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플레히메

12장 엔딩보기 전에 날조

잠깐 by 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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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는 자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기록된 서고.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환상적인 곡예. 녹아 없어진 단 맛을 무심코 곱씹게 되는 초콜릿.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아름다운 꽃밭. 온갖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 이 광활한 빛의 세계에 현혹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눈부신 시야를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듯이, 빛을 받아도 어둠을 찾을 거라고. 자극에 잠깐 몸이 반응하는 일은 있어도 마음까진 흔들지 못할 거라고. 아주 잠깐 감탄이 샐 일은 있어도 그게 뿌리를 뒤흔드는 사건이 되지는 못할 거라고. 이 세계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눈부신 나머지, 사각으로 치운 슬픔을 보는 사람이 없다. 그걸 알고 있으니 모든 유혹을 이길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다. 그런 자신이 있다. …그런 표현은 적합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의 시체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새 사랑이 찾아올리가? 플레이그에게 있어 이 자신은, 이 마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헤매지 않을 이정표기도 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며, 강한 바람이 잎은 흔들어도 뿌리는 손댈 수 없는 것처럼 깊게 뿌리 박힌 완고한 결단이었다.

플레이그의 결단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다른 이들에 비해 플레이그는 얼마나 완고하고 깊은지. 얼마나 견고하고 강인한지. 뭐 그런 비교가 아니라…. 무언가를 밀고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없었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하는 시행착오도. 확신을 얻게 될 계기도 없이. 결단을 만들어내는 모든 중간 과정이 없는데 그는 형체를 갖춘 결정을 얻었다. 척박하고 버려진 땅 아틀라스, 거기서도 또 격리된 토르크빌의 왕자라는 입장.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어머니가 택한 선택. 가족끼리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하는 일. 플레이그의 결단은, 플레이그는 항상 그랬다. 중요한 분기점에서 그의 의사는 제 역할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넘어왔다. 과정이 없는데 결과만이 꼬리표처럼 붙어 그를 따라다녔다.

중간에 길을 잘못 찾아가면 지도를 보고 올바른 길을 찾아가면 될 것이고. 잘못 만든 작품은 실을 풀거나, 새로 덧칠해가거나 수정하면서 고치면 될텐데. 완성품만이 쥐어진 플레이그는 무슨 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만든 게 아니니 구조를 모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모르니 내부를 확인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까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이 완성품을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항상. 토르크빌 왕자로서 질 책임. 어머니의 소원을 이룬다는 목표. 플레이그는 모자란 시간과 다 끝난 뒤에야 자기 품으로 돌아오는 완성품을 들고 결정을 내렸다.

과정 없이 결과만 떨어지는데 설득할 수 있을리가 없지. 속을 알아야 뭘 할텐데, 본인조차 속을 모르는데 어떡하라고? 이런 건 어떻게 바꿔야하지? 통째로 송두리째 무언가를 바꿀 사건이라는 게 쉽게 일어날리가 있나?

그렇게 플레이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을 강철의 의지를 갖게 되었다.

본인은 이런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뭐 어떻고 말고 그런 게 있나? 아는 게 있어야 비교를 하지. 다른 걸 경험한 적 있어야 차이를 알지. 플레이그는 늘 선택권을 가지지 못했다. 정신 차리면 덜렁, 완성품만 책임만이 들려있을테니까. 세계를 갱신하고 바꾼다고 해도, 어머니의 소원의 연장선이지. 플레이그 본인만의 세계가 되지 못하는 걸. 외부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겠지만, 플레이그 개인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하다 못해 당연한 것이라서. 본인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때인가? 아담의 처우. 토르크빌의 미래. 암울하고 암담한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이런데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행복이 흩뿌려져있다는 게 억울해서. 그는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밤마다 자기를 연민하고 통탄하기 보다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세상을 증오했다. 그리움과 증오로 다른 모든 걸 어리석게 여기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것 하나 없이 그런 결과만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게 플레이그였다. 파고들 틈도 변할 과정도 없는 순수한 의지와 결단 덩어리. 그런 배경이 있기에 아틀라의 반지를 제어할 수 있었나.

그리고 그런 배경이 없어진 지금, 조절할 방법을 잃은 건가? 무시무시한 반지의 힘보다 플레이그는 없어진 기반이 더 당황스러웠다.

- 제가

검 하나 잡아본 적 없는 손이었다. 모든 곳에 공평하게 꿈을 나눠주겠다는 웃음도 안 나오는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다녔다고 하고. 그런 이유로 무리하는 성격이니 고생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옆에 있는 기사님이나 다른 왕자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연약한 손이 플레이그를 붙잡았는데. 그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최대한 힘을 주어 감싼 건데도 위협조차 되지 못하는 그런 힘인데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 당신의 소원을 이뤄도 될까요?

이런 강경한 태도와 굳센 눈동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어디서 뚝 결과만 떨어진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계기를 가지면서 굳어진 모습을 보고 플레이그는 작게 숨을 쉬었다. 플레이그는 속을 꽉 채워가며 그 강인함을 유지해왔다. 그에 비해 눈앞에 있는 이 트로이메아의 공주님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도. 답이 없을만큼 물러터졌는데. 어째서.

왜?

제게 기회를 주세요.

이 세상 모든 것이 기록된 서고.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환상적인 곡예. 녹아 없어진 맛을 무심코 곱씹게 되는 초콜릿.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아름다운 꽃밭. 온갖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만등러진 이야기. 이 광활한 빛의 세계에 현혹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눈부신 시야를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듯이 빛을 받아도 어둠을 찾을 거라고. 자극에 잠깐 몸이 반응하는 일은 있어도 마음까진 흔들지 못할 거라고. 아주 잠깐 감탄이 샐 일은 있어도 그게 뿌리를 뒤흔드는 사건이 되지는 못할 거라고. 이 세계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눈부신 나머지, 사각으로 치운 슬픔을 보는 사람이 없다. 그걸 알고 있으니 모든 유혹을 이길 수 있었다.

플레이그 아까 대답 못 들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모든 게 선택할 수 없었다. 중요한 부분에서 플레이그가 빠졌으니까. 완성품만 덜렁 손에 쥐어졌으니까. 흔들리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저 트로이메아 공주의…….

저 자에게 나오는 모든 것은, 플레이그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아까 느낀 온기가 훅 올라왔다. 플레이그의 온전한 의사로 선택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타인과 중요한 분기점에 서있을때 이런 위치에 있는 건 처음이라서. 세계를 바꾸기 위한 일이라며 질서를 망치고.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했으면서 가족을 도구로 쓴 구제불능인데도 당신은 여전히. 온기와 빛을 나눠주려는 모습이 멍청하고, 어이가 없고. 또.

나쁘지 않네요.

괜찮아서. 플레이그는 일그러진 공간 사이로 자기 목소리 또한 형태를 잃길, 처음으로 바랬다.

맡기죠. 싫어요. 그렇게 한 선택은 어떤 과정이 되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결심은 얼마나 강하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짓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는데. 플레이그는 이 어리석음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처음, 서게 된 기로라서 그런걸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설렘에 주제도 모르고 들뜬 걸까? 죽음이 가까워지면 평소와 다른 짓을 한다더니 이것도 그런 걸까?

무너지는 세상과 점멸하는 시야 사이로. 플레이그는 아무 이유나 갖다 붙이기로 했다.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

플레히메?

네 플레히메

플레이그의 나쁘지 않았다는 사랑해, 좋아해랑 똑같다고 생각해요 (사랑해, 좋아해란 말 죽어도 안할 타입이라고 생각함)

12장 플레이그 전 다 끝내고 마저 스토리 읽는데

저는 플레이그 서사를 보면 이렇게 죽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아래트윗참고)

근데 12장 보상이 플레이그라는 걸 이미 들어서

3장에서 루벨 전담 환자가 플레이그라는 것도 이미 들어서

제발 죽어줘

제발. 죽자. 염불을 외우고 있었는데

오늘 스토리 미니까

플레이그가 진짜 죽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히메의 오빠 어둠 버전(저 아직 1부 안 밀었어요)도 가끔 프렌창에서 봤거든요? 죽어도 카드 내주나? 올바른 자본주의?

아니 그럼 루벨 담당 환자 플레는 뭐지 평소엔 식물인간처럼 살아서 루벨이 담당으로 붙었고 가끔 꿈 힘 차오를때만 의사소통 가능한 뭐 그런건가? 하다가……

아담이 자기가…그러겠다고해서…

뒤 전개가 예상이 되더라고요 아 살리는구나

그럼, 살린다는 거 보기 전에 플레히메 날조를 해야한다——!!

플레이그 분명 이때, 처음으로 중요한 분기점에서, 자기가 중심에 있는데, 자기 선택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그런 건 처음 경험했을테니까 여기서?! 히메한테 반한 거 같거든요?!

이때 감정선 분명!! 살아오면 몇줄이라도 말할 거 같으니까!!

그거보기전에 날조해야해!!!

그런 원동력입니다

…한시전엔 스토리 읽고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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