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의 소원

텐리쿠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다. 창가에 걸어둔 풍경 속, 주홍빛의 금붕어가 둥그런 유리 표면을 유영하는 모습을 따라 리쿠는 눈을 움직였다.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뜨뜻한 남실바람이 들어왔다. 창밖으론 새하얀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가만히 그 풍경을 내려다보던 리쿠는 배를 덮고 있던 얇은 담요를 거두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한 쪽 벽면에 걸린 달력 앞에 섰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날짜를 세던 리쿠는 방을 뛰쳐나갔다.

7월 7일. 1년 중 단 한 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었다.

유카타 위로 걸친 가디건을 고쳐 잡으며 리쿠는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리쿠, 걸어가야지.”

뒤편에서 들려오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 웃어 보이며 리쿠는 알록달록 불빛이 번지고 있는 거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치만 얼른 보고 싶어요!”

모처럼 들떠있는 아이에 부모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래도 천천히. 뛰면 안 된단다.”

“응!”

열세 번째로 맞이하는 여름은 여러 의미로 남달랐다. 지난여름보다 훨씬 건강해져서 통원 치료도 한 달에 한 번 가게 됐다. 그만큼 학교에 갈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리고 바빴던 부모님 일이 마무리되면서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덕분에 이번 축제엔 부모님과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리쿠는 양쪽으로 잡고 있는 손을 단단히 잡았다. 그럼에도 커다란 구멍 하나만큼은 막아지지 않았다.

축제를 기념하며 세워진 가판대 앞으로 사람이 가득했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불빛만큼이나 다양한 유카타 속 연분홍 꽃잎이 번져있는 모습에 리쿠는 눈을 떼지 못했다.

손에 쥐여진 매끄러운 사과 사탕 위로 흐릿한 아이의 얼굴이 거꾸로 비쳤다. 어쩐지 기운이 없는 아이의 모습에 부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가 말한 적은 없지만, 어른의 눈에는 작은 생각주머니가 훤히 보였다. 애꿎은 사과 사탕만 입에 붙였다 뗐다하는 아이에 부모는 걸음을 옮겼다.

리쿠.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리쿠는 고개를 들었다. 거리 가운데에 마련되어있는 책상 앞에 멈춰선 리쿠는 내밀어진 연분홍 종이를 내려 봤다.

“리쿠도 거기에 소원을 써주지 않을래? 엄마랑 아빠도 적어서 저기에 걸어보려 해.”

손끝이 가리키는 커다란 대나무를, 그리고 다시, 책상 위에 있는 종이를 내려 보던 리쿠는 눈을 꿈뻑였다.

적어도 되는 소원일까? 그런데 견우랑 직녀님이 들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엄마랑 아빠가 이 소원을 보고 슬퍼하는 건 아닐까?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 작은 아이에, 부부는 가볍게 등을 도닥였다. 고개를 돌려 그들을 돌아본 리쿠는 곧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펜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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