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스트라이크, 돛대

단니 생존 IF로 유언깡 함

버섯숲 by 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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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유서 내용이 겹치면 어떡하냐.”

백발의 남자 둘이 낄낄대면서 남극의 설원에 서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다 써버린 라이터를 뒤로 던지면서. 담배는 8미리 짜리 럭키 스트라이크. 꽤나 부드럽지만, 멘솔은 아니라 아저씨 담배 소리를 들을 만한 무언가.

“유서, 내용… 결국 내가. 바라고, 너…에게 축복 내려준, 것… 너도, 나도. 결국 같은. 표상을 공유한…다.”

돛대는 천천히 타들어간다. 둘의 낄낄댐이 아주 우습고, 또 천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웃음은 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었고, 그 것은 중독적이고 유해할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둘의 기초임을 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구덩이에서 생을 마감하면 좋겠다니, 진짜 사내새끼들 같네.”

“두 … 말하면, 입 아플.. 것”

짙은 피부의 키가 큰 남성은 담배 연기를 후 내뱉었다. 이 연기는 추워서 생기는 입김과 함께 내뱉어져 마치 증기기관을 연상케 했다. 그걸 보고, 키가 비교적 작고 체격이 비교적 가는 밝은 피부의 남자는 낄낄 웃어제꼈다. 그 둘의 웃음은 딱히 건강하거나 밝은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담배처럼 유독하고, 짙고, 씁쓸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것이 둘의 심상이었다.

어쩌면 이 심상이 공유된다는 것 자체가 깊은 우울감과, 트라우마와, 세월과 세상에 짓눌린 둘의 공통점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 이는 다른 이에게 세상에 부서지는 축복을 내렸다. 그리고 축복받은 이는 그대로 나아가 세상에 보답받지 못하는 애정을 헌신했다. 둘은 서로가 바라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욕망이라는 것을 거울에 비춘 것 처럼, 둘은 거울상이었으니 겹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닮아있었다.

마지막 담배가 타들어갔다.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는 설원에 던져져 생을 마감했다. 짧게 불타 세상에 연기를 선사하고 사라지는 담배, 럭키 스트라이크 - 한 번의 운이 세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어쩌면 둘의 담배 취향이 같은 것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할지도 모르겠다. 타 버려 더 쓸 수 없는 럭키 스트라이크는 그렇게 설원에 버려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잊혀버릴게다.

그 둘 역시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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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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