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연가_#004
: 조력자, 이그니(2)
고통을 참고 고개까지 저으며 스스로에게 잔인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으며 불가능한 일에 대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저, 아샤 프레닐인척 하고 시타라 곁에 있어 주세요. 남아주세요. 시타라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아샤의 말에 불로 이뤄진 이그니가 본인이 듣기에도 조금 잔인한 말이라 생각했는지 손끝이 살짝 흐려졌다가 다시 타올랐다.
『조금 이상한 부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릴 때부터 굳이 시타라를 선택해 아끼는 티를 낸 신이라면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죠. 저 인척 행동하고, 시타라의 곁에 남아주세요. 이게 제 부탁이고 소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그니님이 소원을 들어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당신의 존재를 알아챈 것처럼요."
아샤의 말에 이그니는 자신을 바라보며 눈 마주쳐오는 죽어가는 생명의 머리 색과, 눈동자 색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 안의 망설임을 성찰하듯 부탁받은 입장에서 부탁을 해온 아샤가 자신의 행동을 말려주길 바라는 듯이 다시 한번 아샤에게 물었다.
『시타라…를 믿지 않고 있나? 의사로 열심히 살아온 시타라의 손을 거치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정도 다쳤으니 하는 말인데,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난다고 해도 제가 원하는 모험가의 일은 못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후유증이 남아 못하게 된다면…저는 제가 맞이하게 될 미래를 견딜 수 없을 거예요. 시타라를 생각하기도 전에 저부터 무너질 테고, 제가 그 상황에서 무너진다면….“
아샤의 말이 길어지며 어떤 상황을 생각했는지 아샤는 다시 한번 핏물을 삼키며 지쳤는지 자신 눈앞의 신을 말 없이 쳐다보며 자신의 속을 읽어달라는 듯이 굴었다.
아샤의 단호한 말에 이그니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쩔 수 없는지 고갤 끄덕인다.
『잘 알았다, 아샤 프레닐. 너의 소원은 내가 들어주겠다. 단,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 들켰을 때는…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봐주렴.』
"시타라가 눈치도 빠르고 저보다 잘난 구석이 많은 애라지만…계약을 이런…식으로 해야 하나요? 아무리 신들이 만능이 아니라지만 못 미덥네요."
자신의 삶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려는 건지, 불경한 말을 내뱉는 아샤의 말이 끝나고 이그니는 공중에 쭉-선을 그어 불로 이뤄진 원을 하나 그리고 안에다가 뭔갈 써 내려가더니 아샤가 팔을 뻗을 수 있게 받쳐 들었다.
『잘 부탁한다, 아샤 프레닐. 죽음의 기로에서도 자신이 아닌 친구를 위한 선택을 한 고결한 영혼이여, 신의 품에서 안식을 맞이하고 좋은 꿈 꾸길.』
/
"내…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자신의 육체, 미세하게 뛴다는 느낌을 주는 심장께에 손을 얹었다가 내려놓으며 육체의 주인인 아샤와 있었던 일을 말한 이그니는 자신의 시선 끝, 시타라의 얼굴을 살피었고, 시타라는 이야기를 시작하며 손에 쥐었던 칼을 내려 놓은 채 눈물을 참으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시타라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아까보단 조금 편한 자세로 시타라를 바라보고 있는 이그니가 몇 번을 손을 뻗으려다가 팔을 거두고 시타라가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길 바라며 말했다.
"…나는…아샤 본인이 짐작했던 대로 이그니, 불과 태양의 권능을 가진 신들의 우두머리, 주신 이그니이자…네 곁에 남아있을 수 있게 허락된 존재.”
그렇게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듯이 못을 박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샤는 마지막까지 너를 걱정했지. 병원에 도착해 손을 잡았던 이는 아샤가 맞아. 아샤는 그 후로 숨을 거뒀고, 소원을 부탁받은 내가 지금 이 몸을 쓰게 되었지."
"아직…아직…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아샤의 마지막은 정말 괜찮았나요? 나는 부모님에 이어 친구의 마지막도 못 보내 준 사람이 되었어요."
시타라가 울기 시작했는지 고개를 숙인 아래로 막을 수 없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며 땅을 적셨다.
"지금은 안식을 찾았겠지. 그는 용감한 사람을 좋아하고 아샤 성격이 워낙 좋아서 말이야. 그리고 이건, 마을을 떠나오며 있던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네가 마음 쓰지 않았으면 해…."
이그니가 아샤의 신체에 남겨졌던, 시타라의 불신으로 생긴 목의 상처 위로 손을 덮더니 한번 쓱- 훑어내자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방치되느라 깃을 살짝 적셨던 핏물도 사라진다.
"…왜 말해주지 않았나요?“
마법이나 다름없는 상대방의 있을 수 없는 행동을 바라보던 시타라가 고개를 들어 이그니를 바라본다.
눈물을 흘리며 시선을 마주하는 시타라의 얼굴에 걱정되는지 이그니는 조금 다가가 시타라를 위로해주려다 푸른빛으로 타던 불이 확 뻗쳐서 오자 손을 거뒀다.
아차하며 놀란 이그니가 손을 거두고 방금 일어난 현상에 눈물을 흘리던 시타라도 같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음…방금…봤지?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신은 자신이 인정하고 내뱉은 말에 묶여 사는 존재야. 이 불도 일종의 의식을 통해서 신의 약속을 받은 상태라 지켜질 때까지 불 탈거고…아샤의 소원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에게 타격이 돌아오게 되는 거지."
손을 꼼지락거리며 신체가 불에 화상 입은 곳은 없는지 자신의 손을 살피던 이그니가 시타라에게 말했다.
"그래서…말할 수가 없었어. 어차피 믿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네 반응을 보니 나에게 되돌아오더라도 말을 했으면 안 그래도 심란한데 더 심란하게 하진 않았겠네."
아까 자신이 다쳤음에도 마음 쓰지 말라는 말과 자신에게 타격이 돌아와도 말했어야 한다는 이그니의 말에 시타라가 뭔가 맘에 안 드는지 어이없다는 듯이 살짝 큰 소리를 냈다.
"말이 어떻게 그렇게 쉬워요? 당신에게 타격이 돌아간다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으면…아니에요. 지금 좀 혼란스러워요."
자신에게 해가 되어도 된다는 반응에 이해가 맞지 않은 시타라가 자신을 본의 아니게 속인 존재를 다시 쳐다보고 혼란스러워하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고 내뱉었던 이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사한 손 아래의 조금 그을린 소매가 신경 쓰였는지 손으로 문질러 털어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들켰지만 나는 일이 있어서 네 곁에서 좀 오래 남아야 할 거 같거든."
"들킨 이상 아샤의 몸을 태우고 돌아가는 데 아니었나요?"
시타라의 물음에 이그니는 시타라가 따로 구해온 장작을 하나 집어 불에 집어넣고, 손가락 끝으로 시타라의 시야에 닿는 땅에 그림을 그려나가 시작했다.
"다른 것도 있고, 우선 내가 이곳에 남아 할 일이 남아있어서 그래. 지금 신들은 인간들에게 간섭 할 수 없는 상태라…아, 물론 네가 알 수도 있는 내용처럼 신의 대변인인 신관을 통해 이야기는 전할 수는 있지만, 직접 관여해서 행동할 순 없다는 말이야."
"어째서요?"
"지금 천계와 마계에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천계 자체와 마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조사가 끝난 터라 인간계를 확인해야 했는데…."
말끝을 흐리던 이그니가 시타라를 한번 보고 사람 형상을 그리더니 그 위에 엑스표를 치고 그림을 다시 한번 툭 건드려 보였다.
"생명을 관리하던 신의 자리가 지금 공백으로 비어 있거든. 그래서 신이 사용할 육체를 만들 신이 없어서 신들은 인간계로 내려올 수가 없어."
바닥에 시타라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던 이그니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옆에다가 다시 그림을 그려나간다.
"신이 천계와 마계를 만들려다가 버틸 수 없는 걸 확인하고 원래의 땅을 떠났다는 건 알고 있어?"
"마을의 도서관에서 간간히 들은 이야기중에 하나가 대륙 아실링의 탄생 이야기였어요. 거기서 들은 것 같아요."
"맞아, 천계와 마계를 만들고 신들은 나라를 세우려 했지만 너무 강하게 만들어서 신들 아니면 버틸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신들이 있던 땅을 주고 만든 곳으로 떠났지. 처음부터 땅이 있는게 아닌 직접 작용한게 이유라…인간계를 오려면 그릇이 필요했어. 신체의 힘을 제한하며 걸을 수 있는 그릇."
아까 엑스 표 쳤던 신을 한 번 더 툭, 친 이그니는 기존 그림을 손바닥으로 지우고 그림을 그려나가자 시타라의 시선이 이그니의 손을 따라간다.
"그 신은 생명 자체를 사랑해서 자신의 몸을 바쳐서 전쟁에 희생했거든, 그래서 지금은 잠들어있어. 잠들어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이미 만들어진 그릇에 정신을 옮겨 행동할 수밖에 없었지."
"최근에…있었던 전쟁에서는 많은 사람이 떠나지 않았나요?"
"그들은 모두 자리가 있고, 얼굴이 알려지고 이목이 많이 쏠려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전쟁 자체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을 돌보는 수호 신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거든. 나는…예전에 밉보였기도 하고."
"제국인 게브하르트는 수호신을 이그니로 모신다고 들었어요. 당신의 백성을 선택 할 순 없었나요?"
시타라의 말에 설명하던 이그니는 손을 멈추고 제국이라고 쓰더니 그 위를 마음에 만든다는 듯 툭-툭툭- 몇 번을 치다가 선을 그어서 지워버린다.
"…이번 전쟁은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었어. 자잘한 분쟁이 아닌 옛날, 옛날에 있었던 전쟁처럼 말이야. 나는…그들을 맘에 들어 하지 않기도 하고…더군다나 그쪽은 오직 강한 힘의 이름으로 굴복되는 상황을 원해서 나와 루에이리를 수호신으로 삼은 거나 다름없어서."
마구 지워버렸음에도 맘에 들지 않는지 몇 번이나 툭, 툭, 툭- 툭, 나뭇가지로 신경질을 낸 이그니가 시타라의 앞 인걸 늦게나마 인식하고는 발로 쓸어 제국을 지워버리곤 눈치를 봐온다. 시타라는 이그니의 행동에 신경도 안 쓰는것 같자 마음 편히 입꼬리를 올렸다.
"여튼, 작은 마을에 다친 사람. 그리고…주변 사람들을 고려해서, 신체적 능력을 생각하면 아샤가 최적이였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샤는 내가 너를…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중에 꼭, 여건이 된다면 이야기해줄게. 네가 원할 때.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조금 부끄러운지 머리를 몇 번 헝클인 이그니가 시타라에게 두 개의 나뭇가지 중 남은 나뭇가지 하나를 내밀고는 볼 쪽으로 곁눈질을 하고는 말한다.
"잘 부탁해, 얼마나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다 믿어줬으면 하고…아니면 새롭게라도 사귄 친구로 나를 친구로 대해줬으면 해."
말들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하던 시타라는 이그니가 내민 나뭇가지를 받아서 들고 쳐다보다가 고갤 끄덕여 긍정의 의미를 전하고 이그니가 했던 것처럼 불에 껍질벗긴 나뭇가지를 던져서 넣었다. 푸른빛이던 불은 점차 색이 바뀌더니 다시 원래의 모닥불 형상으로 돌아와 긴 이야기의 종착점인 밤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날이 밝고 시타라는 어느새 태울 나무가 없어도 꺼지지 않고 아직 타오르는 불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꺼지지도 않고 온기를 전하는 친절한 불이 매우 친숙한게 느껴지는데 대체 왜인지.
어렴풋이 이그니가 했던 이야기 중 꿈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 시타라는 이그니에게 물어보는게 낫겠다 싶었는지 질문을 하려고 어젯밤 이그니가 누워있는 자릴 조용히 쳐다봤다.
시선이 꽤 오래 느껴졌는지 하늘을 보며 잠들었던 이그니가 번쩍 눈을 뜨자 갑작스러운 반응에 시타라가 놀라 움츠렸다.
누운채 그대로 몇 번 눈만 깜빡인 이그니는 작은 심호흡 소리에 놀란 상태의 시타라를 발견하고 자신 때문인 걸 깨닳았는지 상체를 일으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인간을 몸을 빌려서 인간으로 지내고 싶으면…적어도 사람다운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샤가 지나온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그니는 웃으며 알겠다며 고갤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아, 나를 알고 나서 존댓말을 쓰던데 그건 그만해주면 안 될까? 어렵겠지만…그래도 새로 사귄 여행 친구처럼 다니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지난밤, 아샤가 아님에도 가능하면 자신을 친구로 대해달라고 말했던 이그니가 시타라의 의사를 물어보자 시타라는 자신의 지식 끝에 박혀있는 신에 대한 상식(주로 모험을 떠들어 대던 아샤를 통한 지식)을 기억해내고 답했다.
"신에게 반말을 써야 하나요? 불경죄라며 잡혀가지 않을까요?"
"지금의 모습은 네 또래의 친구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신인지 몰라.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면 모르는 쪽이 움직이기 쉽잖아? 비슷한 연배에 존댓말을 써버리면 사람들은 우리의 관계나 이런 쪽을 맘대로 상상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그니의 뒷말에 앓는 소리를 내던 시타라가 의미를 알아채고 한번 찌푸리더니 어제부터 가지고 있던 아샤의 검을 이그니쪽으로 내밀었다.
"잘…부탁해 이그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샤라고 부르도록 해볼게."
내민 검을 받으며 팔을 앞으로 더 내밀며 악수를 청한 이그니의 행동에 시타라는 주춤거리며 물러났다가 마을 떠나기 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했던 악수가 생각나 다시 맞잡아준다.
몇 번 살짝 흔들고 떨어지며 시타라는 손에 느껴지던 오돌토돌한 촉각에 이그니의 손을 봤고, 아샤의 마지막, 크게 다쳤던 사고의 흔적인 팔 쪽을 향하며 길게 손에 늘어진 커다란 흉터를 보고 말을 덧붙였다.
"…비정상적인 회복력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보통의 사람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 빠르게 낫지 않거든."
흉터가 보이는 손 등쪽을 툭, 손바닥을 툭, 한번 친 시타라의 행동에 팔을 들어 살펴본 이그니가 골똘히 고민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가능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피가 많이 흐려져서 그런가?"
"무슨 말…이야?"
"어젯밤에 말했던 공백인 생명의 신, 그의 백성들은 회복력이 빨랐거든. 시타라 네가 몇 번 봤다는 사람들도 그이의 백성의 후손이었을 거야."
자신의 손가락으로 손목쯤을 한 바퀴 둘러가며 넝쿨 문신을 설명했고, 그 땅의 백성들의 후손이라며 말한 이그니가 시타라에게 본 적 있지 않냐며 물었다.
시타라는 자신의 엄마가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유품인 귀걸이로 시선을 돌리며 고갤 끄덕였다.
"그건 회복력이 뛰어난 그들만의 특성이자 신의 축복으로, 지금은 피가 흐려져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상황이 안 좋다면 어중간해졌으니 남들보다 더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르겠네."
말을 이어가던 이그니가 아샤가 남긴 기억 속의 관련 정보를 떠올렸는지 말을 내뱉었다가 입을 막고 시타라를 살피자 시타라는 자신의 엄마의 잘린 목을 생각하는지 조용히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내 입이 방정이네, 이것도 고쳐야겠어. 미안해."
"아냐, 엄마는 그 문신을 새겼을때 나중에 내가 좀 더 자라면 해주겠다고 했었거든…관련 된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조금이라도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간혹 환자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어서 조금 조사가 필요하긴 했었어."
알고 있는 지식이 늘었네, 나중에 대처할 방법도 생각해야겠다며 시타라의 말에 깔고 덮었던 요를 털으며 이그니는 추가적인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를 이야기 했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나라의 전통이라 이젠 그들의 후손이라도 이런 걸 새기지 않는 거 같다며, 그래서 아샤를 그쪽인 것처럼 행동하려던 이유도 있다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말한 이그니가 시타라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돌아오니까 그치?"
작게 내뱉는 이그니의 말을 들은것인지 아닌지 시타라는 주어가 없는 물음에 다시 말해달라는 듯 이그니를 한번 쳐다봤으나 이그니는 말없이 웃고는 자세를 숙여 모닥불을 정리했다.
이그니가 손을 뻗어 계속 태울 것 없이도 타오르던 불을 거둬 손을 흔들어 공중에서 사라지게 하고 불을 피웠던 자리의 그을음을 발로 그어 어제의 바닥의 낙서들과 함께 정리했다.
“이제 오해도 풀렸겠다. 같이 여행하기에 앞서 답해주면 안 될까? 네가 가려던 곳은 어디였어?”
옷에 묻은 흙과 풀들을 털어내는 시타라에게 행성지를 물어왔다.
“…나는 모험에 대해서 크게 생각한 건 없어. 나는 아샤와 다르게 이렇게 일찍 모험을 떠날 생각도 아니었고 좀 더 큰 다음에 다른 마을로 가보려고…천천히 계획을 짜던 중이었거든. 그저 내가 모험을 하게 된다면 약초의 시세 안정화와 좀 더 폭 넓은 치료에 대해 배울 수있는 경험을 원했지.”
“아샤와 계약하며 아샤의 기억도 받았는데, 아샤의 계획 속에는 산을 타거나 아니면 다른방향의 마을로 가는 계획 쪽이라 도움을 주긴 어렵네….”
“그러고 보니 제비꽃 언급. 그건 아샤가 넘겨준 거야?”
“아 눈색? 머리는 타고난 재가 모래랑 섞이고 눈색은 제비꽃….”
“그건 좀 그러네.”
머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킨 이그니가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마음대로 썼다는 게 불쾌해 보이는 시타라의 낮은 목소리에 아샤특유의 입꼬리를 슬쩍 그어 내렸다.
“…너도 계획이 없다면 방향은 일단 내가 가려던 방향에 있는 에드윈의 이렌(:수도)으로 정하고 살펴보자, 사람이 많으니깐 모험가와 왕래도 있겠지.”
"난 상관없어, 나는 아샤의 소원을 최우선으로, 내 목적을 해결해가며 여행하면 되니까. 그런데 확실히…위험하게 즉흥적인 감이 많았네."
"부모님을 떠나보낸 공간에 자신이 계속 있으면 무너질 것 같았어, 시간이 흐르면 흔적은 사라질 테니까. 그걸 눈으로 천천히 지켜보느니 떠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한시라도 바쁘게 떠났던 거야.“
정리한 짐을 넣은 가방을 여미고, 끈을 다시 점검한 시타라가 처음 내려놓을 때와 같이 등에 가방을 메자 아샤의 모습을 한 이그니도 시타라와 똑같이 가방의 밑바닥을 털고 등에 메고 이번엔 시타라 옆에 섰다.
"헤매고 고생하게 되고, 위험해진다 해도 그건 발을 옮긴 나의 책임이라 누굴 탓할 생각은 없어. 나는 의사이니 구르는 것과 굴려지는 건 자신 있어."
옆에 나란히 섰다가 먼저 앞으로 걸음을 옮긴 시타라를 쳐다본 이그니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나는 네가 이번엔 후회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그때, 고생도 하지 말아 달라고 할걸."
걸음을 옮긴 시타라를 쫓아 출발할 때와 다르게 옆을 따라잡은 이그니가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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