하지 마
야, 너 나랑 이름이 똑같구나 몰랐네
"살아줘"와 "사라져"는 발음이 비슷한 것 같아
아, 어쩌면 내가 들은 것도 매도가 아니었을 지 모른다 모든 환청은 왼쪽 귀에서부터 들려온다 슬그머니 왼쪽 귀를 닫아본다 다시 들여다보니 꽤 괜찮은 B급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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