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후기 모음

<Stockholmssyndromet> 후기

어차피 돌아와야만 하는 도피행을 떠나는 복스와 아이크 이야기

Writing Note by YOU
3
1
0

연성 본편은 이쪽에서 봐주세요
근데 나름 꾸금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완성도랑 별개로 링크 다는거 제법 부끄러움

한줄요약: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쥐구멍 어딨죠?

우선은.......... 사랑의 도피라는 단어를 제 머릿속에 때려박아 주신 쿠키님께 이 영광을 바치며........... 그런데 어쩌다 이게 꾸금이 되었을까요.......... 적어도 제 잘못은 아닌............. 아니 맞는 거 같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얼그레이쿠키님이랑 비계에서 썰풀다가 사랑의 도피 얘기가 나와서 합의하에 아이크 납치하는 복스가 보고 싶었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아이크에게 언급은 했는데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영화 공개 전까지 몰랐다는 군주님의 오피셜 발언이 있었고

-작중 인용되는 <오페라의 유령> 소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크리스틴이 스웨덴 출신의 가희란 설정이 계속 머릿속에 꽂혀 있는 상태였음.

네...... 그래요...... 그랬어요...... 그래서 이 끔찍한 혼종을 제가 탐라에 뿌리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변명 한 자락 안 할 수 없어서 또 후세터를 켰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니 본문을 보고 와 주세요. 아 부끄러워!

1. 제목에 대해서

“Stockholmssyndromet” 은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 의 스웨덴 표현입니다. 뭐 정확히는 여기가 원산지죠. 안타깝게도 여러분이 아시는 그 단어가 맞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작중에서 아이크가 복스에게 취하는 태도가 이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깊이 파고들면 아이크는 절대 그렇지 않은데 복스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 것이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작중 아이크의 입을 빌려서 계속 묘사하는 부분이지만 복스가 갑자기 촬영장 찾아와서 납치당해달라고 하고, 운전기사 홀려서까지 인적 없는 곳으로 데려가서, 아무 설명도 안 해주고 숫제 범하는 것에 가깝게 구는데도 아이크가 그걸 다 받아주고 수용한 건 그만큼 복스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또 이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이해하고 넘어갔기 때문인데,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복스 아쿠마란 악마의 본질이 본질이다보니 순수하게 그 감정을 믿기는 힘들겠죠. 일부러 이 글에서는 복스의 시점을 서술하지 않았지만, 복스가 하룻밤의 일탈이 끝나고 아이크에게 미안해한 건 전날밤의 거친 섹스 때문이 아니라 바로 ‘너한테 험한 짓을 했는데도 네가 날 다 받아주는 관대함을 보인 건 내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네 마음을 내가 기만한 거나 마찬가지다’ 란 점이었습니다.

진실을 밝힌 이후 복스의 스탠스는 늘 나는 정말 위험한 생물이다, 내게 집착하지 말아라, 너희를 해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너희들(=인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죠. CP적 측면으로 옮겨와도, 즉 상대가 아이크여도 그 태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고요. 이 이야기 속에서 복스가 갑자기 그런 돌발행동을 한 것도 차마 먼저 진실을 밝히고 나를 멀리해 달라고 말할 용기는 없고, 그렇지만 이대로 있다간 진짜 큰일 날 거 같아서 무섭고, 그런데 아이크는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는…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널 놓는 건 도저히 못할 거 같으니 네가 나한테서 멀어져 달라 이거죠. 영화 회의 중에 갑자기 자리를 뛰쳐나간 것도 그 진실이 공개되는 날이 정말 목전에 다가왔고, 아이크도 당연히 그 영화를 볼 것이고, 그러면 결국 밝혀지게 될 거란 현실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크는 그 날도 복스의 진실이 담긴 영화를 본 다음도 자기가 복스를 사랑하는 건 자기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날 일은 단순한 일탈이었으며 또 혹여나 또다시 그런 상황이 닥친대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복스와 경위는 다르더라도 아이크 역시 어중간한 각오로 복스를 사랑하기로 한 것이 아니기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아이크는 복스가 그렇게 말해봤자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그럴 시간 있으면 간식이나 사와 할 애잖아요(*이것은 전적으로 유님의 동인설정에 의한 날조발언임을 알려드리며…) 결국 앞으로도 이 둘의 관계는 달라지는 게 없을 거고, 그런 의미에서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2. <오페라의 유령> 을 인용한 데 대해서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극장의 유령으로 불리는 남자(인간이고, 어려서부터 무척 추한 외모를 갖고 있어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과거가 있는 남자입니다)가 한 가희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다가 자신과 완전히 반대되는 속성의 남자에게 히로인을 빼앗길 뻔하니 질투에 눈이 돌아 가희를 납치, 상대 남자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나랑 결혼하라고 협박하는 등 파멸에 치닫다가 히로인이 마지막에 자신을 이해한다는 걸 보여주자 결국 그녀의 행복을 빌며 떠나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소설 외에도 뮤지컬에 영화, 각색한 연극 등 여러가지 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의 명작이기도 하고요.

앞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읽고 크리스틴이 스웨덴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걸 썼다고 말씀드렸는데, 더 정확한 순서를 말하자면 ‘스웨덴 출신 가희란 설정의 히로인+히로인의 노래를 듣고 히로인을 사랑하게 되어 그녀에게 목을 매는 남자+그는 인간을 해치는 악마처럼 묘사되는 존재’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언젠가는 복사이크로 이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번 연성을 구상하는 중에 아예 넘버를 삽입하기로 마음먹었던 겁니다.

<Stranger than you dreamt it> 은 크리스틴이 처음으로 에릭의 원래 얼굴을 보았을 때 순간 발끈하여 금기를 깬 크리스틴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마지막은 울먹이면서 지금 내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겠느냐고 애원하는 곡입니다. 진실을 모두 밝힌 뒤 복스가 아이크를 대하는 태도가 딱 이렇지 않을까 싶어 인용했어요. 인간에게 있어 위험한 존재이고 한때 사랑했던 이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 먹어치워버린 과거가 있어도 복스 아쿠마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고, 유일하게 아가페의 대상이 아닌 아이크 또한 놓을 수 없습니다. 즉 이건 말로는 자신이 위험하다고 하며 밀어내지만 사실은 멀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자낮처연공 마인드를 묘사하기 위한 인용이었어요.

<All I Ask You> 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곡이라 들어보신 분도 많을 거 같은데요, 원래는 라울과 크리스틴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도망치기로 약속하면서 부르는 곡입니다. 가사만으로도 정말 좋은 노래라서 언젠가는 이걸 브금 삼아 뭘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글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아이크가 복스에게 전하는 메시지란 느낌으로 인용해 보았습니다. 네가 무얼 생각하든, 어떤 존재이든, 난 상관없으니까 다 받아주겠다는. 앞서 인용했던 <Stranger than you dreamt it>에 대한 대답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그래서 인용문을 중심으로 이 글을 해석하면 두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Q. 난 널 사랑한다고, 널 소중히 아껴 주고 싶다고 말했으면서도 이런 짓을 하는 최악의 남자고 너를 이 이상으로 해칠 수도 있는 괴물이야. 하지만 그래도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실은 너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 넌 그런 나라도 괜찮겠어?

A. 괜찮아.

3. 작중 삽입한 현실 에피소드에 대해서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복사이크적 시선으로 볼 때) 복스와 아이크의 관계를 단적으로 요약하는 에피소드는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아이크의 첫 가라오케 때 복스가 청혼했다가 차인 일.

둘. 2023년 5월 힘들어하는 아이크 돌봐주겠다고 영국으로 불러들인 것도 모자라 자기 집에서 지내게 한 일.

셋. <The Demon Hungers> 가 공개된 뒤.

첫 번째는 그동안 인간을 아가페적 시선으로 보고 있던 복스가 처음으로 한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계기(*해석이 분분하긴 하겠지만 전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그전까지의 애정표현은 오시덕질하는 느낌에 가까웠는데 가라오케 프러포즈 사건은 트위터에서 한 번 방송에서 한 번 저지른(그리고 차인) 일이란 데서 좀 의미가 깊습니다)라는 점에서, 두 번째는 그 마음이 진짜 찐으로 진심이었다는 걸 여력히 드러낸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세 번째는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걸 터놓은 관계가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럭시엠의 활동은 계속될 테고 거기서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 안에서는 저 세 가지로 복사이크 관계성이 완전히 확립된 터라, 에유가 아닌 연성을 할 때는 저 세 개의 에피소드가 항상 비중 있게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집대성이란 느낌으로 한 번 넣어보았습니다. 작중에서 중요시된 건 두 번째 에피소드뿐인 것 같지만… 이 얘기를 하려면 밤이 새도 모자랄 거 같으니까 언젠가 트위터에서 또 신나게 떠들지도 모르겠네요.

덧붙여서 아이크의 파일롯 콜라보 촬영이 9월 일본에 방문했을 때 이뤄졌다는 작중 설정은 시간대를 짜맞췄을 때 그때 아마 콜라보 건으로 회의를 한 번은 하지 않았을까 하는 동인설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이크가 실제로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며... 어차피 2차창작은 전부 날조와 폭주로 이뤄지잖아요ㅇㅅ<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잔뜩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장르 첫 성인글의 부끄러움에 웬만한 게 다 날아갔구요… 못다한 이야기는 다른 연성을 통해서 풀거나 혹은 트위터에 발광을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거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러워서 황급히 마무리하는 거 맞습니다. 이만 총총.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