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떨레
2023 마크에이지 회지 합작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변화를 눈치챕니다. 몹시 작은 차이이나 이곳은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오래된 서재. 모르고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인장 없이 풀로만 봉인된 미색 봉투가 얌전히 책상에 놓였습니다. 학교 문양이 새겨진 우아한 녹색 우표와, 같은 색 잉크로 겉면에 적힌 익숙한 필체가 눈에 띕니다. 악필은 아니지만 그
2023 형님조 회지 합작 <나의 --> 나의 경배 Your Glory (C)떨리고설레다 2023 / 오래된 신전 입구에 길쭉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구두 바닥이 대리석과 마찰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묵직한 몸무게가 실린, 그래서 또각또각보다는 뚜벅뚜벅에 가까운, 저것은 남자의 발자국이다. 걸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춘다. 다음에 일어나는
월식 Lunar Eclipse (C)떨리고설레다 2022 / 1 | 인간은 귀납적인 사고를 한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에 기반하여 내일을 추측한다. 어제에 대하여 오늘이 그런 것 같이 내일 또한 오늘에 대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일어나지 않읕 일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이 인간에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귀납은 나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추론일
*등장하는 지명은 모두 가상의 공간이며, 실존하는 장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잿빛 괴담 (C)떨리고설레다 2021 / 저쪽 소실천 너머에 있잖아. 아니, 모천동 말고 그 주변 동네들 말야. 거기에 글쎄, 귀신이 나타난다는 거야. 흔히 생각하는 목 달랑거리는 놈이나 침대 시트 뒤집어 쓴 애들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사람처럼 생겨선 돌아다니고 말도 하는
각자의 꽃밭 (C)떨리고설레다 2020 /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네." 뭐요? 중력은 하마터면 쥐고 있던 종이 뭉치를 떨어뜨릴 뻔했다. 아니, 거의 떨어뜨렸나. 바닥에 몇 장 힘없이 흩어진 종이를 수닝이 재빨리 모아다 쥐여 주었다. 놀란 이는 그만이 아니었다. 리타는 손톱 끝을 만지작대던 손가락을 멈추었으며(어정쩡하게 지은 표정
"이 세계는, 우리에게 구해질 가치가 없어."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C)떨리고설레다 2020 / 백신을 만들자고 했다. 수닝의 빌어먹을 귀와 머리통이 아직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게 맞다면, 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자식들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 수닝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당연히 녀석들이 자주 쓰는 비유적 표현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혹
종말은 잠잠하게 (C)떨리고설레다 2020 그 날 세상에 있던 사람은 약 78억 명이었다. 너무 커서 가늠조차 잘 안 되는 수치를 직접 증명이라도 하듯, 집 앞의 어딜 나가도 사람들이 붐볐다. 지하철, 영화관, 카페… 빛을 쫓는 날벌레처럼 시원한 곳이라면 어디든 몰려들었다. 오로지 만득만 고장 난 에어컨과 곧 똑같이 될 것 같은 선풍기를 옆구리에
악어팬카페 김심령(leef***)님이 쓰신 동명의 썰(https://m.cafe.naver.com/bjcrocodile/3328769)을 기반으로 작업했습니다. 본인은 뉴띵마을을 보지 않았으므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설정 오류를 발견하시면 말씀주세요. (C)떨리고설레다 2020 -01- 잠을 막 깨면 늘 그렇듯 기분이 멍했다. 티셔츠
/ 사냥개 / 09 모두가 죽은 사람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나돌 법한 피해자의 신분이나 직위, 심지어 범인에 관한 루머조차도 하나 없었다. 어쩌면 위쪽에서 철저히 비밀에 부쳤을지도 모른다고 핑맨은 생각했다. 정보가 빠른 데다 입도 가벼운 멋사나 중력이 이런 일을 알고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리타가 몇 마디 더 해주
(C)떨리고설레다 2019 WTK의 사냥개, 최고의 사냥꾼. 한번 문 건 절대로 놓지 않는, 최상위 포식자.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너는 이미, 그 이빨에 목을 물어뜯기고 있을 거야. / 사냥개 / 01 핑맨이 복도로 나왔을 때, 저 끝에서는 악어가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악어님.”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는 그는 피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