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애셔

Crush on you

Dream by 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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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네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이 떠오르는 걸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짐작할 수 없는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내가 무어라 말만 하면 반사적으로 미간을 구기는 모습이 퍽 재미있었다. 

스스로 따분한 성격이라고 자랑하듯 말하던 네가 내 앞에서는 이토록 유치해진다는 게 흥미로웠고, 그만큼 너와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너에게 실없는 장난을 걸었고, 너는 불만어린 얼굴로 투덜댔다. 너의 반응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날따라 네가 퍽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한순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날 이후, 온힘을 다해 너의 관심을 끌었다. 나의 바람대로 너는 나를 향해 뒤돌아봐 주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너를 바라보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네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도통 들려오지 않았다. 또한, 너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정작 내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 … 너 혹시 블러저에 머리라도 맞은 거 아니야?"

"뭐?"

"아까전부터 이상하게 굴잖아. 멍청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하하, 그래? 몰랐네."

"귀도 붉어져 있고. 남들 다 걸린다는 감기에도 멀쩡하던 끈질긴 놈이."

"세심하게 관찰해 주는구나? 좀 설레네."

"이것봐, 헛소리까지 하네. 열있는 거 아니야?"

말은 차갑게 내뱉지만 걱정하는 기색은 숨기지 못하는, 모순되어 있는 너만의 다정한 표현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 … 그럼 네가 확인해주라."

"답지않게 어리광이네. 숙여. 아프다니까 봐준다."

이마에 닿은 네 손은 차가웠지만 동시에 뜨겁게 느껴졌다. 진짜로 열이 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상사병에라도 걸려버린 건지 반신반의 하고 있었지만 너의 두 은회색 눈동자와 마주하자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한 쌍의 눈동자가 온전히 나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눈빛을 보여주지 않아줬으면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꿰찰 정도로. 

한순간의 감정따위가 아니었다. 이렇게 늦게 깨달은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나는 너에게 깊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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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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