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 defying gravity
1학년 비행 과제
영원히 하늘에 있고 싶었어. 펠릭스가 회상한다.
소년에게는 무엇을 하건 평균을 상회하는 결과를 내는 재능이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 뒤따른 거라고 그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으나, 행운이 이어지는 것 또한 실력이라는 말에는 결국 겸연쩍게 웃으며 ‘그런가?’ 따위의 싱거운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결국에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랑스러운 로레하 르 모젤 양도 고결한 편백나무 지팡이의 주인공 카르윈 밀라 체르웰 군도 조용히 평가했단다. 쟤는 가끔 좀 재수 없다고.
그러나 그런 펠릭스도, 비행 수업에서만큼은 그 버릇을 버렸다. 그러니까, ‘예습해본 게 운 좋게 나왔다’, ‘운 좋게도 외우는 건 자신 있다’ 따위의 말 없이 흥분한 얼굴로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또래처럼 신난 표정을 지은 채 돌아다니는 인간미를 보였다는 뜻이다. 빗자루를 향해 손을 뻗고 의심 없이 위로 날아오르라 가르친 교수께서도 그가 단 한 번의 비행 경험조차 없는 머글 태생의 소년임을 알고서는 놀랄 정도였다. 집 안에 자신만의 빗자루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제치고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재능이란! 그 탓인지 펠릭스는 첫 수업이 지난 후에도, 종종 자신이 처음 하늘을 날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혼자서 입가를 가린 채 들뜨는 가슴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모든 과제의 기한이 다가오기 시작하고 마법의 역사 과목 숙제를 일찌감치 제출한 후에도 비행만은 아껴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너무 들뜨고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할까 봐. 그러나 그 노력은 결국 헛되었음에 틀림 없었다. 결론적으로 퀴디치 역사며 규칙에 관한 저서를 읽고 요약하는 데에 들인 시간보다, 자신의 행복했던 마음을 억누르고 나름 단정한 감상을 적는 데에 더한 시간을 들였으니까. 결국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있던 블루벨이 저보다 빠르게 두 과목의 과제를 끝내고 바람처럼 떠나는 바람에, 도서관 옆자리에 ‘애착 래번클로’ 명목으로 아드리안을 앉힐 때까지도 그는 유효했다. 그는 차분하고 단정한 미소를 장착한 채 도서관의 온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금안의 미소년에게 주기적으로 산만하게 말을 걸어 과제를 방해했으면 방해했지, 과제를 완성할 마음을 영 먹지 못한 탓이다. 결국 펠릭스는 저를 향한 아드리안의 미소가 짙어짐과 동시에 그의 손이 빨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펜을 들어 네번째 양피지의 나머지 칸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도 아이들도 자신의 세상 속에서 각자의 중력을 갖고서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동의하실 겁니다.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저는 비행이 이런 속박에서 잠시나마 저희를 벗어나게 하는 기회를 준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오로지 저와 제 빗자루에만 의존해 나아가기 시작했을 때의 감각을 생각하면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떨려 옵니다. 푸른 잔디밭을 박차고 떠오른 하늘에서는 규칙도, 길도, 신호도, 예법도 필요하지 않았기에 저는 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하늘에서는 아너스차일드의 삼공자도, 리버포드의 막내도, 그리핀도르의 신입생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로지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속도와, 자신에 대한 믿음만이 남아 있던 그 경험은 어디에 가서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 궤적을 교수님께서 눈여겨보셨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비행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단 한 번도 제가 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마 교수님께서 자신과 손 안의 빗자루를 의심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기 때문이겠지요. 자유와 믿음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은 호그와트에서도 분명 드물겁니다. 빗자루가 마법사 사회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이동 수단인 만큼 이에 익숙해질 기회를 주며,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비행’이라는 과목은 제 생각에는 최고의 교과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부디 호그와트 내에서 비행을 오래토록 수강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또 신나서 써 버렸네.”
“과제는 다 끝난 거야, 엘윈?”
“응. 그런데 너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게.”
“좋아.”
* 공백 포함 199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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