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아가

이오리쿠

촬영 전까진 자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셔도 좋아요. 내밀어진 손전등을 받아든 이오리는 고개를 주억였다.

멤버들과 스텝을 태우고 온 차량의 라이트와 촬영용 조명을 제외하곤 인공적인 빛을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별을 쫓는 소년들, 콘티대로라면 완벽한 장소였다.

손전등의 전원을 누르자, 푸른색 긴 빛이 앞으로 이어졌다. 풀숲을 밝히는 이질적인 빛에, 늘어진 풀잎 사이로 숨어있던 곤충들이 바쁘게 움직여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오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타마키의 비명에 걸음을 옮겼다.

풋풋한 풀내음과 함께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옷을 스치고 지나가는 풀잎의 높이가 점차 낮아져가고, 단단한 지면이 발바닥을 가득 채울 즈음, 이오이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산과 같이 솟아있는 돌덩이 위로 보이는 뒷모습에 이오리는 입술을 달싹이다, 천천히 소리를 꺼냈다.

“나나세씨, 거기는 위험합니다.”

“이오리야? 괜찮아. 여기 바닥도 단단하고.”

“그런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모난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제가 이렇게 말할 때면, 그도 모난 대답으로 받아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안전한 상황인지, 위험한 상황인지, 좀처럼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리쿠를 볼 때면 거친 소리가 먼저 튀어나오고 말았다.

잠시 후, 올라서 있는 돌덩이 너머를 바라보던 고개가 움직였다. 그림자가 진 탓에 그가, 나나세 리쿠가 어떤 표정인지 보이지 않았다. 애꿎은 손에 쥔 손전등만 세게 쥐었다 놓길 반복하던 이오리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인영에 멈춰있던 발을 떼어 냈다.

내려오는 리쿠를 잡아주기 위해 앞으로 다가선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이오리 이리와 봐.”

갑작스레 당겨지는 힘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급하게 디딜 수 있는 곳에 발을 구겨 넣고서야 몸의 균형을 잡은 이오리는 “나나세씨!” 소리쳤지만, 평소와 달리 조용한 리쿠에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새빨간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같은 눈높이에서 리쿠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오리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사를 삼켰다.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 그 속에 쏟아지듯 뿌려져 있는 별들은 새까만 밤을, 새하얀 한낮으로 만들고 있었다.

“어때, 무척 아름답지?”

그리 말하며 웃어 보이는 옆얼굴이 별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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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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