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u/na
암만 6월이라도 새벽의 공기는 꽤나 서늘했다. 술이 깨고 난 후의 체온이라서 서늘하다고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탐정은 휴대폰을 열어 잠깐 시간을 보았다. 세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깨어있는 사람들 중 유석과 탐정을 제외한 모두가 흡연자였다. 그들은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겠다며 펜션 밖의 자갈길을 지나 걸어갔다. 남겨진 둘은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치우기 싫으니까 도망갔구만.”
“그런가 보네.”
새파란 플라스틱 테이블에 소주병 뚜껑은 반경 5m 범위까지 날아가 있다. 누군가가 흘린 건지 알 수 없는 음료와 과자 가루가 섞여 난장판이었다. 탐정은 비닐봉지를 가져와 분리수거의 개념 없이 쓰레기를 주워담기 시작했다.
“아까 다친 건 괜찮아?”
“그게 언제적 일이야. 물티슈 좀 가져와.”
“대충 치우고 말지, 왜. 아침에 일어난 애들이 치울 걸.”
“이 판은 새벽에 벌인 판이니까.”
탐정은 이번 MT의 선발대였다. 열두시간 전 오후, 그는 누군가가 빌린 렌트카에서 짐을 나르던 와중에 콘크리트 언덕에서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휴지로 대충 닦아내고선 누군가가 갖고 있던 반창고를 찾아 붙였다. 괜찮냐고 다들 물어보긴 했지만 쉬라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정신이 없다 보니 열두시간 정도는 빠르게 흘러갔다.
유석은 물티슈를 가지러 간 건지 잠시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이거 있더라. 이거 붙여.”
약국에서 파는 습윤밴드였다. 분명 아까 찾았을 땐 없던 건데.
“바지 걷어 봐.”
통 넓은 바지를 대충 무릎께까지 걷어낸다. 아까 붙였던 반창고를 떼어내니 빨갛고 어둡게 피딱지가 져 있다. 유석은 자기가 직접 처치를 해줄 모양이었다. 유탐정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기묘한 구도다, 라고 탐정은 생각했다.
“뭐야.”
“생각보다 크게 다쳤는데? 좀 더 빨리 붙일 걸.”
“안 아파서 다친 것도 까먹고 있었지.”
유석은 대답 대신 탐정을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그는 허세를 부리면 늘상 이렇게 반응하곤 한다. 그정도 허세는 나한테 안 통해, 하는 것처럼.
휴지에 소주를 묻혀서 굳은 피를 닦아내자 따끔따끔하고 쓰라렸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라~.”
“뭐 이런 걸 가지고….”
“무릎에 흉지면 아깝잖아.”
“넌 뭐 남자애가 맨날 그런거 신경 쓰냐.”
“응? 그래서 여친한테 이쁨 받잖아.”
“어느 여친?”
“하하하. 당연히 서영 누나.”
유석은 능숙한 손길로 습윤밴드를 네모지게 잘라선 무릎에 붙였다. 마무리로 테두리에 테이프까지 두르고. 일부러 상처를 착 한번 때리니 찌릿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아! 아파.”
“탐정이는 지금 이대로도 귀여움 받을 거야~.”
“뭘.”
“이렇게 무뚝뚝한 거.”
“또 그 소리야?”
“누나 친구 중에 진짜 예쁜 애 있던데. 안 볼래?”
“과외 하느라 시간 없다.”
“나랑은 매일매일 노가리 까면서.”
솔직히 성가시다. 자꾸 이렇게 떠보는 것 같은 유석의 발언이.
“니는… 됐다.”
“나는 자리 있을 때가 없지만 말이지.”
유석은 그러고선 허리를 펴서 테이블을 한참 쳐다보았다.
“닦을 것도 없구만, 뭘.”
“피곤하다. 들어 가자.”
“잠깐 자고 첫차 타면 되겠네.”
“그래, 뭐….”
제대로 된 처치가 끝난 상처는 딱지를 뜯은 탓인지, 오히려 손대기 전보다 쓰라리고 신경이 쓰였다. 탐정은 대강 고맙다는 뜻을 어물어물 전하고는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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