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툭죽 재록본 사 초 이야기

[ㅎㅌㅈ/드라로나] 신요코하마에 보라 모래가 내린 날

초겨울의 이야기

이곳은 신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 시 상단에 자리 잡은 작은 동네. 흡혈귀와 인간이 공생하는 이 시대에도 흡혈귀 사냥꾼은 남아있다. 대개 무지성으로 피를 찾는 하급 흡혈귀를 상대하지만, 때로는 봉사활동을 하거나 흡혈귀 관련 고민 상담을 해주고, 변태 흡혈귀를 개도한다거나, 흡혈귀를 변태로 각성시키기도 한다.

아무튼 간에 밤사이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은 이들이 떠맡는다. 특히 신요코하마는 다른 지역보다 터가 안 좋은 모양인지, 보통의 상식을 벗어난 괴팍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적어도 이 마을에서 멋진 흡혈귀 사냥꾼은 환상종이다.

그래도 오늘 밤은 조용하다. 정신을 쏙 빼놓는 사건도 없고 극성맞은 변태도 없다. 하늘은 맑고 달은 반짝이며 별은 새로운 별자리를 창작했다. 이런 귀한 밤에는 조용히 집이나 길드에 대기하면서 아늑한 순간을 즐겨야 하는데 말이지…. 로널드는 신발 앞축으로 땅을 쿡 찼다. 담배도 안 피웠는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뱉었다. 명백한 한숨에 땅이 툴툴거렸다.

“숨 쉬지 말게. 모래알 날아간다고.”

“그럼 재생하든가.”

“방금 그대 입 냄새에 재생 실패했네.”

보라색 모래가 로널드의 발을 피해 스르륵 물러났다. 태평한 움직임에 아니꼬워진 로널드가 신발 옆면으로 모래를 찼다. 모래 한 무더기가 더 큰 모래 무더기와 합쳐졌다. 성질머리하고는, 건달 고릴라! 어린애 같은 도발은 이 백 년 묵은 모래에게도 곧잘 통했다. 사실 제일 잘 넘어가는 대상이 그다.

아래에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모래가 공중으로 올라와 어설픈 모래 기둥을 만들었다. 아마 파도 비슷한 걸 만들고 싶은 듯한데, 그 정도 체력은 없는지 기둥은 더 이상 몸집을 불리지도 못하고 발발거렸다. 로널드는 멀뚱히 그것을 지켜보다가 정권 지르기로 간단히 무너뜨렸다. 약이 오른 모래가 마구 격동 쳤다.

“움직일 줄도 알고 말도 하는데 왜 재생은 안 된다는 건지.”

“기다리면 된다니까. 못 참겠으면 이대로 돌아갈까?”

“모래에 압사당할 일 있냐.”

로널드가 머리를 짚었다. 널브러진 모래를 지켜보는 것도 지겨워 시선을 위로 올렸다만, 보이는 건 여전히 보라 모래였다. 왼쪽을 봐도 모래, 오른쪽을 봐도 모래, 한결같은 보라색 세상이다. 결국 로널드는 뒤도는 것으로 평범한 거리를 마주했다. 뒤에서는 여전히 모래 자식의 불평불만이 들려왔다.

…듣자 듣자 하니 이 자식이!  참다못한 로널드가 다시 빌어처먹을 모래 아저씨를 상대했다. 진작 한바탕 싸워서 지친 상태였는데, 멈추지 않는 저 주둥이가 기어이 그의 투지에 불을 붙였다.

로널드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도움닫기로 모래 위에 뛰어올랐다. 팔꿈치를 정확히 모래에게 조준했다. 온몸을 던진 공격에 개구리가 압사 직전 낼 법한 단말마가 터졌다. 로널드는 멈추지 않고 모든 신체 부위를 사용해서 모래를 헤집었다. 땅을 파고 신발로 쾅쾅 밟고 주먹으로 두드리고 가뜩이나 배도 고파서 모래를 입에 넣었다가 바로 뱉었다.

얘들아, 성수 좀 빌려줘! 이 자식 보내버리면 우리도 퇴근이다! 반쯤 정신을 놓은 로널드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사냥꾼 동료들은 딱히 대답해 주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말리지도 않았다. 편의점에 갔던 사냥꾼 한 명이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로널드랑 드라루크는 왜 또 저래?”

“로널드랑 드라루크잖아.”

마리아가 태연히 캔을 땄다.

“말리기도 귀찮다 해.”

타창이 그들에게 다가와 커피를 가져갔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지.”

시냐가 사테츠에게 봉지 하나를 받아 건너편 동료에게도 전달하려 움직였다. 모든 사냥꾼에게 따뜻한 음료와 약간의 간식이 돌아갔고, 그들은 음식을 받으면서 둘의 싸움에 덕담처럼 한 마디씩 얹었다. 마지막으로 캔을 받은 홈런맨이 배트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시 배트를 들어 올렸을 때, 홈런맨은 모두가 입 밖에 꺼낸 문장을 다시금 중얼거렸다.

“그래서 드라루크는 언제 재생하려나.”

해 뜨기 전에 돌아와 줘야 할 텐데 말이지. 홈런맨이 배트를 안마봉처럼 어깨에 두드렸다. 드라루크를 바라보는 그의 고개는 저만치 올라갔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와 건물. 그리고 그만큼 높게 쌓인 보라 색깔 모래. 신요코하마의 흡혈귀 사냥꾼 전원이 동원돼야 할 정도로 넓게 퍼지기까지 한 모래. 흡혈귀 사냥꾼은 이 거대한 모래산 둘레에 서서 제각기 간식 시간을 가졌다. 적어도 힘든 일이 아니니 다행이지. 이미 오래전부터 별별 일에 데인 사냥꾼은 덤덤히 밤샘 근무를 이어갔다.

 

 

흡혈귀 드라루크는 변신에 젬병이다. 이는 확고부동한 불변의 법칙일 거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변신에 소질이 없었고, 지금도 한결같다. 그의 속에는 이 백여 년의 시간이 쌓였으나 내공까지 덩달아 쌓이진 않았다. 다만 변신 시도는 꾸준히 해왔는데, 가끔 운 좋게 얻어걸리는 날이 있으면 드라루크는 그것을 자신의 실력이 오른 증거라고 주장했다. 제자리인 평균치는 무시하고 늘어난 성공 건수만 선전했다. 뭐, 그래도 이 허무맹랑한 주장에 피해 입은 자는 없다. 이미 그의 주변인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더 많이 목격했으니. 그 자신 또한 이 사실을 잘 알아서, 그냥 즐겁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뿐이다.

어느 밤 그는 하던 대로 허풍을 늘어놓았고, 동거인 로널드는 평소대로 트집을 잡았다.

곧잘 그래왔던 것처럼 흡혈귀는 도발에 넘어갔으며, 언제나처럼 인간에게 뭔갈 보여주겠다며 변신을 시도했다.

…재밌게도 이번 변신은 평소 같지 않았다.

저 모습으로 변신하려면 얼마큼의 확률을 뚫어야 할까?

용이다. 산처럼 거대하고 바다처럼 드넓은 용. 용의 일족 드라루크가 오늘 밤 자신의 피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날개가 움직이자 인근의 하급 흡혈귀가 모조리 도망쳤다. 돌발 상황에 로널드가 주춤거렸다. 거리에 있던 사냥꾼이 일제히 드라루크를 주목했다. 저거 드라루크야? 누군가의 속삭임이 바람에 날아갔다.

은은한 보랏빛의 검은 용. 그의 비늘은 밤하늘을 닮았고 눈동자는 불처럼 타오른다. 진조의 모습을 드러낸 그가 이제 어떻게 나올까? 모두 얼어붙은 채 그의 다음 동작을 기다렸다. 용의 날개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힘차게 내리면 용은 비상할 테다. 용의 날개가 할 수 있는 만큼 가장 높게 올라가, 이제 다들 예상하는 행동을 하려 잠시 멈췄다. 결심한 듯 날개가 아래로 떨어져,

그대로 모래가 되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일찍 죽는다. 이 말은 죽을 때가 되면 행동이 변한다는 뜻일까, 혹은 정말로 평소 하던 짓과 다르게 굴면 명줄이 당긴다는 뜻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의 의미로 생각하겠다만, 지금 도로 하나를 차지한 이 흡혈귀는 후자에 해당한다. 로널드는 소방서와 연계해 얻은 호스로 모래 위에 물을 뿌렸다.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차갑다는 아우성이 들려왔지만 알게 뭔가. 평범한 물을 뿌리는 걸로 감사해야지.

호기롭게 날아오르려던 드라루크는 날개 하나 까닥일 힘도 없어 금세 죽었다. 어차피 하루에도 수없이 죽고 수없이 되살아나는 놈이라 놀랍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로 변신한 게 어지간히 부담이었던 걸까, 용의 크기대로 죽어버린 드라루크는 다가오는 로널드에게 재생이 안 된다고 외쳤다. 인간으로 치면 허리를 삐고 전신에 쥐가 난 상태란다. 바보 같은 소리 말고 날래게 일어나라며 걷어찼으나, 드라루크는 진심인지 악 소리만 낼 뿐 도저히 재생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흡혈귀 사냥꾼들은 하는 수없이 드라루크를 둘러싸 그가 회복할 때까지 보초를 서기로 했다. 약골 흡혈귀를 지키는 것도 그들의 일이니까.

그래. 평범하게 지나간다면 신요코하마의 밤이 아니지.

물을 다 뿌린 로널드가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옆에 있던 아르마딜로가 촉촉해진 제 주인을 끌어안았다. 존, 감기 걸려. 로널드는 드라루크에게서 존을 떼어내 배에 붙은 모래를 털었다. 챙이 넓은 빨간 모자에 존을 담아 모래 위에 얹어주었다. 드라루크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존. 금방 일어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렴.”

“사죄의 의미로 나중에 바나나 팬케이크나 백 장 구우라고.”

“난 정글 고릴라가 아니라 귀여운 아르마딜로에게 말했네만.”

“벌써 한 시간은 지났는데 달라진 점은 없어?”

삐끗한 허리라든가 쥐가 난 근육이라든가. 어디든 아까보다 나아졌느냐고 물어봤지만 대답은 여전했다. 로널드가 모래를 양손 가득 쥐어 경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촉감 놀이도 꽤 도움이 되지.

“고집 그만 피우고 너희 할아버지 부르는 게―”

“아아아아― 안 되네. 할아버지 요새 심심한 기색이라고 아버지가 경고했단 말일세. 이 시기에 부르면 순순히 도와주지 않을 거야. 날 미친 과학자의 개꿀잼 콘텐츠처럼 활용하겠지. 일 만 톤보다 더한 압력으로 날 응축해버릴지도 모르네. 그건 싫으니까 얼른 부활할게요. 변성암 형성 과정을 체험하는 건 죽어도 싫어요. 지금도 죽어있긴 한데 어쨌든 싫단 말이야―”

으에엥― 귀 따가운 울음에 로널드가 시끄럽다며 경단을 던졌다. 드라루크의 할아버지는 분명 우주 단위로도 강력하고 아는 게 많은 흡혈귀다. 다만 성격도 상당히 독특해서, 누군가 영상으로 찍어 누튜브에 올리면 조회 수 일 억은 가뿐히 넘을 기행을 한가할 때마다 벌이곤 했다. 사악한 방향으로 능력을 쓰지 않는 건 인류에게는 다행이나 주변인은 매일이 혼돈과 파괴다. 그러니 평소 할아버지를 이십이 세기에서 온 고양이 로봇쯤으로 여기던 드라루크도 이번만큼은 몸을 사리는 거지.

로널드는 조각난 경단을 더 크고 길쭉하게 뭉쳤다. 응가. 단어 하나만 말했는데 모래가 펄쩍 뛰었다. 감히 누굴 응가로 만드나, 머릿속에 똥과 가슴만 찬 이상 성욕 꼬맹아! 누가 이상 성욕이래! 가슴은 인류 보편적인 미란 말이다! 계속 까불면 물 더 끼얹어서 설사로 만든― 누군가 로널드의 어깨를 잡았다. 샷이 너 참 힘이 남아돈다는 얼굴로 말했다.

“소음 신고 들어왔다. 여기 가택도 있는데 조용히 해줘.”

“죄송합니다.”

가출한 정신을 되돌리는 데에는 한 마디로 충분하기도 한다. 야단맞은 로널드가 얌전히 본업에 들어갔다.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수구 구멍 틀어막기, 바람막이용 천막 치기, 가끔은 비질로 흩어진 모래를 모으고, 드라루크를 화장실로 쓰려는 길고양이도 몇 번 막았다(한 번은 실패했다). 모래산에서 더 떨어진 거리에서는 공무원인 흡혈귀 대책과가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제법 바쁘게 움직였으나 그럼에도 드라루크는 변함이 없었다. 

음… 로널드가 시간을 확인했다. 해가 늦게 뜨는 계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 이번에는 드라루크의 크기를 가늠했다. 그 행동에 드라루크가 무슨 생각을 하냐고 질문했다.

“네 회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해 뜨기 전에 널 창고 같은 데에 옮기는 게 더 빠를 거 같아서. 다들 전력으로 움직이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하는 소리도 똑같군.”

“뭐?”

“무쇠팔 형씨도 비슷하게 말했거든. 참고로 마리아는 이동 수단으로 아저씨 다리 타조를 활용하자 했고, 타창은 옮기는 것도 일인데 암막천이나 콘크리트로 덮어버리자고 했네. 쇼커는 아직도 나에게 물을 뿌리고 있어. 참고로 나는 다들 얌전히 날 내버려만 주면 재생이 더 빠를 거라는 의견일세.”

“다른 애들하고 동시에 대화하고 있는 거야?”

로널드는 일하는 동안에도 자주 드라루크와 말을 나눴다. 띄엄띄엄 떨어진 동료들에게서 간간이 말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설마 같은 대상하고 얘기하고 있었다니. 예전에 채널을 돌리다 본 공상과학 영화하고 비슷하다.

“제일 늦게 알아차렸네요, 바보~ 말해두자면 나는 현재 일일 사냥꾼 단체 대화방 역할을 하고 있네. 삼십 분 전에 길드 마스터가 여기서 몇 명은 빠져서 교대로 동네 순찰을 하자고 말했는데, 내가 로널드 군은 지금 어제 본 만화 영화의 명대사를 곱씹는 중이라 순찰은 글렀다고 했지롱.”

“죽어.”

품에서 마늘 스프레이를 꺼내 드라루크에게 발사했다. 모래가 또다시 들끓는다. 그러니까, 이러면 재생이 늦어진다고! 조무래기 흡혈귀의 항의는 무시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계속 서있으려니 다리가 아팠다. 

로널드는 모래의 젖은 겉면을 걷어내 건조한 부분에 등을 기댔다. 그럭저럭 안락하다. 혹여나 귀에서 진물 나게 하는 잔소리가 들릴까 봐, 마늘 스프레이를 들어 올려 무언의 협박을 했다. 자그만 툴툴거림이 들렸지만 그 정도는 넘어갈만하다. 바싹 마른 모래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신경 쓰이진 않았다. 모래 한 알 한 알이 저 녀석이니 알아서 물러가겠지. 존이 그의 다리 위에 올라와서, 로널드는 정면을 응시한 채로 존의 배를 간지럽혔다.

“우유라도 마시면 나아질까.”

로널드가 예전 일을 떠올렸다. 방에 들어가니 존이 모래를 끌어안으면서 울길래 드라루크가 그대로 죽은 줄 알았다. 우유와 달걀과 야한 책과 씨앗, 절대 원리를 알아서는 안 되는 어텀 출판사의 엄숙한 의식까지 모조리 동원했는데, 까고 보니 그냥 죽은 척 한 것뿐이었다. 흐지부지 끝난 일이긴 하지만 그때 써 본 방법을 지금 재시도 하는 건 어떨까. 씨앗은 뒷감당이 안 되니 기각. 어텀 강령술도 마찬가지. 야한 책은 그나마 안전한데다가 편의점에 가면 바로 살 수 있다. 영양가 넘치는 달걀과 우유까지. 로널드는 당장 실현 가능한 안을 드라루크에게 제안했다. 반응은 그저 그랬다.

“이 대팻밥 같은 근육 한 겹 한 겹에 쥐가 났는데 밥이 넘어가거나 야한 기분이 들겠는가. 뭐, 하나는 해볼 만하겠다만.”

“변태 짓?”

“밥, 밥, 밥. 흡혈 말일세, 이 사람아! 아리따운 숙녀분이 이 몸을 가엽게 여겨 목이라도 내어주면 바로 일어날 것 같―”

“둘 다 글렀다는 소리네.”

뒷말을 들을 필요도 없어 깔끔하게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옷을 툭툭 털어내자 알알이 묻은 모래가 구시렁대며 떨어졌다. 아. 로널드가 또 시계를 봤다. 일출까지 앞으로 네 시간. 무턱대고 기다리느니 옮기는 게 현명하다. 모래 쪽으로 허리를 숙여 잠시 말을 골랐다. 단체 대화방 사용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 괜히 말 전해달랬다가 바보같이 왜곡하지 않을까. 뭐, 그건 폭력으로 해결하자. 로널드가 숨을 들이켜고 입을 떼려던 차,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외침이 들렸다. 흡혈귀 대책과 히나이치가 급히 그들을 소집했다.

“흡혈귀 사냥꾼은 주목해 주길 바란다! 현재 다섯 블록 건너에 A급 흡혈귀가 출몰했다. 우리 대책과와 순찰 중이던 사냥꾼이 대응하고 있지만 그 수가 부족하다. 다들 무장한 상태라면 빠른 협조를 부탁한다!”

사냥을 시작하는 데에 긴 말은 필요 없다. 사냥꾼들은 이미 첫 마디에서부터 저마다의 칼집을 나설 준비가 됐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사냥꾼은 신속히 정렬해 대책과의 부가 설명을 귀담았다. 육지 생물 같은 외관, 목표와 충돌해 상해를 입혀 흡혈하는 방식, 비행이나 변신 능력은 없으나 움직임이 빨라 진압에 어려움 있음, 크기는 소형 트럭 정도. 몇 걸음 나서기도 전에 핵심 정보는 전달이 끝났다. 이동하면서 빠르게 작전을 세우려는 때, 문득 강한 바람이 거리에 불었다. 바람은 별 탈 없이 뒤로 지나갔으나 금세 곤란한 목소리가 터졌다.

“앗, 아아, 모래가…!”

사냥꾼과 대책과가 뒤돌았다. 도시의 길목 하나를 차지한 사막. 사막 자체는 거대하고 육중하지만 그 낱알은 한없이 가볍다. 천막으로 가두려 해도 꿈결처럼 빠져나간다. 모든 인간이 동시에 똑같이 생각했다. 누군가는. 하지만 누가?

“부탁할게.”

까만 신발이 다시 뒤로 물러났다. 로널드는 동료들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또한 눈빛으로 화답했다. 군중은 멀어지고 거리에는 이제 인영 하나만이 눈에 띄었다. 드라루크가 당황스레 그들과 로널드를 번갈아봤다.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그대는 여기 남는가? 하고 묻자, 로널드는 별 당연한 걸 묻고 앉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보초 하나 없이 널 덜렁 두고 가겠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가도 상관없어. 더 급한 일이 있잖는가.”

마취탄 개수를 확인하던 로널드가 그 말에 작게 웃었다. 로널드는 총을 도로 수납한 후 존을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우리 일에는 경중이 없어. 거동 불가한 약골 흡혈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A급이라지만 괜찮아. 다들 제대로 강한 사냥꾼인데다가 대책과까지 합세하니. 금방 해치울걸.”

…드라루크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동료가 위험한 전장에 섰는데 남아서 모래나 지킨다? 돌격 대장 같은 로널드의 성미에 이 상황은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호전성은 흡혈귀 사냥꾼이라면 모두가 지녔기도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쉽게 타협한 걸까. 걱정하는 입장보다는 걱정시키는 입장이 더 편할 텐데. 이것 또한 동료에게 베푸는 배려인가? 다양한 질문과 가설, 짓궂은 농담이 떠올랐지만 그것을 꺼내기에는 인간의 어깨가 무거워 보여서, 흡혈귀는 가벼운 침묵을 택했다.

침묵이 어찌나 가벼운지, 얼마 안 가 대기에는 로널드의 웅얼거림이 가득 찼다. 역시 나도 갈 걸 그랬나, 잘 하고 있으려나, 바쁘니 연락도 못 하겠지…. 몸을 앞뒤로 흔들며 다리까지 덜덜 떨어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그러게 하던 대로 굴지 그랬냐는 소리가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여간,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휴대폰이 울렸다. 로널드가 빛의 속도로 수신했다.

‘로널드! 아무래도 와줘야 할 거 같아. 놈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 잽싸!’

사테츠의 급박한 말이 전파를 타고 울렸다. 금속성의 타격음이 들리더니 샷의 아득한 목소리도 추가되었다.

‘지금 너희 쪽으로 도주하고 있어!’

‘중간 지점으로 이동해 줘. 전면에서 마취탄을 먹여보자고.’

마리아의 소총이 연속적으로 발사됐다. 로널드는 그 소리를 신호 삼아 자신의 권총을 꺼내들었다. 공이치기를 당기고 재빠르게 나서려는 차, 로널드와 통화하려고 달려왔는지 메도키가 아주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그거 말인데, 드라루크를 활용해 보자!’

뭐? 땅을 박찬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로널드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몸을 돌렸다. 이 거리로는 전화 너머의 말이 들리지 않아서, 드라루크는 어리둥절히 로널드와 얼굴을 마주할 뿐이었다.

 

 

“이 작전이 통할 것 같나.”

“통해야지.”

로널드가 거리를 응시하며 대꾸했다. 로널드는 중간 지점으로 가지 않았다. 대신 가장 가까운 교차로에 천막을 쳐 퇴로를 막았다. 흡혈귀가 이곳으로 곧장 올 수 있게. 로널드와 한밤에 생긴 자그마한 사막에  뛰어들 수 있게. 흡혈귀가 이곳에 도착하면 로널드가 미끼 삼아 그 앞에 설 것이다. 흡혈을 위해서든 도주를 위해서든 놈은 그에게 달려들 거다. 로널드가 시기 좋게 옆으로 빠지면, 질주하는 다리를 멈추지 못한 흡혈귀는 그대로 모래에 처박히리라. 그 사이 사냥꾼과 대책과가 합세하면 사태 종료. 얼마나 간단하고 효율적인 작전인가. 반대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제대로 피할 수 있겠는가?”

드라루크가 또다시 질문했다. 아까부터 계속 십 초에 한 번씩 뭔갈 물어보고 있다. 주로 작전의 성공 여부를. 실패할 가능성을 말이다.

“아주 빠른 흡혈귀라면 피할 새도 없이 충돌할 수 있네. 애써 피한들 이번에는 흡혈귀가 날 그대로 타고 넘어갈 수 있고. 육지 생물도 생물 나름이야. 보기보다 몸이 가볍다면 얼마든지 도망쳐.”

로널드는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로널드 님이 그것도 못 해내겠냐? 만약 그런 종류의 흡혈귀라면 그때에는 네가 모래로 감싸든가 해서 놈을 막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나의 한계를 무시하는군.”

“어디 한 번 노력해 봐, 진조 흡혈귀.”

멀리서 아우성이 들려온다. 로널드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괜스레 목을 돌렸다. 총을 든 손은 뒤로 감췄다. 점점 다가오는 아수라장을 두고 로널드는 의외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분명 드라루크가 묻고 싶었을 질문, 왜 굳이 로널드가 이곳에 남았는가? 평범하게 경찰이 보초를 서는 방법도 있는데. 단순히 흡혈귀와 관련된 일이니까? 아니다. 이건 일종의 직감이다.

놈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압에 고전하고 있는 게 바로 납득갈 정도로 빨랐다. 저 정도면 그냥 자동차도 아니고 고속도로 위의 스포츠카다. 로널드가 한 걸음 더 발을 뗐다. 이만하면 드라루크와 적당히 거리가 벌어졌을 거다. 오 초 뒤면 놈은 로널드에게 도달한다. 로널드는 몸을 기울일 준비를 마쳤다. 빠져나가는 동시에 옆얼굴에 마취탄이나 박아줄 생각이다. 오늘 드라루크가 모래가 된 이후의 시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뭐냐, 주마등인가? 사냥꾼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로널드는 모래 기둥이 된 드라루크를 떠올렸다. 가만히 기다려보자며 떼를 쓰던 모습을 떠올렸다. 마늘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 신발로 쿵쿵 밟고 비아냥을 던지고 앞뒤 안 재고 깔고 앉았을 때의 모습을 기억했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려 바지에 덮인 모래를 기억했다. 모래는 썰물처럼 빠져나갔지. 드라루크가 다른 사냥꾼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다 했을 때, 로널드는 왜 자신이 알아채지 못했는가를 되짚어봤다. 답은 쉬웠다.

로널드가 오른발에 힘을 실었다. 왜 내가 남았겠냐, 바보야.

너 내 앞에서만 움직였어.

몸이 오른편으로 홱 넘어갔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식물의 줄기 같은 것이 허리를 감싸 멀리 잡아당겼다. 반사적으로 손을 짚자 그것은 덩굴보다 더 거친 감촉이었다. 까끌하고 억센 표면, 어쩌면 나무의 껍질 같은. 그것도 아니면 자아를 가진 모래의 손아귀 같은. 로널드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의 주위를 모래가 방벽처럼 둘러싸고 있다. 방벽의 틈새로 목표물을 살피자 놈은 벌써 모래에 파묻혀 온몸을 뒤틀고 있었다. 다리로 모래를 떨쳐낼 때마다 모래가 틈을 새로이 파고들었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모양새다. 그러나 마무리는 아직이다. 로널드가 침착하게 총을 겨눴다.

“기다리게.”

사방에서 오래된 목소리가 울렸다. 모래가 느리게 그를 땅 위에 세웠다. 방벽이 점차 앞으로 뻗어져 흡혈귀와 로널드 사이를 이었다.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토굴. 모래는 이제 그의 앞에만 존재한다. 바깥으로 나온 로널드가 양옆을 확인해 봤다. 사냥꾼, 대책과가 돌아와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모래를 둘러싸고 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의 앞에 로널드의 것과 똑같은 토굴이 존재한다. 로널드가 그들처럼 무기를 들고 대기했다. 이 터널을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눈꽃 같을까. 막연히 상상했다. 흡혈귀는 여전히 힘겹게 반항하고 있다. 움직임이 둔해졌나 싶을 때, 놈을 괴롭게 한 모래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이제 흡혈귀는 공기 중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다.

“지금이네, 제군.”

마취탄과 갈고리, 성수와 칼날, 대포알보다 강력한 야구공과 작은 만큼 매운 마늘즙이 한곳으로 몰렸다. 묵직한 둔기가 흡혈귀의 외피를 가격하고 예리한 화살촉이 날카로운 통증을 안겼다. 아무리 날고 기는 A급 흡혈귀도 이런 공격을 한낱 한시에 받는다면 당연히 스러진다. 흡혈귀는 게임의 잡몹처럼 흙먼지를 풀썩이며 그대로 뻗었다. 어쩐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으나 놈도 확실하게 위험한 짐승. 운이 나빠 자신보다 강한 사냥꾼을 만난 것뿐이다. 놈이 오래 살고 싶었다면 이 마을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사냥꾼과 대책과가 사이좋게 주먹을 부딪혔다. 여느 때와 같은 신요코하마의 평화로운 밤이다.

 

 

로널드가 드라루크 앞에 섰다. 보라색 모래는 더 이상 그가 와도 움직이질 않았다. 숨어있던 존이 빗자루를 들고 와서, 로널드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빗자루를 바닥에 짚으며 한 마디 던졌다.

“수고 많았어.”

“…아주 멋진 활약이었지?”

가느다란 중얼거림이 모래에서 나왔다. 기력은 요만큼도 없었으나 기분은 좋아 보였다. 로널드가 순순히 인정했다.

“어. 대단하더라. 난 네가 기껏해야 제시간에 회복하거나 열심히 움직여서 실내로 들어갈 가능성만 기대했는데, 이건 진짜 예상 밖이었어.”

“날 섣불리 판단하기엔 한참 이르다고, 애송이.”

“오늘 멋졌다, 드라루크.”

모래는 비질하는 대로 순순히 모였다. 한동안 빗자루가 바닥을 쓰는 소리만 들렸다. 조용하던 로널드가 불쑥 입을 열었다.

“지금 상태는 어때?”

“허리에 이어 어깨 무릎 발이 삔 데다가 목에는 담이 오고 모든 뼈마다 모래주머니를 찬 느낌일세. 나는 손○공이 아닌 허약한 국수 가락 아저씨인데 억지로 백 킬로짜리 옷을 입은 기분.”

“다행히 입은 살았네.”

“이제는 아리따운 숙녀가 목을 내밀어도 사양할 거 같아. 아아아― 슬프고도 슬픈지고. …지금 해뜨기까지 얼마나 남았나? 오늘 밤에 재생하는 건 수포로 돌아갔으니 얼른 날 창고에 옮겨야겠는데.”

비질이 멈췄다. 로널드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거 말이지….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말투가 다정했다. 이건 정말 안 좋은 징조다. 탈진한 드라루크의 몸에 삽시간에 불길함이 차올랐다. 힘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았다면 몸을 떨었을 거다. 설마. 드라루크가 뒤늦게 깨달은 미래를 외면했다. 흡혈귀 사냥꾼에게 간절히 속삭였다. 아니지? 로널드여, 아니지?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냥꾼은 기어이 잔인한 운명을 선고했다.

“네가 그래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실내로 옮겼을 텐데, 지금 아예 방전된 상태잖아? 넌 여전히 거대한 모래 산이라, 남은 시간으로는 도저히 널 어디로 옮길 수 없겠더라고…. 그래서―”

“왜 못 한다는 건가. 방금 콩벌레 허접쓰레기인 나도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냈는데! 왜 못 옮겨! 할 수 있어! 힘을 내! 콩알만 한 뇌를 굴려보라고, 우끼끼 고릴라!”

로널드가 빗자루를 내려놨다. 존을 잡고 그에게서 세 걸음 물러났다. 미안하다, 드라루크. 정말 순하기 짝이 없는 말투다. 드라루크의 정신줄 놓은 욕지거리는 커다란 인영이 하강하면서 뚝 끊겼다. 백발의 흡혈귀가 로널드가 방금 서 있던 자리에 착지했다. 진짜로, 힘이 요만큼이라도 남았다면…! 흡혈귀가 차분히 자신의 손자를 내려다봤다. 헬로, 드라루크. 진정한 진조가 말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가운지 온화한 낯이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참 죽여주게 반짝였다.

“아주 재밌는 상태구나. 기운이 없다고? 원상복구해 줄 테니 겸사겸사 같이 놀자.”

“할아버지, 잠시…!”

“우선 나미브 사막에서 기념사진이나 찍어볼까. 멋진 모래 폭풍으로 만들어 줄게.”

흡혈귀는 염동력으로 길가의 모래를 그러모았다. 옷에 달라붙은 모래 한 알까지 수거하고는 그를 둥글게 뭉쳐 저 하늘로 올렸다. 보라색 거대 모래 경단이 달을 가려 때아닌 월식을 만들어냈다. 로널드가 애틋하게 손을 흔들었다.

“돌아올 때 혈액 와인 사다 둘게. 특제 우유도.”

당사자에게 닿지 않았겠지만 확실히 약속했다. 작은 달과 흡혈귀가 저만치 날아갔다. 뒤늦게 새로운 흡혈귀가 하늘을 가로질러 그들을 쫓았다. 안 봐도 뻔하지. 드라루크의 아버지다. 드라루크으으― 역시나 애처로운 부름이 꼬리처럼 따라갔다. 로널드는 달이 점이 될 때까지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 보였다. 존이 슬프게 울길래 집에 가서 녀석이 만든 푸딩이나 먹자며 달랬다.

지금이라도 따라갈래? 장난삼아 물으니 움찔했다. 로널드가 키득키득 웃었다. 너도 능구렁이 같은 면이 생겼구나. 어차피 고생 조금 하다 무사히 돌아올 것을 그도 알고 존도 안다. 로널드가 손바닥으로 존의 등 껍데기를 토닥였다. 입에서는 따뜻한 위안이 흘러나왔다.

“괜찮아. 금방 돌아올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는 녀석을 맞이할 준비나 하자. 같이 환영 현수막이라도 만들까? 존 네가 만드는 거라면 분명 기뻐할 거야. 상점가에 가서 녀석이 환장할 새 쓰레기 게임도 찾아보자. 그리고….”

존이 울음을 멈추고 드라루크 환영회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존의 의견을 들으며 로널드는 집으로 향하다가, 문득 드라루크가 사라진 하늘을 돌아봤다. 하늘은 한 치 앞도 장담해 줄 수 없다는 듯 어두웠지만 이상하게도 로널드는 달빛처럼 별빛처럼 확고하게 믿음이 반짝였다.

그래. 결국 그는 돌아온다. 우리는 기다리고. 때로는 내가 돌아오고 너희가 기다릴 거다. 앞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겠지. 괴팍하고 기묘한 일상, 즐겁고도 우스꽝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차가운 기류가 골목에 밀려왔다. 로널드가 얼른 들어가자며 가볍게 뛰었다. 또렷한 정신에 경쾌함이 스며들었다. 입가에 노랫말이 새어나왔다. 존을 안은 팔이 들썩였다. 발걸음은 율동적이고 눈이 얼핏 감겼다. 로널드가 존을 살짝 위로 던지면 존은 신 난다는 듯 높게 날아올랐다. 로널드가 그를 놓치리라는 걱정은 없다. 이 땅 위에 그를 받쳐줄 손이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존을 받은 로널드가 몸을 한 바퀴 빙그르 돌리고 다시 달려나갔다.

그럼 내일 밤에 보자, 드라루크. 어쩌면 글피, 어쩌면 다음주 밤이겠지만. 그래도 너는 돌아온다. 우리가 뿌리내린 이곳, 신요코하마에.

그럼 다음 밤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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