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남자

제곧내...

글스터디 주제 :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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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글쓰기 주제였다…! 뭐 쓰고 싶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1차 연성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자가 말했다. 화병에서 물을 꺼내 물을 갈아주고 끝줄기를 가위로 하나씩 자르고 있던 남자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맞아. 그래서 좋은거지.”

 

예쁘게 꽂힌 꽃을 가볍게 손 끝으로 스치듯 만져준 남자가 뒤를 돌았다. 남자가 화병의 꽃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가 시선을 돌려 방구석을 응시했다. 남자가 바라본 여자의 모습은 자신에게 관심 한 톨도 갖지 않은 채로 뚱한 얼굴로 불만을 중얼거리는 모습이라, 남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영원하지 않아서 좋아?”

 

말하는 자신도 찔러버리는 아픈 질문을 내뱉듯 말한 여자의 옆에 다가가 풀썩 나란히 앉은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자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고 규칙적으로 토닥이며 온기를 나누는 남자의 품에 가만히 안긴 여자가 돌아오지 않는 답을 기다렸다. 끝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린 여자가 말했다.

 

“넌 정말 최악이야.”

“미안해.”

 

항상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남자는 여자에게 어떠한 미래도 약속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둘은 어던 관계도 아니었다. 친구마저도 여자가 거절하였으니 둘은 그냥 ‘아는 사이’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이상한 놈이야.’

 

누가 아는 사이인 사람의 집에 매일 와서 화병을 관리해주는지. 저 화병도, 꽃도, 전부 남자가 가져왔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났다. 모자를 눌러써 푸석푸석한 금발로 염색한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가렸지만 잔머리가 많아 지저분하게 보이는 머리로, 목이 늘어나고 이상한 문자가 낙서된 티셔츠에 반바지라는 끔찍한 패션으로 카페에 들어온 여자의 주문을 받아준 게 남자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네.”

 

잠시후 아메리카노를 받으러 카운터에 온 여자의 손에는 아메리카노와 사탕 하나가 쥐여졌다는, 그런 첫만남이었다. 여자는 어정쩡하게 감사 인사를 주워섬기고 급히 카페를 벗어났다. 지쳐보이는 여자를 향한 약간의 호의였던 남자는 여자의 과잉 반응에 놀랐지만 곧 잊어버렸다. 점심 대의 카페에는 계속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를 다시 만난 건 카페에서 쓰던 우유가 떨어져서 마트에 갔던 날이었다. 반려동물 코너에서 캔을 잡을지, 아니면 고양이 용 간식을 잡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허공을 배회하는 여자의 손을 본 남자가 과한 오지랖이라고 싫어하진 않을지 걱정하며 말했다.

 

“골목길 치즈냥이 줄 거라면 고양이 간식이 좋을 거에요.”

“...! 가, 감사합니다...”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쓰며 고양이 간식을 집어 성큼성큼 몇 걸음 걷던 여자가 남자를 한번 돌아봤다. 그 자리에 서서 여자가 가는 모습을 보던 남자는 여자가 뒤를 돌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놀랐는데, 돌아본 여자가 더 놀란 얼굴로 후다닥 도망갔다.

 

그 후에 다시 골목길, 카페, 산책로... 우연한 만남이 늘어갔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걷는 날이 늘어갔다. 어떤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보는 치즈냥이에게 남자가 간식을 주는 모습을 여자가 구경했다. 한여름이라 땀이 가만히 있어도 쏟아졌다.

 

“안 더워요?”

 

여자가 항상 쓰고 다니는 모자에 대한 질문이었다. 여자가 머뭇거리다 모자를 벗었다. 푸석푸석한 염색모가 드러났다. 머리가 태양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남자가 멍하니 바라봤다.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남자에 부끄러워진 여자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가, 이윽고 모자를 내리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어때요?”

“예뻐요.”

 

단숨에 튀어나온 대답에 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 눈은요?”

 

남자의 눈이 여자의 머리에서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태양빛 아래에서 주홍빛으로 빛나는 눈을 보며 남자가 대답했다.

 

“아름다워요.”

“진부해요.”

 

말하는 여자는 남자를 마주 보지 못했다. 남자는 어떤 의미를 담은 말이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곤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다 손등을 햘퀴어졌다.

 

“아.”

 

할퀴어진 손등보다 도망가는 치즈냥이를 아쉬운 눈으로 보는 남자에게 여자가 주머니에서 반창고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이걸 주는 순간 무언가 변할거란 직감이 들었다.

 

“이거 써요.”

 

여자는 반창고를 남자에게 건냈다.

 

“저는 뭐 받으면 꼭 보답해야하는데.”

“그동안 저는 무료로 많이 도와줬잖아요. 이게 보답이라고 쳐요.”

 

남자의 손등에 반창고가 붙었다. 새삼스럽게 그동안 남자에게 도움만 받았단 게 떠오른 여자가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별 생각이 없던 호의였지만 받기만 하는 건 여자에게도 부담스러웠다.

 

“제가 그동안 받은 게 많으니까... 그, 거피 기프트콘이라도 선물할게요.”

 

여자의 말에 남자의 눈이 커졌다가 곧 휘어졌다.

 

“제 번호 따는 거에요?”

“아, 그런 거 아니에요!”

 

화들짝 놀라는 여자에게 웃으며 남자는 주머니에 있던 볼펜과 수첩을 꺼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 여자에게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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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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