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빙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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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련한 녀석아.


 작게 읊조렸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홀로 눈이 쌓인 채 누워 있던, 억지로 잡아두었던 시간이 급하게 흐르고 흘러 누군가 존재했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핏자국. 먼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만 같은-


 영감! 왜 이제서야 온 거야!


 -하는 천연덕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니 들리지 않던가. 들려오던가. 불태우듯 살아가는 인간을 사랑한 죄이던가. 언젠가 당당하게 용이 되어 찾아오길 기다렸더랬다. 아마 기어코 승천은 하질 않고 영영 짐승과 신의 경계에서 그토록 미련하게 살아가리라- 그리 생각했지만.


 희게 물든 그의 볼가에서 계절답지 않게 하얀 김이 흘러나왔다.


 네 시간은 겨울이니 말이다.


 부채가 펼쳐지며 부쳐지고 나면, 굴 속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그 안에서 식어간 이들을 애도하듯이. 그들의 찬란하게 차가웠던 시간을 축복하듯이.


 불태우듯 살아가는 인간들은 무심코 영원을 살아가는 이들을 함께 태워버리곤 한다.


 네 녀석도 결국에는 함께 불타버리고 만 것이겠지.


 하늘을 응시한다. 조금은 원망스럽게. 이리도 쉽사리 앗아갈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건네지를 말 것이지. 어찌 영을 주어 꼭 상처를 남기는가. 얼어붙은 동굴 앞을 나서면 굴의 입구는 한여름에도 녹지 않을, 영영 그대로의 모습으로 단단할 얼음으로 채워진다.


 종종 찾아오마, 어리석은 녀석들아. 천방지축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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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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