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善-君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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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 썩 즐겁게도 시작했던 자리, 별 문제랄 것도 없었더랬다. 차 한 잔 기울이며 적당히 덕담이나 나누면 되었을 것을. 다만 기나긴 세월은 그들로 하여금 상념에 젖게 만든단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으리라.
명, 난 말일세.
무엇이 그리도 서글픈가.
날 축복해 줄 이는 존재하는가 묻곤 한다네.
축복할 이 하나 없더라도
축복을 하는 법은 그리도 잘 알면서-
-축복받아 마땅한 이가 있으니.
받는 법은 전혀 모른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받는 법이야 알 것 있겠는가.
명은 가만히 침묵한다. 제 앞의 신선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미소란 어떤 것일까. 그토록 서글프게 지워지는 미소, 그 아래의 그림자란 어떤 기분인 것일까. 내뱉어지는 숨결 하나 하나가 지독히도 차가운 것은, 어떤 연유인가.
그저 한 자락 미소가 빠졌을 뿐이건만, 당신의 얼굴은 시리게도 공허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세월이 남긴 상처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명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켜 보았을 뿐.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느덧 차가워, 겨울인가 했더랬다.
후회하는가?
명은 조용히 물었다. 들려오는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고, 살며시 웃으며 다음 말을 건네었다.
자네의 이 긴 생을, 기나긴 저주를.
흘러나오는 말은 썩 다정하지는 않았으리라. 감히 다른 이에게 그의 생이 저주라 칭하는 것이 다정이라 할 수는 없었으니. 다만 명은 하늘 위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람에 이리로 저리로 나부끼는, 퍽 자유롭게도 보이는 구름들을.
저 흘러가는 구름들을 보고 있자면, 종종 오해를 하곤 했다네.
나도 그저 저렇게 흘러다니는 구름과 같았다면, 이 생을 저주라 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야.
읊조리듯 뱉어내는 단어들은 당신을 향했지만, 어쩐지 방향성을 잃고 있었다. 이 말들이 오롯이 당신을 향했다면, 아마 이런 대화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추측컨데 단어들은 명을 향하리라. 하고 그저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자네는 구름 아닌가.
푸슬 웃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하며 키득거렸고.
주변의 어떤 것도 따스하지 않았을 세상에, 오로지 자신만이 온기를 품고 있을 삶이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과도 같아서. 후- 불면 사라져 버릴 촛불과도 같아서. 다만 그럼에도 불씨를 잃지 않는- 숯불과도 같아서. 그 지독히도 외로운 세상을 기어코 살아내었을 당신에게.
자네를 내가 축복하겠네.
가만히 건네는 말은 퍽 따스했다. 그가 내어주는 것은 이미 그가 받은 것들이었으니, 쉬이 내어줄 수 있었다. 그것이 아마도, 명의 생을 잇는 명줄과도 같은 것이렸다.
어떤가. 그리하면-
그대의 불행이 조금이나마 덜어질까.
제 눈가를 한껏 접어 웃는 모양새는, 그 금빛 눈동자가 보이지 않음에도 빛을 잃지 못했다. 그가 받아낸 것은 다시금 돌려 주는 것이 이 돌고 도는 세상을 기어코 유지하는 것이었으니. 불가와 도가를 막론하고 그에게 내려진 가르침이었다. 뭐, 정확히는 도가겠지만.
그것이 명의 도(道). 명이 걷는 선이었다. 그렇기에 신이었고, 선이었으며, 군이었다.
차나 한 잔 더 하지. 목이 타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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