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소년
프롤로그
" 아...! "
곧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다들 분주히 자리로 돌아서고, 소녀도 자리로 향하던 중 누군가의 발에 걸려 넘어져 버렸고 소녀는 교실 바닥에 쓸려서 쓰라린 무릎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넘어진 소녀에게 도움의 손길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키득키득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려 올 뿐. 소녀를 괴롭히는 웃음소리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소녀의 고개는 바닥으로 추락해져만 가고 있었다.
모든걸 그냥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때였을까.
" 그러고 있으니까 진짜 약해보여, 너. "
약한 소녀를 유일하게 지켜 줄, 소녀의 인생을 뒤흔들게 될 소년이 나타나 소녀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다.
" 내가 네 옆에 있어서 도움 되는거, 없어. 그러니까 도와주지 않아도 돼. "
" 넌, 너무 약해. 그래서 미련하고, 바보 같아. 알아? "
거짓말. 소녀는 도움이 필요했고, 소년은 알고 있다. 말은 단호하지만 그렇지 못한 소녀의 표정을 보고도 알 수가 있으니까. 실은 소녀도 말하고 싶겠지. ' 옆에 있어줘 ' 라고, 이 한마디가 뭐가 그렇게도 무서운 걸까. 그런 소녀를 보면서 화가 났다. 그 마음이 더욱더 커져서 욕망이 되어버린다. 이 아이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켜주고 싶다는 그런 욕망. 소녀의 손을 붙든 소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아픔에 소녀가 표정을 일그리며 소년의 손을 내치려 하자 소년은 소녀를 안았다. 소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말했다.
" 지켜줄게 "
순간, 소녀의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와 버렸다. 저 말 한마디가 너무 따듯해서, 고마워서, 미안해서, 그리고 생각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앞날이 두려웠다. 이렇게 따듯한 사람이 자신 때문에 그 사람처럼 잘못 되어 다쳐질까봐. 죄책감 속에서 살기 싫은데 소녀는 이 따듯함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소녀는 생각했다. 나, 너무 이기적인걸까.
" 울지마. "
" 더 약해보여. "
" 더 미련해보여. "
" 그러니까 얼른, 뚝. "
하지만 이런 생각이 무뎌지게끔 만들어 버린다. 소년의 품에서 벗어나기엔 소녀의 마음이 불씨처럼 커져 있었다. 또, 다시 한번, 기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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