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연가_#003

: 조력자, 이그니(1)

“부모님도 허락하셨어. 나야 뭐, 모험가가 될 거야~ 하고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떠들었잖아?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시타라의 소식을 듣고는 의견을 말하자마자 허락해주시더라고. 두 분 다 걱정 많이 하셨으니까-.”

“아저씨랑…아주머니가….”

 

아샤의 말에 시선을 피하던 것도 잠시, 걱정했다던 어른들의 얼굴이 떠오른 시타라가 자신이 메고 있는 가방의 가죽 끈을 꽉 쥐었다. 아샤가 시타라의 옆에 서서 아샤를 쳐다보던 아이들에게 능청스레 말을 이어갔다.

 

"나보다 더 이뻐하며 친자식처럼 여기셨는데 혼자 떠난다는 소식에 당연히 걱정하시지~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된 나 같은 사람이 같이 가면 괜찮지 않겠어?"

"시타라가 더 걱정될거같아…."

 

뒤에서 손수건을 쥐며 비야라고 불렸던 금발 머리 소녀가 말하자 아샤는 이러기냐며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이게 내 방식대로 걱정하는 거니까 안된다고 해도 나는 따라나설 거야."

 

시타라와 다른 부모님의 허락, 그리고 걱정을 언급하며 강조하곤 잘 해보자고 아샤가 손을 뻗자 시타라는 아샤의 손끝을 바라보다가 마주 잡으며 손을 살짝만 잡았다가 빼고는, 황급히 지나쳐서 마을을 향해 돌아보며 자신의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꼭, 돌아올게. 나 없는 동안 다치지 말고,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시타라는 배웅하는 자신의 친구들과 몇 지인들에게만 인사하고 가방을 고쳐 매곤 서둘러 마을을 떠났다.

 

 

-

 

 

“시타라~ 천천히 좀 가.”

 

배웅을 뒤로하고 서두르듯이 마을을 떠난 시타라는 아샤의 이야기와 호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해진 방향으로만 무작정 앞으로,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 나갔다.

 

"시타라, 왜 이리 걸음이 빨라? 서프라이즈가 마음에 안들어서 화났어?"

 

아샤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움직이는 시타라의 뒤통수에다가 대고 화가 났느냐 물었지만, 여전히 시타라는 뒤에 쫓아오는 야샤를 한 번씩만 쳐다볼 뿐 대답해주지 않고 한참을 걸었다.

 

말도 없이 걷기만 하는 시타라가 걱정됐는지 좀 쉬면서 가라며 떨어진 거리를 확- 좁혀 시타라의 팔을 붙잡자, 붙잡음과 동시에 아샤를 향해 시타라는 몸을 순식간에 돌려 언제부터 쥐고있었는지 모르는 수술 도구로 쓰는 작은 칼을 아샤의 목에 들이밀었다.

 

“…시타라?”

“…….”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자 아샤가 뒷걸음질을 하다가 붙잡았던 시타라의 팔을 놓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내가 막무가내로 팔을…붙잡아서 화났어?"

 

따끔- 거리고, 피가 살짝 흐르는 감각이 목에 살짝 스치긴 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따끔거리는 감각에 아샤가 슬쩍 팔을 내려 손으로 목을 쓸어내며 확인하려 하자 시타라가 칼을 더 가까이 가져다댄다. 시타라의 행동에 목을 확인하는 것도 포기하고 아샤가 칼 너머의 시타라를 응시하며 한숨을 길게 내려쉬었다. 몇 발자국 뒤로 더 물러선 아샤는 다시 한번 시타라에게 왜 그러냐 물었다.

 

"내가 화나게 한게…말 안하고 따라온 것, 막무가내로 의견 말해서 떠나고 싶은 사람 붙잡고 합류한 것, 방금 팔을 갑자기 붙잡은 것까지. 이밖에도 놓친 게 있다면 사과할게."

 

날붙이를 들고 목을 겨누고 있는 시타라를 자극하기 싫은 아샤는 여전히 팔을 든 채 시타라를 진정시키고 칼을 내리게 하고 싶어 했지만 아샤가 내뱉은 말은 두 사람을 아는 사람들과 배웅했던 친구들이 물으면 무슨 소리냐 하며 혼란을 일으킬법한 소리였다.

 

아샤는 시타라와 투닥거리며 지내는 친한 친구였지, 절대로 시타라가 칼을 든다고 자신이 화나게 한 부분을 되짚어가며 사과할 위인이 아니었기에.

 

시타라는 물러선 아샤를 째려보다가 확신이 들었는지 입을 열었다.

 

"너."

"응, 나."

"아샤가 아니지."

 

여태 물어왔던 질문과 전혀 다른 예상 밖의 물음에 놀란 듯 아샤는 눈을 뜨곤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회색 머리! 네가 좋아하던 보라색 눈! 나는 아샤 프레닐라고-.”

“하지도 않았던 말이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전에 그랬잖아! 아샤의 눈은 꼭 제비꽃 같아~ 했잖아?”

"…."

 

확신을 두고 내뱉었던 질문에다가 들려온 답에 상반되게 어릴 적 일을 부정했더니 진실한 발언을 하자 시타라의 표정은 더더욱 굳어졌다.

 

"내가 왜 네 친구 아샤가 아니라고 생각한 건데? ‘내’가 ‘나’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날 세우느라고 계속 마을에서 멀어질 때까지, 이런 반응이었던 거야?"

 

아샤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시타라의 속을 꿰뚫어 보듯이 말을 하자 시타라가 애써 덤덤한척 하며 말했다.

 

"네가…전에 다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때, 네 회복력은 이상했어."

"회복력?"

"처음에 실려 왔을 때, 그때 상처는 절대로 빨리 나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어. 한 번 죽었을 법한 상처였지."

"너랑 네가 자랑해왔던 선배들 실력이 좋아서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은 안하는거야?"

"살면서 경과가 좋은, 회복력이 좋은 몇몇 사람들을 마을에서도 봐온 적이 있고 소문으로도 들어서 알고 있긴 하지만, 너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내가 아는 아샤는…종이에 손이 베어도 성격 탓에 다친 곳이 낫기도 전에 새 상처를 달고 오는 사람이었고."

 

시타라와 대화가 진행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아샤의 웃는 상을 유지한 채로 질문을 가장한 답을 하기 시작했다.

 

"심하게 다쳤으니깐 못 움직여서 오히려 회복이 빨랐을 수도 있지."

"심하기가 회복력이 아무리 좋아도 위험한 정도였으니까 이상한 거야! 마법과 기적이 아니고서야 나을 수가 없는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답하던 상대방의 태도, 그리고 그 모습이 꼭 아샤가 말하는 것처럼 대수롭지않다는 듯 말해오자 화가 난 시타라가 언성을 높혔다.

 

특히나 시타라는 이 방면에서는 전문가나 다름없이,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의사의 일을 하고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시타라의 판단으로는, 아샤를 곁에서 보고 그의 체질과 습관을 아는 이로써는 도무지 납득가지 않은 회복이었다. 누군가 아샤를 대신해서 아샤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 이상.

 

그런 시타라의 행동에 아샤는 항복의 의미로 들고 있던 손을 보란 듯이 내렸다.

 

그의 움직임에 시타라가 다시, 자세를 고치고 아샤쪽으로 칼을 든 채 응시하자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아샤의 칼을 땅에 내려놓고 시타라 쪽으로 발로 차 칼을 넘겨주곤 아예 자세를 낮춰 바닥에 앉았다.

 

"또?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의심이 간 부분들을 앉아서 이야기해볼까."

"대답부터 해, 당신 아샤가 아니지."

 

밀려온 칼을 발로 밀 듯이 끌어 자신의 등 뒤로 보내고 ‘아샤’와의 거리를 유지한채 시타라가 태연한 상대의 태도에 맘에 안 든다는 듯 답을 재촉하자 아샤는 앉은 채로 벌렁 뒤로 누워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이야?"

"네 말대로 나는 아샤가 아니야. 시타라."

 

정체불명의 아샤의 모습을 한 상대는 자신이 아샤가 아니라는 대답을 하며 누운 채로 시타라쪽으로 고개만 돌려 결론만 말했다. 상대의 대답에 움찔- 팔이 흔들리며 살짝 내려간 틈으로 보이는, 시야에 들어온 시타라의 표정은 곧 울 듯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기분이 왜 안 좋아 보이는가 했더니 아샤가 아닌 사람이 따라와서였어?"

"…당연히…아샤가 아닌 사람이 친구인 척 주변을 속이며 행동하는데 날카로워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네, 그 점을 신경 못 쓴 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너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절대 아님을 알아주지 않을래?"

 

그 칼도 넘겨줬잖아. 라며 상체를 세우고 자세를 고쳐앉아 넘겨준 칼을 가리킨 상대는 시타라에게 웃으며 물었지만, 시타라는 여전히 칼을 거두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칼을 넘겨줬다지만, 친구도 아닌 널 어떻게 믿고? 아샤의 모습을 한 상대인 이상 어떤 다른 수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내 손이라도 묶을까? 일단…근처에 나무도 있겠다 대화가 길어질 거 같으니…."

 

주변을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과 시타라 사이에 땅을 밟아 고르게 만들고는 손가락을 휘둘러 아무것도 없는 곳에 불을 만든 상대는 아차 싶더니 시타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물러나서는 시선을 피한다.

 

"손을 묶겠다더니 이게 뭐하는 짓이지? 다른 수를 실토하는 건가?"

"…별건 아니고…내게 제약을 걸도록 하려면 필요한 준비라…지금의 우리 대화가 끝날 때 까지, 내가 너에게 위해를 끼친다면 나는 이 몸을 태우고 이 땅을 떠나리라-."

 

조금 울리는 목소리로 말이 들리고 끝맺음이 지어지자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불꽃이 일렁이더니 푸른 불꽃으로 변해서 타올랐다.

 

"…나는 여기 있을 테니깐 껍질이 벗겨진 나뭇가지 두 개만 가져올래? 제약을 건 이상, 맺음도 확실해야지 앞으로의 행동에도 믿음이 생길 테니까 말이야. 참, 이거는 일종의 주술의 일종으로, 이티엘이라는 국가의…."

 

정체를 알 수도 없는 상대가 추궁의 결과로 아샤가 아니라고 인정하더니 처음 보는 주술을 사용하고는 본인의 눈치를 살피며 설명까지 하려고 하자 시타라는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로 내려다봤다.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기다려. 나는 네게 들어야 할 게 많아. 그 모습의 친구의 행방과 대체 너는 무엇이고 지금 이 행동들의 답도 들어야 하니깐 말이야."

 

시타라는 칼을 잡았던 손을 내리고 당부 후에 가방을 놓고 필요한 도구를 챙긴 채 자리를 떠났다. 아샤의 모습을 한 이는 중얼거리며 시타라가 들었다면 더 화냈을 말을 내뱉었다.

 

"…친구의 모습 탓인지, 아니면 너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너는 이미 나를 믿고 있는 거 같아 조금 기쁘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대로 도망갔을 수도 있는데………."

 

시타라가 나아간 방향을 바라보던 이는 어깨를 으쓱이곤 기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웃음을 입 끝에 머금었다. 감상 아닌 감상을 내뱉고 얌전히 기다리며 상대는 일렁이는 푸른 불꽃을 눈에 담았다.

 

 

-

 

 

"아, 왔어?"

 

얼마나 기다렸을까 떨어진 나뭇가지를 얻으러 평야 인근의 풀숲을 누비고 왔는지 머리카락에 붙은 풀을 떼어내며 허리쯤엔 아예 오늘은 이곳에 묵을 참인지 불에 태울 거로 보이는 장작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가 부탁한 껍질이 벗겨진 나뭇가지를 챙겨온 게 보였다. 시타라를 반긴 상대는 짐을 받아들려다가 물러서서는 아무것도 없는 손을 보였다.

 

"나는 얌전히, 여기 있었어."

"지금 상황에 믿음을 주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싸늘하게 내뱉어진 말에 아까의 있었던 자신이 기뻤던 행동들은 말을 해볼까 고민하던 상대에게 한숨과 함께 먼저 말을 건 건 시타라였다.

 

"…껍질 벗겨진 나뭇가지를 두 개만 가져와야 한다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겠지."

"고마워, 일단 이걸 불에 넣고…."

 

시타라에게 받은 나뭇가지를 불에 하나 던져넣자 요리할 때 기름을 부어 넣은 불과 다름없지만 아무 소리 없이,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 앞에 타오르는 불꽃의 빛처럼 거짓 없이 결백하게 사실만을 답할 것을 맹세하며, 내 앞의 이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푸른빛을 내며 활활 타던 불꽃은 순식간에 방금 던져 넣은 나뭇가지를 태워 재로 만들고 두 사람에게 대화를 시작하라는 듯이 불꽃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일단, 확실히 네 눈은 정확했어. 나는 아샤가 아니야."

"그건 아까도 이야기 들었던 부분이야, 내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란 걸 알지 않나?"

 

대화가 시작되고 아샤의 모습을 한 이가 재차 말을 하자 시타라는 맘에 들지 않았는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까 내밀었던 작은 날붙이를 꺼내 손에 쥐었다.

 

"아샤는 그때…목숨에 지장이 생길 만큼 위험했던 사고로 죽는 게 맞아. 나는 아샤의 소원과 해결을 위해 소원을 이뤄주는 대가로 이 몸을 빌린 거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며 한번 심호흡을 하고, 그리 높지 않고,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이가 자신의 몸을 툭 치며 시타라를 마주하며 진실을 내뱉었다.

 

"지반이 무너져 아래로 떨어진 아샤는…산사태로 인한 파묻힌 잔해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오는 건 성공했지만, 이미 많이 다친 상태였어. 아래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고 낙석에 깔려 뼈는 부러져버렸거든."

 

상대는 시타라의 눈을 마주하며 시타라가 무너지지 않을까 안색을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기어서라도 도착한 곳이 한 쉼터였어. 우리가, 시타라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곳 말이야."

"…만났던 곳이라니?"

 

진실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있던 시타라가 상대의 말에 되물었다.

 

"너는 꿈으로 치부하고 친구들에게 말했었을 거야. 아샤는 마지막에 그게 생각났었나 봐. 참 좋은 인물이더라고. 소원을 그걸 빌 줄 몰랐어."

 

 

/

 

 

"당신, 여기 있는 거 알아요. 여기에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머리에 피를 흘리며 흐르는 피에 한쪽 눈을 감고, 돌무더기에 깔려서 움직이지 않게 된 하체를 그나마 멀쩡한 한 상태의 팔로 끌고, 어린 시타라가 머물렀던 장소에 아샤가 쉼터를 유지하고 손님을 위해 타고 있는 불을 향해 말을 걸었다.

 

"주신 이그니님. 내 말을 들어줘요. 한낱 인간의 말이지만 부탁도 들어주세요."

 

아샤의 말에 답하듯이, 아샤의 말에 일렁거리며 자리를 지키고있던 불은 타오르다가 쉼터의 천장을 덮치고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내려와 아샤의 앞에 서서는 자신의 발치에 죽어가고 있는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이미 살아날 수 없어요. 이건 내 몸이라서 알아요. 그리고 친구가 의사라서 공부벌레 곁에서 어깨너머로…본 것도 있거든요. 지금 나는 여기까지 오는 데도 이미 많은 힘을 소모했어요."

 

사람의 형상을 하며 타오르던 이그니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의 상태까지 알고 있는 아샤가 조금 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주었고, 아샤는 계속 끊기려는 말을 내상으로 인해 끓어나오는 피를 삼키고 목을 가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시타라는 자신이 도움받은 이가 신인지도 모르더라고요. 사실 나도 믿지 않았어요. 만약 신이었다면 너무 부러웠을 테고, 시타라가 지나가듯이 말한 것도 있었으니까요."

『…지금 상태에 맞지않게 말을 길게 하는 것 같은데, 원하는 바가 뭐지?』

 

위태로워 보이는 아샤의 실없는 소리에 이그니가 눈이라도 제대로 뜨라는 건지 머리에 흐르던 피를 손으로 닦아 주자 아사갸 어지러워 하면서도 천천히 다른 쪽 눈을 뜨며 시선을 맞춰왔다.

 

"시타라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어요.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은데도, 생각을 떨쳐내며 일 만하고 있더라고요. 꿋꿋하게 버티다가 이 상황에 친구인 나까지 잃게 되면 무너질지도 몰라요."

『지금 자신을 살려 달라는 건가? 아쉽게도 그건….』

 

아샤의 말을 듣고 이그니가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쉽게 답하지 못하자 심호흡을 한 아샤가 대신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말한다.

 

"알아요, 신이라고 만능은 아니죠. 불경하게 들릴지도 모르시겠지만, 모험가가 되고 싶어서 각 나라에 대해 공부하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불과 태양의 신인 주신 이그니는 어느 신들과 다를 바 없이 회복은 할 수 있지만, 목숨까지 위험한 경우는 살리는 축에 들어가 회복시킬 수 없다는 걸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