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모모] 유월에는 결혼을!

돗키리하려다가 애들이너무찰떡같이믿어서 얼렁뚱땅결혼하는 유키모모

나나계 by 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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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결혼하게 됐어!”

폭죽을 터뜨리며 폭탄 선언을 한 직후에 청첩장을 돌리자 헤, 하고 벌려진 입을 한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IDOLiSH7과 TRIGGER가 한 대기실에 모여 있는 걸 보면 만나서 인사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지. 유키의 옆에 찰싹 달라붙자 유키가 언뜻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듯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꺄, 미남! 이렇게 잘 맞춰 주기도 하고. 그치만 뭐, 당연히 거짓말이다. 두 그룹의 매니저들에게 스케줄이 비는 날을 제공받아 결혼식이라는 핑계로 야외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분 좋게 놀려고 했을 뿐이니까. 제대로 장소도 대여해 뒀고, 아이돌들의 모임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경비 업체도 불러 뒀으니까. 개인적인 약속이 없다면 참석하는 데 지장은 없겠지.

“와아! 이 날, 마침 저희 오프예요! 나기가 다 같이 놀러가자고 얘기했는데….”

“저희도요! 오프가 겹치다니, 별일이네. 다행히 참석해서 축하드릴 수 있겠네요!”

“…유키 씨와 모모 씨의 웨딩이라면, 놀이공원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각 그룹 내에서 제일 천연에 가까운 리쿠와 류노스케가 청첩장을 훑어보더니 빠져나갈 수 없는 문장을 내뱉었다. 미리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었던 건지 나기가 못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옆에서 미츠키와 타마키가 나기를 토닥거리면서 “결혼식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나 “나깃치, 이따 푸딩 줄까…?” 같은 얘기를 했다.

“이 더운 날에 놀이공원이라니, 요즘 젊은 애들은 기운이 넘치네.”

“야외라면 별로 차이 없는 거 아니에요…?”

“거기 별로 안 더워. 근처에 계곡도 있어서.”

놀이공원은 사람도 많고 엄청 덥잖아. 유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유키랑은 놀이공원 잘 안 가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가면 재밌을 텐데, 일 하는 게 아니면 가질 않으니까 조금 아쉽긴 하다. 남자 둘이서 놀이공원이라니 역시 별로인가? 그래도 아이나나 애들은 7명인데….

“거리가 좀 있으니까 오기 불편하면 소형 버스 대절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면허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야.”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가 손수 운전해서 가는 거구나….”

아직도 장난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리쿠가 진지하게 놀랐다. 그야 손수 운전해서 가야 하긴 하겠지만…? 나갈 때는 리무진 같은 거 타고 가는데. 어쨌든 여럿의 미심쩍은 눈빛을 보면서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냐하하, 역시 다들 프로 연예인 다 됐다니까.


“…이오리랑 타마키가 정장을 맞추러 갔다고!?”

「 모처럼 두 분의 결혼식이니까, 하고 얘기가 나와서 다른 분들과 같이…. 」

마네코쨩의 긴급 소식에 아무도 눈치 못챈거야!? 하고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이, 이렇게까지 잘 넘어와줄 줄은 몰랐는데…!? 제대로 된 정장 맞추는 것 정도는 좋은 일이지만 계기가 깜짝 카메라라는 게 좀 그렇지 않아…? 옆에서 듣고 있던 유키도 카오루쨩과 뭔가 래빗챗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일로 옷을 사주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돈을 쓰게 하다니? 모모쨩, 선배로서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전화를 마치고 유키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앉았다.

“가쿠 군이 이만큼 친한 선배들이 결혼하면 축의금은 얼마 내야 하냐고 카오루쨩한테 물어봤다는데.”

“텐이 옆에 없는거야…?”

“그쪽은 신혼 부부에게 유용할 만한 살림 아이템을 알아보고 있다네.”

이게 무슨 일이람. 지금이라도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설마 스물이 넘는 후배들이 절반은 넘는데 이런 깜짝 카메라에 보기 좋게 다 넘어와줄 줄은. 이 사태를 알고 있는 건 마네코쨩, 카오루쨩, 오카링 정도지만…. 설마 반 씨도 우리 둘이 결혼하는 걸로 알고 있는 거 아냐!? 직접 참석하는 열 명의 후배들은 몰라도 반 씨에게만은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없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반 씨의 래빗챗이 왔다.

【 결혼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오리 군과 타마키 군의 정장 맞추러 같이 왔는데, 결국 다 같이 고르게 됐어.

MEZZO”의 두 사람이 평소의 감사라고 하면서 내 옷도 사주기로 해버려서….

사회인이니까 어린 애들한테 받기는 좀 그렇지만, 다들 너무 신경 써줘서.

권유하니까 츠무기 씨는 아네사기 씨랑 같이 고르러 간다고 하던데. 다 같이 멋진 옷 입고 참석할 테니까 기대해줘.

결혼식 당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네. 】

“꺄───!!”

“가, 갑자기 뭐야…?”

“말 못해, 말 못해… 절대로 말 못해….”

마치 스승의 날에 제자들에게 멋진 선물을 받은 것처럼 조금 쑥스러워 하면서 보낸 반 씨의 래빗챗을 보고 “사실 결혼은 거짓말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수트 차림의 반 씨라고…? 반 씨의 새 정장…. …멋있어…. 상상만으로도 지구가 폭발할 정도의 잘생김인데!? 얘기하면 안 입고 오시는 거 아냐…? 애들이 산 수트 값 정도는 내줄 수 있지만, 반 씨가 실망하시거나 새 정장을 안 입고 오시면…? 인류의 손해 아냐…? 옆에서 지켜보던 유키가 내 휴대폰을 빼앗아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 반 바보 】

【 유키에게는 웨딩 촬영 할 수 없는 얼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 ^^ 】

“이거 협박이지? 무섭네.”

“다짜고짜 바보라고 하니까….”

“아니, 바보잖아. 거짓말인 것도 모르고.”

“그거야 그렇지만… 정말 이렇게 쉽게 믿는 아이들이라니, 선배로서 너무 걱정되네….”

“당일에 거짓말이었다고 하면 분위기 싸해질 것 같지.”

“반 씨의 경멸… 못 견뎌… 죽어버려….”

“그렇다고 지금 말하기도 좀… 옷까지 다 맞춘 거잖아…?”

끄응,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10살 아래의 미취학 아동들 상대도 아니고,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깜짝 카메라를 준비하면서 양심이 이렇게 콕콕 찔리다니. 이제 정말 깜짝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다. 마네코쨩이나 카오루쨩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둘이 가겠다고 미룬 것 같지만…. 반 씨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 걸! 어쩐지 발표하고 나서 개인 래빗챗으로 【 드디어 결혼 】, 【 부부 만담이 진짜가 되는 】 같은 얘기를 듣긴 했지만 어쩐지 농담 같은 어투라고 생각해서 다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그리고 '드디어' 라니,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쪽은 그렇다 치고, 그런 오해는 유키한테 실례니까…. 하아, 한숨을 폭 쉬고서는 다음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요. 아직 미성년인 분들도 계시니까, 동심을 위해 정말로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오카링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정하세요, 모모 군. 참가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있으니까요. 일단 식만 그럴듯하게 올리고 사그라들 무렵에 사실 진짜는 아니었다, 그래도 모두 덕분에 즐거웠다고 얘기하는 거죠. 축의금은 당연히 돌려주고, 옷값 대신 조그마한 선물을 같이 얹어서요.”

…그럴듯한데? 역시 처세술 맥스 레벨의 오카링이다. 신나게 준비하는 와중에 찬물을 뿌리는 것도 미안하고, 당일날에 발표하면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즐길 것도 못 즐기게 될 거다. 여론이 가라앉은 다음에 얘기를 하면 착한 애들이니까 과도한 비난은 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당일에는 모모쨩의 슈퍼 MC기술로 모두를 즐겁게 만들어줄 테니까.

“게다가, TRIGGER 측에서 개사·안무 연습까지 새로 해서 축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이….”

“…끝났네. 오늘 스케줄 끝나고 턱시도 고르러 가자.”

오카링의 충격 발언에 이어지는 유키의 체념한 듯한 목소리에 낙담해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사랑스러운 후배들, 왜 이렇게 심성이 곱고 착한 데다 성실하고 준비성 좋기까지 한 거냐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Mr. 헌드레드와 Mr. 사우전드 요원에게 내려진 임무는 열 명의 후배들과 반 씨에게 오늘의 결혼식이 거짓부렁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는 거다. 웨딩 전문업체에 준비도 맡겼고, 주례는 오카링이 맡아 주기로 했으니까 완벽해. 유명인들의 비밀 결혼식 일도 많이 준비해 본 업체라 비밀 유지도 문제없을 것 같아 안심이었다. 솔직히 가짜로 하는 거니까 말이 나와도 상관은 없지만, 깜짝 카메라라는 걸 말하지 못해서 가짜라도 결혼식을 올리는 건 역시 부끄러우니까….

사실 전부 다 모여서 우리 입장만 기다리고 있는 참이지만. 왜 사람이 이것 밖에 없냐고 당황하는 후배들의 새 정장은 정말 멋있었고, 반 씨의 정장은 정말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미남이었다. 아무리 가짜 결혼식이라고는 해도 상대인 유키를 첫번째에서 밀어낼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유키는, 준비하느라 턱시도 차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렇지… 정말정말 멋있었다! 벌써 결혼식이라면 다들 이런저런 기분이 들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던데, 이쪽은 사명감과 중압감이 넘쳐서 나오던 눈물도 쏙 들어가게 생겼다.

“유키의 첫 결혼식을 나 같은 거랑 하게 해서 미안해….”

“무슨 소리야. 두 번째 결혼식 예정 없는데.”

그런 얘기가 아닌데! 유키를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별로 고백할 생각도 없는데다 유키의 평범한 행복만을 바라고 있으니까. 예쁜 웨딩 드레스 입은 신부와 같이 서고 싶었을 텐데. 칙칙한 한창때의 남자랑 팔짱 끼고 버진로드를 걷고 싶진 않았을 거 아냐…. 유키와의 결혼식이라는 추억이 남는 건 기쁘지만 역시 조금 미안하다. 깜짝 카메라 아이디어 낸 것도 이쪽이었으니까.

어느 쪽도 신부는 아니니까 같이 입장하기로 해서, 신랑 대기실에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있는 것도 처음 보는 진풍경이다. 화장을 마치고 헤어 스타일링까지 하고 난 후의 유키는 청초하고 순결한데다 단아한 매력까지 돋보여서, 나중에 유키랑 진짜로 결혼하게 될 상대가 너무 부러웠다. 이런 생각 별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유키한테 고백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어서. …이런 음침한 생각 하면 안 되겠지?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있는데도 조금 기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나서 곤란했다. 유키는 기분 나쁠 텐데…. …그래도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헤헤.

“…조금 긴장되네.”

“모모도 두 번째 결혼식 예정 없지?”

“무슨 소리야, 당연하지. …유키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결혼 안 할 거니까?”

입을 삐쭉 내밀고서는 웃어버렸다. 이런 농담으로 긴장 풀어주려고 하는 거지? 역시 유키는 젠틀하다. 사회 겸 주례를 맡은 오카링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 문 앞에서 팔짱을 꼈다. 신랑 두 사람의 입장을 외치는 스피커의 소리에 슬쩍 나와 하얀 융단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키랑 결혼식, 진짜 꿈만 같다. 웃으면서 모두의 축하를 받는 내 모습이 정말로 기뻐하는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 모두를 속여 넘기기에는 완벽할 거다. 차마 유키의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유키는 최고의 아이돌이고 능력 있는 연기자니까.

주례인 오카링의 앞에 서서 성혼 서약서를 낭독하고, 오카링이 우리 버전으로 개조된 혼인 서약을 읊었다. 하얀 머리가 검은 머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까, 라니. 유키에게는 염색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대체 누가 쓴 거람. 거기에 대고 곱게 네, 하고 대답하는 유키를 내심 말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 다음은 보통 예물 교환이지만, 진짜 결혼식도 아니고… 그런 거 준비 안 하기로 했으니까. 하객들이 의아하긴 하겠지만 여기까진 어쩔 수 없고.

“다음은 예물 교환이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서주세요.”

…어라? 오카링 뭔가 실수한 거 아냐? 눈짓으로 엄청나게 뭔가 이상함을 어필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오카링은 방긋 웃을 뿐이다. …뭐야. 앞에 있는 단상에서 반지가 올라온다. …야외인데 엄청 최첨단이지 않아!? 무슨 무대 연출도 아니고. 무대에서 자신이 올라오는 건 하나도 놀랍지 않은데 반지가 올라오는 건 너무 놀라웠다. 문득 유키의 얼굴을 보면 별로 안 놀라고 있어서. …나 놀래켜 주려고 계획한 건가? 지금 끼고 있는 반지도 소중해서 괜찮은데. 반지를 가지고 온 유키가 내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준다. …엄청 예쁘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유키와 나에게 제법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이런 건 언제 준비했대. 예상치 못한 선물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역시 기쁘다. 달아오른 뺨을 차마 감싸지도 못하고 반지를 가져와 유키의 왼손 약지에 끼운다. …유키 손, 진짜 예쁘다. 정말 결혼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주례사를 들으면 내심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발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는 오카링의 말에는 다들 웃어버렸지만. …우리 제법 사이 좋지 않나? 축하 무대는 좀 길어질 것 같다고 해서 결혼식 끝으로 뺐으니까, 이제 퇴장하고 멋진 무대나 감상하면 되겠지. 키스고 뭐고 미성년들의 앞에서는 문란하다고 제외했으니 진짜 끝이다! 엄청 긴장했는데 정말 순식간이다.

“신랑 두 사람 행진합니다!”

오카링, 고생 많았어…! 갑작스럽게 규모를 좀 늘리느라 많이 도와줬으니 나중에 선물이라도 사서 줘야겠다. 다시 유키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는다. 그대로 퇴장하면 되겠지. …응? 더 할 거 없는데, 유키가 갑자기 끝 부분에서 멈춰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이 있겠습니다!”

“…헤?”

오카링의 선포에 자연스레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아니, 그건 아니지. 결혼식이라고 해도 가짜잖아? 가끔 볼뽀뽀 정도는 하긴 하지만, 후배들 앞에서 키스는 좀. 입술은 NG잖아? 아, 고개만 돌려서 입맞추는 척하는 건가? 요즘은 촬영할 때도 진짜로 키스하는 추세인데, 신세대 후배들에게 그런 꼼수가 먹히려나…? 유키가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히익, 미남이 가까워…! 아니, 아무리 유키가 프로 연기자라도 나랑 키스? 나 아직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유키…?”

“속여서 미안해. …그래도 우리 진짜 결혼한 거다?”

무슨 소리야? 제법 행복해 보이는 표정의 유키가 속삭였다. 언뜻 보면 정말 행복한 새신랑이다. 뭘… 속였다는 거지?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다가오는 얼굴을 피하려고 고개를 꺾으면 유키도 따라서 고개를 꺾는다. 떨리는 눈으로 유키를 바라보면 빙긋 웃으면서 내 머리를 가볍게 잡는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입술에 따뜻한 체온이 닿는다. 눈과 입을 꼭 다문 저항은 유키가 혀로 내 입술을 가볍게 핥자 어이없게도 무산되었다. 입 안으로 들어와 여린 살을 핥는 혀를 간신히 받아내며 서투르게 호응한다. 눈을 떠서 주변을 살피면 리쿠와 타마키의 눈을 가리는 여러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부터 깜짝 카메라 대상이 나로 바뀐 거지? 기분 좋은데도 괘씸해서 바로 앞의 사람에게 눈을 돌리면, 내게 입맞추는 유키의 얼굴이 생각보다 필사적이라서.

…뭐, 다들 즐거운 것 같고. 나도 기쁘니까 괜찮으려나…. 눈을 감고 유키에게 매달려 열렬한 키스를 이어간다. 경쾌한 함성이 이어지고, 머리 위에는 예쁜 꽃잎들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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