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에밀리엘] 무지개

전력 60분

KOR Archive by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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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에게 있어 에밀리는 무지개같은 존재였다. 시련 뒤에 오는 축복, 그러나 금방 사라지고 마는. 꿈같고, 아름다운 존재. 가브리엘에게 있어 에밀리는 그런 존재였다. 한여름 밤의 꿈같은..

가브리엘에게 있어 에밀리는 언제든지 사라질 것같은 솜털같은 존재였고,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만의 가보이기도 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같기도 했다. 요지는 가브리엘에게 있어 에밀리는 무척 중요한 존재였고, 동시에 언제든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브리엘은 불안했다. 이 여자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까봐.

'가비, 무슨 일 있어?'

둘은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둘의 손에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행복해야할 순간이었건만 가브리엘은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는 것만을 느꼈다. 에밀리는 표정이 굳은 그가 안쓰러워보여 그의 손을 살포시 잡고 가브리엘에게 물었다.

'아냐, 아무일도.'

'그렇다기엔 표정이 너무 안좋은데.'

'...'

역시 가브리엘은 에밀리를 이길 수가 없었다. 에밀리의 눈이 보기좋게 위로 치솟아오르자 가브리엘의 가슴이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브리엘은 적당히 상황을 모면할 지, 아니면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말할 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에밀리에게 모든 걸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사실, 너가 언젠가 나를 떠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무슨 소리야, 가비! 그럴 일 없다는 걸 알잖아.'

'알지, 몰론. 근데 넌..'

저기 하늘에 떠있는 무지개같으니까. 가브리엘은 뒷말을 간신히 삼켰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해야 에밀리에게 잘 전달될 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가비, 봐! 무지개야.'

무지개. 너무 아름답고 곧 사라질 무지개. 가브리엘은 무지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7가지 색이 촤르르 펼쳐져있는 무지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치, 에밀리처럼..

'그래, 무지개네.'

'가비, 정말 내가 언젠가 너를 떠날꺼라고 생각하는거야?'

'...'

아니라고 가브리엘은 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브리엘이 에밀리의 말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에게 있어 에밀리는 구원 그 자체였다. 가난한 디자이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던 가브리엘의 삶에 활기를 불어다 준 존재가 바로 에밀리다. 에밀리는 가브리엘이 생각하기엔 과분한 존재였다. 그 점이 가브리엘이 불안해지게 만들었다.

에밀리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것만으로도 가브리엘에겐 과분한 존재이거만 에밀리는 예쁘고, 상냥하고, 불같은 성격 또한 지녔으며, 정의로웠다. 무엇보다 가브리엘을 사랑했다. 가브리엘에게 에밀리는 완벽한 존재였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바치고 싶을 정도로.

'솔직히 말할께.'

'그래, 가비.'

'난.. 두려워. 넌 나에게 있어 너무 과분한 존재야.'

'그렇지 않아, 가비..'

'몰론 너는 날 떠나길 원하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집안에서 강제로 우릴 떼어내려한다면? 아니면 둘 중 하나가 어디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넌 너무 완벽해. 그래서 금방 사라질까 두려워.'

'난 완벽하지않아. 그리고..'

'무지개처럼 말이야.'

'무지개?'

에밀리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지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나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던 그 무지개가. 에밀리는 가브리엘에게 있어 자신이 그런 무지개로 보이진 않았을까 생각했다. 순간 가브리엘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에밀리는 깨달았다. 왜냐면.. 그녀 역시 똑같은 두려움을 느꼈기에.

'가, 가비..'

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방금전에 자신은 떠나지않으리라 호언장담했으면서 이번엔 그녀가 그가 떠날까 두려워한다니 이건 무슨 일인가.

'괜찮아. 난 떠나지않아. 우린 무지개가 아니잖아.'

그런데 그녀의 연인은 에밀리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에밀리의 마음을 눈치채고 에밀리를 안은 후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에밀리는 순간 세상에 단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꿈처럼, 그래서 금방 깰 것처럼.

'그래, 우린 무지개가 아니야. 우린 사람이야.'

'너 말이 맞아, 에밀리.'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 다 마음 한 켠의 불안감을 없애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금 순간이 너무 황홀해서, 마치 무지개 같아서 무지개처럼 금방 사라질 순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참 꼴갑떤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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