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and ever.

나나계 by 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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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 NEXT Re:vale 특별 기획, 『다시, 초심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모모가 얘기하고 유키가 박수를 친다. 짝짝짝.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는 서있는 게 고작이라는 것처럼 이마의 땀을 슥 닦으며 후, 한숨을 내쉰다. 모모 역시 기운차게 오프닝을 시작했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라서 벌써 어깨에 수건이 걸려있다.

“…초심이라곤 해도 너무 돌아가버린 거 아냐?”

그렇게 얘기하는 유키의 옆에 커다란 가방이 놓여 있다. 여행에나 들고 갈 법한 투박한 디자인의, 짐이나 조금 들었을까 하는 가방이다. 평소에는 로케라도 캐리어를 들고 다니지만 이번에는 특별 기획이기 때문인지, 노골적으로 짐가방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듯하다.

“아하하, 이 정도가 아니면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 건 어렵다는 걸까냐~?”

모모의 옆에도 비슷한 디자인의, 색상만 다른 가방이 놓여 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평소에 곧잘 볼 수 있을 법한 거리의 모습과는 한참은 동떨어진 풍경이 보인다. 짐과, 그리고 카메라맨 몇 명과 덩그러니 놓여진 Re:vale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바캉스에 온 것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이런 기획이라고는 듣지 못하고 온 건지, 바다에 갈 참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버린 건지. 모모가 불어오는 바람에 코를 킁킁대더니 뿌듯하게 웃는다. 옆에 있는 유키는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모모 역시 이어 평상시처럼 멘트를 이어간다.

“갑작스러운 얘기지만 우리들 Re:vale, 남국에 와버렸습니다-!”

“우리 뒤쪽으로 보이는 건 도로랑 땅뿐이지만 말야.”

두 사람의 뒤쪽으로는 과연,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도로와 키 크게 뻗은 나무들이 보인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지, 그 의문을 해소해 줄 만큼 선명한 타이어 바퀴 자국이 보인다. 지프차를 타고 실려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별로 조난당한 건 아니니까?”

“맞아, 스탭들한테 버려진 것뿐이니까.”

아니니까! 농담이니까! 모모의 필사적인 부정과 함께 오프닝이 이어진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 차 안에 갇혀 있기라도 했던 건지 유키의 묶은 머리가 조금 풀어져 땀과 함께 피부에 달라붙어 있다. 손부채질 정도로는 한 가닥도 날리지 않을 만큼 땀에 절은 듯하다.

“기획에 대한 설명은 다들 들었을지도! 우리는 오면서 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설명하자면, 초심으로 돌아가 두 사람을 모르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다시 한번 결속을 다진다… 는 내용입니다! 모모의 기운찬 설명에 이어 유키가 말을 잇는다.

“우리를 모르는 곳이라고 하길래 절에라도 가는 줄 알았는데, 설마 해외로 와버릴 줄이야.”

“맞아! 다들 눈치챘을까나? 여기, 무려… 일본이 아닙니다!”

“아까 남국이라고 말했지만 말이지.”

“말했었다! …아니 아니, 남국이라고 해도 카메라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우리 카메라맨들, 얼른 뒤돌고 싶어서 좀이 쑤신 것 같지만.”

“우리 앞에는 제법 그럴싸한 풍경이 놓여 있거든.”

“그거 벌써 말해버리는 거야?”

웃으며 모모가 팔을 뻗는다. 짜잔-! 요란스러운 말과 함께 카메라에 선명한 하늘이 담긴다. 흙으로 만들어진 담벽, 그리고 건물들. 흔히 떠올리는 남국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해외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만한 세트장을 준비하는 것도 일이겠다 싶을 정도의 규모가 두 사람을 반긴다. 두 사람이 목말을 타고 올려봐도 한참은 모자랄 것 같은 높이의 흙벽 사이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 있다. 그 안에 뭐가 보이는 건지 연신 싱글벙글한 모모와 더위를 견디기 힘들지만 힘내고 있다는 걸 어필하는 유키가 있다. 소개 멘트를 이어가며 안으로 들어서면 길목에는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장터와 이어지는 길목일까? 주택가라기에는 너무 마을 밖과 가까운 위치라서.

“물만은 무한으로 제공해 준단 말이지, 우리 스태프.”

스태프들의 짐 상자에서 꺼낸 생수를, 그것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모모가 대신 열어줘 마신 유키가 먼저 앞으로 나선다. 비실비실한 걸음인 것에 비해 옆을 따라가는 모모는 아직 기운찬 것 같지만.

“탈수는 무서우니까! 유키가 기절하면 나, 남국에서 얼음을 찾으러 헤매버릴 거니까~!”

“얼음… 갖고 싶은데. 시험삼아 기절해볼까?”

“농담이지…?”

“응, 농담.”

금방이라도 풀썩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까. 아니, 물론 유키는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병약한 미남이라 그런 역할 어울리지만? 종알거리는 모모가 유키의 손을 잡고 이끌면 못 이기는 척 옆을 따라서. 카메라도 앞에서, 옆에서 두 사람을 따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드문 촬영 모습에 관심을 가지나 싶지만, 금세 관심을 접어두곤 발걸음을 옮긴다.

“물 말고는 전부 자기 힘으로 구해야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근처에 해변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대로라면 나 주운 조개들로만 배를 채워버려….”

“내 쪽이 더 문제인 거 아냐?”

“그런 유키에게는 모모쨩이 손수 채취한 미역을 드리겠습니다!”

“초무침 해먹고 싶은데 찾을 수 있으려나.”

그것까지는…. 농담을 하면서도 정말로 걱정이 되는 건지 두 사람이 걸으면서 주위에 다 들리게 귀엣말을 한다. 말도 안 통하는 곳이니까 굶을 각오까지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면 모모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유키를 밖에서 재울 수 있을 리 없잖아!?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주민들의 눈총이 와닿는다. 유키가 모모의 입을 막으면 어느 정도 수습되지만.

“저녁에 춥지 않으면 노숙도 괜찮아. 침낭은 있지?”

“저어어어어얼대 안 돼! 유키가 노숙이라니, 차라리 내가 속옷바람으로 노숙할 테니 유키만은!”

“아이돌로서 그건 좀 어떤가 싶은데…. 그리고 속옷바람이라니, 감기 걸리니까 안 돼.”

둘 다 서로의 목을 생각하면서 티격대는 모습을 보면 같이 사이 좋게 노숙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아무렴 짐가방 안에 침낭까지 들어있을 리 없으니까.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장식이 보인다. 일부러인지 우연찮게 맞은 건지 축제 기간과 겹친 것 같다. 외지인이 여행을 오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은 아닌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일행들에 벌써 익숙해져선 한마디씩 인사를 건넨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 유키는 손을 멋쩍게 들거나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뿐이지만. 반면에 모모는 일본어와 영어를 대충 섞어가면서 호응한다. 이래서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는커녕 모모가 마을의 아이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팬서비스다.

“마을 광장에 왔습니다.”

“마침 축제 기간인가봐! 저쪽은 상점가인가? 배고프니까 이따 들러야…. …아, 미션? 여기서?”

쪽지를 펴서 카메라 쪽에 펼쳐보면 내용 자체는 익숙하다. 『라이브!』 어디서? 축제가 한창인 여기에서, 공연을 해서 식량을 모으자…. …노상 라이브로 돈 벌기? 아무리 우리가 잘나가는 아이돌이라지만 밥값을 이렇게 해결하라고 하다니 취급이 너무하다던가, 설마 숙소도 이걸로 구해야 하냐던가 하는 얘기가 오간다. 언제나 그랬듯 주요 출연진 두 사람의 항의는 대체로 먹히지 않지만. 개중에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사람도 있었는지, 영어로 무언가 말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촬영을 온 것을 보고 대충 어떤 사람들인지 눈치를 챈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방송에 나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원래 친절한 건지 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말은 친근하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원래 축제가 열릴 때는 저녁에 바닷가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잘 하는 사람에게 먹을 걸 나눠주곤 한다네. 마을이 크지 않아서 오후에 종을 울리면, 소문이 돌아서 사람들이 모이나봐.”

워낙 즐겁게 놀고 떠드는 분위기라 축제 기간에는 종이 울리지 않는 날이 없지만요. 마을 주민의 말에 유키가 잠자코 듣다가 옆에 매달린 종의 줄을 팍팍 잡아당긴다. 댕, 댕… 하고 소리가 울리면 신기하다는 듯 유키도 모모도 높이 달린 종을 쳐다본다. 그렇게 준비 안 해두고 막 쳐도 괜찮냐는 주민의 말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뭐. 우리들이니까.”

영어로 짤막하게 얘기하는 유키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고, 종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듣진 않았지만 대충 이해했는지 모모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그나저나 그러면 점심은 굶어야 하는 거야? 아니, 배고픈데 어떻게 공연을 하라는 거야. 먼저 자신 있게 종을 울려 놓고선 불평하는 소리에 스태프가 준비해둔 야채 주머니를 꺼낸다. 뭐야, 자꾸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스태프들의 아이스박스를 탐내는 네 개의 눈빛이 카메라 렌즈 너머를 뚫고 나올 듯하다.

“야채만으로 먹거나, 물물교환을 하라고?”

“모모쨩, 이 나이에 반찬 투정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야채만 먹어도 요정처럼 움직이는 달링과 달리 내가 너무 연비가 나쁜 것 같아….”

“괜찮아. 모모 아직 성장기잖아. 2M까지 클거지?”

“우우… 내 성장판, 아직 건재하려나…?”

“칭찬해주면 쑥쑥 크는 타입이니까.”

아무래도 모모가 야채로는 배를 채우고 공연을 할 만큼의 열량을 채울 수 없을 거라는 유키의 판단 하에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점가부터 주거지까지 쭉 돌아 일본에서부터 공수해온 야채로 거래를 시도하면, 대체로 고기와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바디 랭귀지를 해준다. 지나가던 소녀가 여행객들을 안쓰러워하며 둥그런 과일 하나를 넘겨주려는 걸 겨우겨우 말리고선 반대편 집에서 아이 주먹만 한 닭고기 살을 얻어온다.

“물물교환으로 모든 걸 해결했던 시대에 태어났으면 나, 스무 해를 넘기지 못했을지도….”

“이, 이 정도면 닭가슴살 샐러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 처음 있던 거에서 이 정도면 특식이네, 유키! 거래의 천재! 미남…!”

평소의 그러네, 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침울해져선 야채를 들고 서 있으면 저 멀리서 소란이 난다. 누군가 수레로 짐을 옮기던 도중에 바퀴가 망가진 모양이다.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원래 목적지였던 곳까지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 고마움에 더불어 방송 촬영중인 것을 의식했는지 냉장고에 들어있던 생선을 건네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야채와 더불어 충분히 배를 채울 만큼의 단백질을 공급받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요리를 하러 간다.

아주 간단한 것들 뿐이지만 기본적인 조리도구가 쏙쏙 나오는 것을 보는 유키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 마을 어딘가에… 다른 조력자 스태프들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의심하는 게 틀림없다. 모모는 이미 옛날 옛적에 지프를 타고 올 때부터 앞에서 촬영하다가 먼저 이동한 스태프들을 봤지만, 이쪽은 거의 반 시체가 되어 모모에게 매달려 있었으니까. 프로답게 알아챈 사실을 폭로하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은 존경할 만하다. 그러니 혹시나 하는 안전 문제를 위해 스태프들이 꽤나 많이 잠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녹화 방송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안내 코멘트를 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야채를 담뿍 넣은 생선 스프와 샐러드,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 속에 넣은 감자 고로케 따위를 꿋꿋하게 만들어 배를 채워두면 정작 해변이 어디에 있는지 부터가 문제라는 걸 깨닫는다. 유키가 고민하고 있으면 모모가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선다.

“유키 선생님, 제가 바다가 어느 쪽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하나도 안 보였는데….”

“네! 저쪽에서 바다 냄새가 납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으로 주변에 바다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탓에, 킁킁대며 냄새를 맡으면 바닷바람의 끝자락에서 방향까지 알아냈는지 단호하게 한 방향을 가리킨다. 직후에는 각도를 살짝 바꾸고 불확실한 목소리로 얘기하지만.

“아니면 저 쪽…? 아무튼 저 부근 같아.”

“그럼 가보자. 바닷가가 더 시원할 것 같고.”

아까 영어로 축제에 대한 걸 알려주던 사람을 찾으면 수월하겠지만, 가진 게 옷가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가이드를 부탁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초심을 찾는 기획이라기보다는 말 안 통하는 지역에서 지구촌은 하나, 하고 깃발을 흔드는 챌린지 같다는 얘기를 하며 유키가 읏차, 자리에서 일어난다. 과연 모모의 코는 속일 수 없어서 건물들을 요리조리 돌아 한 방향으로 가다 보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이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 이야기를 하며 떠드는 것만으로도 벌써 바다 냄새가 넘실거리는 듯하다. 마을의 출입문과 같이 높게 쌓인 벽에 난 문을 지나면 카메라 렌즈에도 전부 담기지 못할 것 같은 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짜 바다가 있네.”

“소리도 계속 들렸잖아?”

“모모는 전생에 개였을지도 모르겠다니까.”

후각이 조금 좋은 것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마을 안쪽처럼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그럴듯한 무대 같은 건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앉는 듯한 장소에는 짚으로 된 방석이나 바구니 같은 것들이 놓여 있다. 쓸모가 없어서 버려두고 간 건지 아니면 마을이 워낙 좁아 아무데나 두고 다니는 건지는 몰라도, 어제도 여기서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흔적이 바다 앞 곳곳에 보인다. 장기자랑을 한다고 했지만 사람들이 만들어 낸 모래의 움직임을 보면 모두 함께 춤을 췄던 게 아닐까 싶다.

“좀 정리해야겠다.”

“노상 라이브는 해본 적 있지만, 모래밭 라이브는 처음일지도.”

“그런가? 해변에서는 종종 한 기억 있는데.”

“무대 위나, 가볍게 추는 거라면 몰라도 모래 위에서 제대로는 말이지이…?”

턴을 도는 것부터 큰일일 것 같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모래 위에 물을 뿌려 굳혀두려고 하면 금방 무너져버린다. 가급적이면 발동작은 매끄럽지 않은 안무로 고르는 게 좋으려나. 그럼 노래도 제한적이네. 모래밭에 쪼그려 앉아 회의를 하는 두 아이돌이 제법 진지해보인다. 직접 움직이며 저녁의 작은 공연을 준비하는 몸짓을 보면 아까 전까지 더위에 늘어져 있던 모습이 거짓말 같다. 안무나 스텝을 알맞게 바꾸고선 가벼운 리허설까지. 어떤 무대든 같이 하는 건데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서 내려다보면 어쩐지 무대가 허전해, 동그란 원의 주위를 해초나 나뭇잎, 조개 껍질을 주워 장식해둔다.

“역시 모모 최고.”

“유키의 나뭇잎 장식도 최고로 멋있어!”

저녁 시간이 되면 바다에 해넘이가 걸린다. 여행객들의 저녁이 달린 공연이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에 진행한다는 예고가 많이 퍼지지 않은 건지 갓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이 사람들에게 전부 호응을 얻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저녁은 따 놓은 당상이다. 준비한 음악과 함께 무대가 펼쳐지면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어떤 가사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러 온다. 해변에 조잡한 무대를 만들어 두고 춤과 노래를 보이는 두 사람이 우습게 보일 법도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친다. 처음 듣는 노래에조차 호응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두 사람은 더욱 더 즐거워진다. 어떤 무대든 같이 하는 건데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걸. 그야, 즐거우니까.

“…한 곡 더 할까?”

“응…!”

한 바퀴 돌아 모래 위에 스며드는 땀방울마저 자랑스럽다. 안무를 수정해도 두 사람이 있었던 모래밭은 발 아래가 잔뜩 파여 있다. 공연의 가장 인상깊었던 건, 낮에 돌려보냈던 소녀의 과일이다.

“이건… 역시 거절하기 힘드네.”

“…정말.”

듣기 좋은 박수와 함께 이윽고 해가 넘어가고 전혀 모자라지 않은 저녁을 함께한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마을 사람이 심통이 나선 소리친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부끄러워하며 밤으로 이어지는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바로 다음 무대에 서는 것이 민망했던 걸지도. 푸른 이파리들과 조개껍질로 꾸며진 무대에는 너도 나도 올라서고 싶어해선, 나중에 가서는 종을 울리지 않았던 사람들도 들어와 빙그르르 아름다운 턴을 선사한다. 공연 뒤에 소리쳤던 마을 사람에게 묵고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 노숙을 할 걱정도 접어두고 함께 축제를 즐긴다. 같이 온 스태프들도 카메라 뒤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섞여 있다.

“즐거워?”

“응! 무척이나. 유키는?”

“나도. 즐거워.”

모모도 맛있게 구워진 닭꼬치를 입에 물고 박수를 친다. 이미 배가 부른 유키 역시 웃으며 함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밤바다조차 마냥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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