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RHAPSODY
6부 14장까지의 스포일러 있음 1월 1일에 쓴 글
“모모. 오늘은 같이 돌아가자. 우리 집 갈래? 모모네 집도 괜찮아.”
BW가 끝나고, Re:vale는 졌다. 모모는 많이 울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아까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알고 있다. 모모는 누구보다 나를, Re:vale를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그래서 더더욱 이기고 싶었다. 모모가 우는 모습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은걸. 내가 평소에 울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Re:vale와 관련된 일로 눈물 흘리게 만든다니, 천하의 나쁜 놈이잖아. 루리 씨도 보러 온다고 했었고. 무엇보다 모모가 슬퍼하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
모모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지금까지 나 때문에 모모가 많이 울었을 때, 항상 제대로 달래주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래서 더 곤란하게 했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조금 다르다. 모모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건 똑같지만, 오늘은 우는 모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으응? 아니, 아니. 유키 피곤하잖아? 시간도 늦었고…. 나랑 가면 내가 귀찮게 굴어서 더 늦게 자게 될지도 모르는걸! 내일도 오후에는 스케줄 있고!”
“곧바로 잘 수 있을 리 없잖아. 눈 찜질 해줄게.”
분한 것도 있지만, 모모가 걱정이 돼서 못 잘 것 같아. 피곤하면 어떻게든 곯아떨어진다고는 해도 상태 안 좋은 모모를 두고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리 없다. 계속 전화를 이어가려고 할 거야. 최근에는 계속 연습 하는 것 때문에 바빴으니까 간만에 꼬시는 건데도 답지 않은 거절이 돌아오는 이유는 뻔하다.
“…됐어.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고…. …들어가면 또 울어버릴 것 같단 말야.”
“그러니까 더더욱 같이 있자고 하는 거야. 위로해주고 싶으니까.”
“유키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은걸…. 분명히 귀찮게 굴어서 늦게 자게 만들 거야.”
거봐. 또 곧잘 이런 말을 해버리지. 나한테는 모모가 속상해서 우는 것만큼 곤란한 일은 따로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곧잘 말해주는 건 다행이지만. 모모에게 달라붙어 팔짱을 낀다.
“나도 오늘 져서 속상한데. 나한테도 위로가 필요하다고는 생각 안 해?”
진 건 이쪽도 똑같은걸. 우리 둘이서 Re:vale고, 같이 노래하고, 같이 부딪혔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듯 칭얼대며 모모의 어깨에 뺨을 문지른다. 선 채라 불편할 텐데도 쳐내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모와 눈을 맞춘다. 고민하고 있네.
“…유키는 너무 상냥해.”
“모모 한정인 거 알잖아.”
이런 별것도 아닌 핑계에 넘어와 주는 모모 쪽이 훨씬 더 상냥하다. 모모를 위로하고 싶다고 하면 거절하면서, 내가 위로해 달라고 하는 건 절대 거절 못하지. 별로 완전히 지어낸 말인 것도 아니지만. 위에 있었던 만큼 패배는 속이 쓰리다. 최고의 라이브를 했어. 그래도, 지면 부족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돼버려. 오늘은 곱씹는 것보다 내 대신 잔뜩 울어준 모모를 달래주고 싶지만.
때마침 차를 가져온 오카링이 보여 밴에 올라탄다. 또 서러운 건지 추운 건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차 안은 제법 따뜻해.
“고마워, 오카링.”
“조심해서 들어가─!”
밴을 향해 손을 붕붕 흔들고 집으로 향한다. 현관에 들어와서 신발을 대충 벗어두고, 거실의 불을 켜러 간다. 그건 먼저 들어가는 모모 역할이지만. 거실의 전등이 켜지면 소파 위에 엎어져 고개를 묻는다. 콘서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4곡 연속 라이브를 했고, 지금까지 쌓인 연습의 피로도 있으니까. 모모 역시 지금은 바지런히 움직일 기분이 아닌지 반대쪽 소파에 눕는다.
“…하아─….”
“…지쳤다….”
모모는 무대 위에서도 나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오늘은 눈물까지 잔뜩 흘렸으니 제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한숨이 절로 나올 몸 상태일 거다. 그런 모모 대신에 오늘은 조금 움직이기로 했다. 자리에서 뭉그적 일어나서 외투를 벗고, 누워 있는 모모의 외투도 벗어 걸어둔다. 눈도 찜질 해주기로 했는데, 겨울이라 바로 얼음을 얹으면 춥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고마워…. …나 씻고 올래.”
“목욕할 체력 있어?”
“손발이랑 얼굴만이라도 씻을 거야!”
겨울에는 제가 바쁘게 움직이는 주제에 가만히 있는 게 신경 쓰이기라도 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물 자국 있는 거 신경 쓰여서 그런가. 실내를 따뜻하게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모모가 돌아온다. 나도 조금이라도 씻고 와야지. 모모 위로해주겠다고 같이 있자고 한 거니까, 평소보다는 조금 서두르지만. 그래도 머리 감고 말리는 거 아니면 오래 안 걸리니까. 그건 내일 일어나서 할래.
적당히 씻고 욕실 밖으로 나오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다. 안에 들어갔나? 슬쩍 침실을 보면 모모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풀 죽은 채로 엎드려 있어서.
“모모.”
훌쩍이는 소리가 또 들린다. 울고 있었네. 내가 돌아온 걸 눈치 채고는 숨기려는 모양이지만 모모도 알다시피 다 들켰다. 애초에 불 켜진 거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방까지 들어와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찜질할 거 가져올 테니까 그치고 있어.”
“…응….”
속상한 모모는 평소와 달리 많이 조용하다. 얼음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손수건을 챙긴다. 침실로 돌아가면 베개를 꼭 껴안고 앉아 있는 모모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발갛게 되어 있어서 직전까지 운 티가 나지만, 그래도 그치려고 노력하는 게 기특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계속 울면 안 된다고 열심히 참았으니까. 모모를 다시 눕히고는 눈가에 얼음주머니를 얹는다.
“추우면 난방 더 올려줄게.”
“…괜찮아. 따뜻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를 감싼 물수건 끝에 물이 맺힌다. 얼음이 들었으니 그러려니 하려고 했지만, 눈꼬리를 타고 주르륵 흐르는 물방울을 보면 자연스레 타박하는 소리가 나온다.
“…계속 울면 얼음찜질 하는 보람이 없잖아?”
“…그치마안….”
이제는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주륵주륵 좌우로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곤란해져 얼음주머니를 들어올린다. 감싸고 있던 손수건으로 모모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낸다. 가만히 있으니까 더 눈물이 나나봐. 이걸 어쩌지. 얼려둔 안대 같은 것도 없고. 주머니를 치우자 모모가 양팔로 눈을 가리려고 하지만 그렇게 단단한 가드도 아니라 울고 있는 모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흘러나오는 대로 눈가 위에 손수건을 점찍듯 살살 누르다가 조금 멎은 것 같으면 눈가에 입을 맞춘다. 눈을 깜빡이는 움직임이 입술 위에 그대로 느껴진다.
“…유키는, 괜찮아?”
“모모가 대신 울어주니까, 괜찮아.”
“분하지 않아…? 내가 잘 못해서, 오늘…. 유키랑 유키 노래는 최고였는데…!”
또 이런 소리나 하고. 졌다는 얘기를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건지 입술을 꾹 깨문다. 또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애처롭기만 하다. 내일 모모, 눈 뜰 수는 있는 걸까.
“모모는 잘 했어. 최고의 파트너였어. 춤도, 노래도.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내가 아는 중에서 최고의 아이돌이야.”
“…우, 윽….”
그치만, 그런 게 아니면 질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표정이다. 내가 고개를 젓는다. 왕관이 하나뿐인 무대. 네 그룹 중 세 그룹은 이길 수 없다. 공동 우승 따위는 없으니까. 심사하는 건 라이브에 와준 사람들, 방송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다. 변수는 산더미만큼 있다.
“…노래의 완성도나 대중성. 가수의 가창력. 퍼포먼스나 무대 연출 같은 것뿐만이 아니라 그날 모인 사람들의 기분까지. 승부를 결정하는 것들은 그 외에도 어마어마하게 있을 거야.”
대중이 판단하는 데는 사회의 흐름이나 시간대까지 영향을 끼친다. IDOLiSH7이 운이 좋아서 이긴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모모는 잘 했다는 거. 최고의 무대였다는 거.
“우리는 잘 했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모자란 게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모모와 나는, Re:vale는 잘 했어. 최고의 노래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했어. 모모가 좋다고 말해준 노래가, 모모와 함께한 무대가. 우리의 팬들이 힘껏 소리쳐준 라이브가 최고가 아닐 리 없잖아.
“최고의 라이브였어, 모모.”
“…흐윽… 으, 흑….”
“…울보라니까, 정말.”
내가 흘렸어야 하는 눈물이 다 모모한테로 가버린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지. 모모가 힘든 거 다 도맡아서 해주고 있는 거니까. 젖은 눈 위나 이마,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닦아낸다. 그래도 우는 건 조금 멈추게 해야 할 텐데. 고민하다가 아침에 했던, 문득 떠올린 얘기를 입에 담는다.
“모모, 진정되게 해줄까?”
“…뭐?”
“옛날이야기로.”
“…우승, 조건이라고….”
울면서 훌쩍이던 모모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까 말했던 편지 얘기를 떠올린 거겠지. …부끄럽긴 하지만, 원래 말해주려고 했던 거고. 우승은 못했지만 그만큼 즐거운 라이브를 했으니까.
“너무 울어서 이런 얘기라도 해줘야겠는걸. 나 말야, 그 편지 너무 많이 읽어서 내용 거의 다 외워버렸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질투 나게. 놀리는… 거야?”
눈과 코가 빨개진 채로 훌쩍대는 얼굴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정말 짚이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가. 푸스스 웃으면서 모모의 뺨을 건드린다. 정말이지, 이 얼굴 귀엽다니까. 글쎄, 일단 들어보래도.
“학교 부활동 하다가 그만둔 애가 말야. 가족이랑 같이 라이브에 와줬대.”
“…가족이랑? 어린애?”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좀 있더라고. 그러니까… 그 애 말야, 라이브에 처음 와서 <미완성인 우리들>을 듣고 엄청 감동했나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노래라고.”
“…그야 좋은 노래니까…. 나도 엄청… 좋아하는걸. …그것보다 그거, 역시 반 씨랑 했던 얘기잖아!?”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모르는 거야?”
“무슨….”
둔감하긴. 그야 벌써 몇 년 전에 쓴 팬레터의 내용까지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나는 그 편지로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는데.
“…부활동으로 장래까지 생각하던 축구로 전국대회에 출전했는데, 결승전 전에 다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일 열심히 하고 싶었던 결승에는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져버렸습니다.”
“…잠깐,”
“그런데 Re:vale의 팬인 누나가 데려와준 라이브에서 <미완성인 우리들>을 들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슬픈 마음이나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눈물이 났지만, 그 곡을 들은 순간 모든 게 깨끗해졌습니다.”
“…그거….”
“덕분에 저도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완성인 우리들>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얘기잖아!?”
그렇다니까. …역시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문장을 꺼내는 건 처음이라 부끄럽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편지였으니까. 모모도 편지라던가, 의외로 로맨틱한 구석이 잔뜩 있지.
“팬레터 보내줬잖아, 스노하라 모모세 군. …이름은 안 적혀있었지만.”
그래서 필체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지. 남자라고는 생각했지만 중학생 꼬마나 캡틴이 편지를 보낸 사람일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필체나 인생 같은 거 전혀 관심도 없던 내가 모모를 만나서 깨닫게 된 건 역시 운명이라고 생각해.
“노래 그만둘까 했을 때, 모모가 그 편지 보내줘서. 그래서 계속 할 수 있었어.”
“거짓말….”
“진짜야. 실물도 아직 남아 있어. 지금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녀석, 슬슬 넘겨줄 때가 되지 않았나. 가지고 있어봤자 쓸모도 없을 텐데. 그 편지까지 가지고 튀어버렸다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해. 내가 가지고 있었으면, 모모도 분명히 보관하고 있는 거 알았겠지만. 같이 살던 때는 뭔갈 숨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조만간 찾으러 가야지.
“…항상, 내 노래에는 모모가 있었어.”
모모가 있었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음악을 그만두지 않게 된 것은 모모 덕분이고, 지금도 모모와 함께 하는 노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최고로 꼴사나울 때도 모모가 지탱해줬잖아. 같이 아이돌 하자고 했던 것부터, 내가 무직 기둥서방이었을 때도.”
언제나 멋있다고 해주고, 내 노래는 최고라고 해주니까. 모모가 있어서 나도 당당하게 내 노래는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어. 같이 있어서 무적이라고, Re:vale는 최강이라고.
“…그런 때에 비하면 지금은 울기에는 한참 부족하지. 지금은 파트너도 한사람 몫은 그럭저럭 하고 있고.”
“…유키는 옛날에도 충분히 백 명 몫 했으니까?”
그건 진짜 과장이지. 콩깍지고. 백 명 몫은커녕 반사람, 반의 반사람 몫도 못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항상 과한 칭찬 해주는 모모가 있으니까, 나도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지만.
“…바닥부터 시작해서 같이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여기부터 다시 시작하면 다음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난 궁금해. 모모랑 함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새로운 경치처럼 느껴지는걸. 다시 일본 아이돌의 정점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그 이상이라도 좋으니까.
모모가 침을 삼킨다. 꿀꺽, 목울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촉촉한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저 눈. 모모의 저 눈. 아이돌을 바라보는 눈이, 옛날부터 계속 나를 이끌어주고 있어.
“…그리고, 왕관은 지키는 것보다 빼앗는 쪽이 훨씬 재밌는걸.”
“…유키, 미남…!”
어디까지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모모와 함께라면, 나는. 우리는.
편지 부분은 거의 3부 7장 1화에서 긁어왔다고 할수 있겠네요
슴가박박찢어져서 두시간정도 눈물좔좔흘리다가 저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씁니다
실화냐? 모모입에서 그런 말 나오게 만든 세상을 용서 못해
유키... 설마 우승안했다고 말 안해주는건 아닌가 7부에 말해주려나 선빵쳐야하나 하고...
그나저나 제목정하려고 하다가 알게된건데 랩소디가
1
광시곡, 랩소디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
열광적인 표현[말/글]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출처는 네이버 국어사전입니다
가사 자체를 뜯어보지는 않아서+대충 들었을때 모르겠어서 잘 모르겠지만
2번 뜻으로 생각하면 유어 랩소디... 모모의 팬레터... 라이브 직전에 팬레터 얘기한 것도 그렇고 염두에는 둔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그냥 생각만 해봤고... 동일시하는건 아닙니다 아무튼 모모의 응원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그렇긴 하죠
모모야 ㅇ사랑해 모모 잘못 없어 리바레 짱 리바레는 최고의 아이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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